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1:03 (금)
2월 철근, 시작 전에 직시할 것은?
2월 철근, 시작 전에 직시할 것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2.01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격조정 이슈로 술렁였던 철근 시장이 원점에서 2월을 시작한다. 제강사의 가격방침은 변동 없이 남은 1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가격급등이 연출된 유통시장은 2월과 3월의 승부점 고민이 깊다.

1월 말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75만원~76만원(현금)으로, 국내산이나 수입산 어느 것을 사도 같은 값이다. 유통 선호도가 낮은 국내산 초고강도(SD500·600) 철근만 톤당 75만원 미만의 최저가 구매가 가능하다.

2월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이미 가격급등이 연출된 1월’과 ‘큰 폭의 기준가격 상승을 앞두고 거래왜곡 우려가 큰 3월’ 사이에서, 거래의 확신을 갖기 힘들다. 향후 철근 시장에서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예측하기 힘든 변동성 뿐만이 아니다. 지나치게 맹목적이었던 1월 시장을 당연한 출발점으로 여기는 착각이다.

■ 2월 철근은 사도 괜찮을까?

대답은 2월 철근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1월 말 가격(1차 유통:75~76만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보합장이라는 전제에서도, 의미를 나눠서 판단해야 한다.

▲ “실수요 대응 필수 재고, 차질 막을 소신구매 중요”

유통 프로젝트 납품 등 실수요 거래를 위한 필수 재고 고민이라면, 최저가를 따지기 보다 소신구매에 나서는 게 맞다. 납품차질을 막는 것이 급선무인 데다, 남은 2월~3월 동안 필요한 강종과 규격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단기간 내 납품할 국내산 철근 확보는, 2월 초~설 연휴 이전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1월 말 동안 밀렸던 출하가 재개되는 데다, 제강사와 유통업체 모두 설 연휴 이전에 2월의 최소매출 숙제를 끝내려는 심리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근 제강사나 유통업체의 판매(출하) 인심이 그나마 좋을 구간이다. 가격 또한 이미 지나간 1월을 제외하면, 남은 1분기 중에 ‘2월 초~설 연휴 이전’을 최저가격 구간으로 볼 여지도 많다. 필수 재고를 소신껏 확보하기에 적당하다는 판단이다.

2월 초~설 연휴 이전을 꼽는 것은 상대적인 설득력 때문이다. 3월에 들어서면 계절 실수요가 활발해지는 데다, 제강사 또한 4월 가격인상을 의식해 가수요 차단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설 연휴가 끝난 2월 하순 시장은, 3월의 거래왜곡을 의식해 한 발 앞선 가수요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

수입산 철근의 경우는 지금 당장 원하는 재고를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1월 계약분이 집중 입항 되는 2월 말~3월 초의 공급과 시세변화를 지켜보려는 심리가 강하다.

▲ “재유통 거래 위한 철근 구매, 현 시점 가격구조 직시해야”

재유통의 판단도 큰 흐름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중요하게 각성해야 할 부분은 ‘거래의 목적’이다. 1월의 철근 가격구조를 돌아보자. 1월 중순 이후 굳어진 톤당 75만원 대세를 기준 할 경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마감가격(70만5,000원) 대비 4만5,000원. 분기 기준가격(71만5,000원) 대비 3만5,000원을 웃도는 대단히 이례적인 구조다. 연륜 많은 베테랑 플레이어도 손에 꼽을 만큼, 흔치 않은 일이다.

1월과 같은 고마진을 결코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 특히, 2월 이후 유통거래의 목적을 고마진으로 삼을 수 없다. 남은 1분기 동안 1월과 비슷한 고마진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은, 제강사와 천금 같은 배정 전쟁을 치뤄야 하는 유통 대리점 뿐이다.

남은 1분기의 이성적인 유통거래를 위해 되짚어야 할 부분은 ‘가격구조에 대한 착각’이다. 맹목성이 강해진 철근 유통시장이 여전히 2분기 기준가격 상승폭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미 톤당 75만원~76만원까지 치솟은 유통가격을 간과하는 문제다.

최근 철스크랩 가격 급락 효과로, 2분기 철근 기준가격의 예측 인상폭은 크게 줄었다. 현 시점에서는, 긍정적인 기대를 반영해도 톤당 7만원 선. 해당 인상폭을 전제할 경우, 2분기 기준가격은 톤당 78만5,000원. 유통향 판매(마감)가격은 톤당 77만5,000원이다. 1월 말 현재 톤당 75만원~76만원인 유통가격과의 격차는 톤당 2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운송비와 금융부담을 포함한 비축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현 시점 가격의 시중매입으로 고마진 욕심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리다매 ▲매출조절 ▲거래선 관리 등의 의미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향후 국내외 철스크랩 가격의 향배에 따라, 2분기 철근 기준가격 인상폭이 7만원보다 커질 수 있지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 “2분기 유통價, 지금처럼 마감가격이나 기준가격을 상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1분기 시장을 계기로, 정상적인 유통마진 체계가 안착되고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숙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이례적인 가격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니 위험하다.

2월부 가격인상이 무산된 철근 제강사는 남은 1분기 동안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한다. 대신 ‘판매가격 인상’과 ‘본격적인 계절수요’가 맞물리는 4월부터는, 고전했던 1분기의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만회해야 한다.

수익구조가 확보된 시장에서,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늘리는 방법은 생산·판매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론, 2019년과 2020년의 시행착오를 겪은 철근 제강사가 무분별한 과잉공급으로 시세붕괴를 자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강사 입장에서 중요한 마지노선은 ‘부담 없는 원칙마감’이다. 제강사 수익과 무관한 유통 가격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판매를 줄일 이유는 없다.

즉, 마감가격을 톤당 4~5만원이나 상회하는 현재의 유통 가격구조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남은 1분기 거래를 고민하는 철근 유통시장이 상기할 것은, 원자재 대란 이전의 시장이다. 원자재 대란 직전까지도, 철근 유통시장은 재고부족에 시달렸다. 다만, ‘재고도 없고 수요도 없다’는 체감이 상시적이었다.

향후 철근 거래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현재의 이례적인 시장을 당연한 출발점으로 여기는 계산착오’다. 2월의 철근 유통은 적절한 순환거래로, 3월과 4월의 리스크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