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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 철근 가격현실화 화두 ‘무산’
2월부 철근 가격현실화 화두 ‘무산’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1.2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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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 시황 해법, 공감대 부족..’동력 상실’
현실화 과정 없이..분기價 원칙으로 ‘2분기 직행’
“철옹성 된 분기價 체계, 탄력적 논의 어려워져”

철근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2월부 가격인상 행보가 멈춰 섰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던 현실화 논의를 더 이상 이어 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표면적으로, 논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건자회 측의 부정적인 입장 표명이었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찬반으로 나뉜 진영논리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제강업계 안에서도 각자의 명분을 내세운 찬반 입장이 갈리면서, 대승적인 합의의 여건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분기 가격체계의 큰 틀을 지키면서, 예외적인 시황을 반영하고자 했던 가격현실화’는 양 업계의 공감과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방적인 가격현실화의 강행은 혼선과 리스크가 너무 크다.

건자회를 포함한 건설업계는 각 사의 이해관계가 다른 입장차를 강압할 수 없다. ‘가격현실화를 통해 거래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합리성은 공감하더라도, 당장 체감하기 힘든 실익을 신뢰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철근 제강사들 또한 ‘원칙’과 ‘합리성’의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제강사 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크게 달랐던 것은 분명했다.

2월부 가격인상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철근 시장은 2분기로 직행하게 됐다. 2월 기점의 가격현실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동일한 화두가 3월에 다시 나올 가능성은 없다. 원래의 분기가격 체계 그대로 2분기를 향하게 됐다.

■ 가격현실화 논쟁,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이목을 집중시켰던 철근 가격현실화 이슈는 일단락 됐다. 예외적인 논의는 무산됐고, ‘달라진 게 없으니 얻은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교한 의미를 따지자면,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철근 시장의 분기 가격체계는 철옹성이 됐다. ‘분기 가격체계의 엄격한 원칙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은 동시에, 향후 예외적인 시황이 연출되더라도 ‘합리성’을 내세운 탄력적인 논의는 더욱 어렵게 됐다. 이번 대란의 출발점이 됐던 원자재 충격은 물론, 철근 시장 또한 언제든 예외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제강사와 건설사, 유통 등 철근 시장 구성원 각각의 유불리를 떠나, 예외적인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논의는 경직될 수 밖에 없다.

당장의 1분기 대란을 줄일 해법은 물론, 향후 예외적인 시황을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논의나 안전장치를 남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크다.

철근 업계는 남은 1분기 동안 원자재 대란의 후유증을 오롯이 버텨내야 한다. 또한, 건설업계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큰 폭의 가격인상이 예상되는 2분기의 충격을 버텨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불만을 가질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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