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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철근, 구조적 감산 대세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슈] 철근, 구조적 감산 대세는 무엇을 말하는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9.23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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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제강사의 새로운 생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조용하지만, 큰 대세로 자리 잡은 ‘구조적 감산’을 말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감산체제를 구축해 생산과 비용을 동시에 줄이고, 최소한의 생존요건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경쟁을 고민해오던 철근 업계가 불황의 벼랑 끝에서 최종의 생존해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래경쟁과 생존해법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다. 

급물살 타는 구조적 감산, '생존을 위한 합류'

철근 산업의 대표적인 생산거점인 동국제강 인천공장이 ‘상시 2교대 체제’로의 변화를 선택했다. (4조)3교대로 운영해온 생산을 (3조)2교대 체제로 바꾸고, 전기요금이 비싼 주간 시간대의 생산을 중단한다. 

야간조업 화두를 주도하던 동국제강의 새로운 선택에 이목이 집중됐다. 야간조업 또한 ‘감산’과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존해법으로 조명을 받아왔다. 이번 생산 교대조 축소는 야간조업보다 근본적인 감산체제를 굳히고, 비용절감 효과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단계 강화된 생존대안으로 평가된다. 

동종 제강사들의 변화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철강과 환영철강공업은 올해 하반기 들어 생산 교대조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생산인원의 변화는 없지만, 한 개조의 생산을 건너 뛰는 구조다. 즉 8시간씩 3교대(24시간)로 운영해오던 생산체제를 2교대, 16시간으로 줄인 변화에서 동국제강과 비슷하다. 과거 한국철강과 환영철강공업이 높은 가동률에 기반해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했던 것을 떠올리면,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가장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양사는 2020년 합병 이후, ‘통합’과 ‘역할분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체질개선에 초점을 맞춰왔다. 구조적인 감산체제 대해서도, 각 공장별 경쟁력에 따라 생산조를 기존 4조→2조나 3조로 축소하는 파격적인 운영기반을 구축했다. 4조3교대를 유지한 곳은, 부산 녹산공장뿐이다.  

급격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대한제강의 변화가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평균 가동률이 57%로 가장 낮았음에도, 영업이익률(4.8%)은 동종 제강사보다 월등히 높았다. 불황 속 생존공식을 빨리 찾은 결과다. 대한제강의 체질개선 성과가 동종 제강사들의 구조적 감산 합류에도 중요한 자극제 역할을 했다.  
 

철근 구조적 감산, 어떻게 대세가 됐나?

철근 제강사들의 구조적인 감산은, 생존의 딜레마에서 출발한다. 

철근 업계가 여타 철강업종보다 불황의 충격을 크게 겪고 있는 것은, ‘대단위 생산능력의 증가’와 ‘급격한 경기침체’가 동시에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정시점 생산능력이 100만톤 늘어났고 시장수요가 100만톤 줄었다면, 200만톤의 수급변화를 한꺼번에 겪는 셈이다.

갑작스런 수급변화의 충격으로 눈덩이가 된 보유재고, 무질서한 판매경쟁으로 철근 업계는 순식간에 위기를 맞게 됐다. 철근 업계의 감산도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감산은 ‘비용증가’와 ‘수익악화’의 한계점으로 직행하는 모순의 고속도로가 된다. 바로 여기에서 생존의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극한 감산과 고정비 부담을 마주하게 된 제강사가 생존을 위한 해법을 다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철근 제강사들이 구조적인 감산을 새로운 생존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가동률(생산)을 회복하는 대신, 보다 근본적인 감산과 비용절감 효과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해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누가 먼저 최소한의 생존요건을 찾느냐’를 관건으로 볼 때, 구조적인 감산은 가라앉는 배에서 살아남을 구명조끼 같은 역할에 비유될 수 있다.  

인적∙물적 생산기반을 축소하는 구조적인 감산은, ‘시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 늘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적화의 상호신뢰를 높이는 장점도 크다. 늘어난 철근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경기침체 구간을 벗어난다 해도 구조적인 감산은 미래경쟁의 화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죽어야 끝나는 싸움?!...'생존에 대한 가치관 변화'

“누구든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다” 철근 업계가 비슷한 위기를 맞았던 10년전의 과거나, 2024년의 현재나 빠지지 않고 나오는 탄식이다. 

출혈경쟁은 시황을 빠르게 악화시켜 적자생존의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거래체계와 가격 등 철근 시장의 시스템이 붕괴되는 극악의 후유증도 남는다. 이와 달리, 공존공생의 대안은 각자의 생존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고, 출혈경쟁의 후유증도 피할 수 있다. ‘최소한의 생존요건을 빨리 갖추는 제강사일수록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그 준비가 늦을수록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의 변화가 커졌다.   

미래경쟁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막무가내 출혈경쟁 → 최소한의 생존요건을 빠르게 찾아가는 것으로, 적자생존의 룰을 바꾸는 것이다. 철근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적자생존의 순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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