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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철근, "이제는 시중재고가 문제다"
[초점] 철근, "이제는 시중재고가 문제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9.10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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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철근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 최소한의 자금확보를 위한 매출거래가 끊기면서 당장 9월 말 결제에도 경고등이 짙어 졌다. 유통시장이 현금 대신 현물을 들고 있게 된 배경. 최근 가격급등 흐름에서 철근 재고의 이동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데, 현물(철근)만 들고 있다”

9월 철근 유통시장의 문제는 유동성. 즉 자금이다. ‘현금이 필요한 데, 철근만 들고 있다’는 것. 이는 ‘팔 사람만 있고, 살 사람은 없다’는 푸념과 일맥상통하는 문제다. 

▲겪어보지 못한 수요침체와 계절 비수기가 맞물린 7월~8월에 ▲15만원 이상의 가격급등을 추격하는 동안 ▲시기적절한 재고소진(현금화)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끌어 안고 있던 재고를 모두가 같은 시점에 매도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유통시장의 수급불균형 체감이 커진 배경이다. 
 

“재고는 소진되지 않았다?! 다만 옮겨졌을 뿐…”

“재고는 소진된 게 아니라, 이동했을 뿐이다”라는 말은,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제강업계가 공격적인 감산으로 재고감축에 사활을 거는 동안, 적어도 7월~8월 비수기의 재고 감축분 가운데 상당수는 텅 비어 있던 유통 하치장이나 수요처를 채웠다. 가공장 역시 가격상승을 의식해 매도시점을 미루면서 재고를 보유했다.  

즉, 제강사에 쌓여 있던 재고가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고를 옮긴 동력은 가격급등이다. 본격적인 비수기에 진입하는 6월 하순에 가격인상이 시작됐고, 해당 시점부터 현재까지 제강사 보유재고는 8만8,000톤(6월 중순 34만5천톤→8월 말 25만7천)이 감소했다. 

8대 철근 제강사의 보유재고는 8월 말 기준 25만7,000톤 선으로, 올 들어 처음 작년 동월 재고와 교차되는 골든 크로스가 이뤄졌다. 각 사의 보유재고 또한 대부분 적정수위를 크게 밑돌아 빠듯한 수급체감을 만들어 냈다. 

제강사의 ‘판매 대비 재고비율’에서도 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2월에 74.1%까지 치솟았던 판매 대비 재고비율은 8월에 41.1%까지 떨어졌다. 실수요 대응을 위한 최소 재고운영 등을 고려하면, 보유재고의 추가 감소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계절 수요증가로 인한 판매량 증가에, 향후 수급개선의 기대를 풀어가야 한다. 
 

시중재고, 또 다른 불균형의 원인…"소진 시간 필요"

제강사→시장으로 옮겨진 재고는 또 다른 불균형의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당장 9월 시장의 시중 매물이 몰리면서 가격이 밀리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강사 보유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도, 시중가격이 가파르게 무너지는 하향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제강사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 졌다. 유통 하치장과 수요처의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제강사는 감산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강력한 감산체제를 유지해 제강사 보유재고가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방어하는 동시에, 시중재고가 소진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이다. 

현재 상황에서 제강사가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늘리면, 7월~8월 동안 힘겹게 이뤄낸 ‘수급개선’과 ‘가격정상화’ 성과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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