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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가격인상 소식에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철근 유통, 가격인상 소식에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1.21 0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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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수익 창출 기회 ‘희’ vs 실수요 회복 기회 ‘비’…엇갈려
가격방침 일원화 요원…실수요 주력 대리점 ‘망연자실’
만회 압박 커지는 재유통 시장, 투기심리 커질 수 밖에…
“시황에 맞는 탄력적인 가격방침, 명분·설득력 중요해”

철근 제강사의 가격인상 이슈가 연일 뜨겁다. 현대제철의 기준가격 현실화 방침이 가시화됐지만, 아직 어느 제강사도 공식 발표한 곳은 없다. 눈치를 살피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의 유력한 방향은, 2월부로 철근 기준가격을 3만원 선 인상하는 방안이다. (유통향)일반판매 가격도 동일 인상폭 적용이 예상된다. 8만원의 이원화 방침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철근 유통업계의 표정은 복잡하다. '시세회복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가격방침 일원화 기대가 요원해 졌다’는 실망감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 거래침체 탈출, 매출·수익 창출 기회 ‘기대’

철근 유통시장은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다. 국내산 1차 유통가격은 톤당 103만원~104만2,000원으로, 전주보다 1만원 가량 상승했다. 철근을 사려는 구매문의가 급증했지만 거래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유는 정반대다. 이번 주초까지만 해도 사려는 수요처가 없었다면, 지금은 팔려는 공급처가 없다.  

적자판매로 울상이던 유통 대리점은 “어제 판매가격은 왜 내렸을까…”라며 한숨을 내뱉고 있다. 보유재고를 비웠던 유통 하치장은 재고비축을 서두르고, 재고를 채운 하치장은 시세차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통 대리점들 사이에서는 ‘직송판매량이 크게 줄어 판매가격을 회복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는 푸념이 오가고 있다.

■ 아득해 진 실수요, ‘망연자실’

힘겹게 실수요 거래를 이어오던 유통 대리점들은 망연자실 하고 있다. 이원화 가격방침이 8개월째 지속되면서 유통시장의 실수요 대부분이 제강사로 쏠린 데다, 가격방침 일원화에 대한 기대도 막막해 졌기 때문이다.

실수요 비중이 높은 유통 대리점은 올 한해 경영목표를 크게 줄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수요’와 ‘재유통’을 병행하던 과거에 비해, 거래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도 크게 늘어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통 대리점의 상실감이다. 제강사와 고정거래를 이어온 유통 대리점의 설자리가 좁아진 데다, ‘제강사와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없다’는 좌절감마저 깊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중재고 매입이나 수입 철근 등의 고육책으로 활로를 찾는 유통 대리점도 늘고 있다.

■ 재유통으로 몰린 시장, ‘투기판 될까…’ 걱정 

철근 유통업계는 속마음의 불안감을 쏟아내고 있다. 실수요 시장 진입이 사실상 막힌 여건에서, ‘매출’과 ‘수익’을 재유통 시장에서 만회해야 하는 압박감이 커졌다는 것. 이러한 부담이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 한다’는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방침에 대한 예측력은 떨어지고 시세 변동성이 커진 불확실성 탓에, 거래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유통 대리점 관계자는 “철근 업계 일원으로써 제강사의 기준가격 현실화 고민은 공감하지만, 유통향 판매가격의 동반 인상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며 “실수요 시장에서 밀려나고, 적자판매에 시달리는 유통 대리점 입장에서는 야속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가격방침이 점진적으로 일원화 되어가는 기대 마저도 힘들게 됐다”며 “기약 없는 이원화 가격방침에 대한 피로감을 넘어 위기감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격방침을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명분과 설득력도 중요하다”며 “십수년 유통 대리점 운영에서 가장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는 현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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