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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거래, 누가 왜 미루는 것인가?
철근 유통거래, 누가 왜 미루는 것인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2.16 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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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철근 유통시장의 승부점이 미뤄지고 있다. 3월 기준가격 인상이 유력해진 상황임에도, 철근 유통시장의 관망심리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철근 유통시장의 거래활력이 살아날 것으로 봤다. 지난 1월 하순을 1차 매집구간으로 봤다면, 2월 하순은 2차 매집구간으로 본 것이다. 2월을 앞둔 ‘1월 하순’과 3월을 앞둔 ‘2월 하순’ 모두 톤당 3만원 선의 가격인상 재료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서다. 

더욱이 본격적인 봄 성수기에 진입하는 3월을 앞둔 2월 하순 유통시장의 구매력은 더욱 강할 수 밖에 없다. 즉, 2월 하순의 철근 매입은 향후 ‘수급’과 ‘가격’ 모두의 설득력을 인정할 수 있다.

2월 중순 현재, 국내산 철근 1차 유통시장은 톤당 107만5,000원을 사이에 둔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필요한 구색과 물량은 108만원에도 거래가 가능하지만, 급하지 않은 수요처는 107만원 이하의 최저가 매물을 찾고 있다. 시중가격의 전주 대비 ‘상승’과 ‘하락’ 체감마저 엇갈리고 있다. 

국내산 추격을 끝낸 수입 철근은 톤당 104만원~105만원 구간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지난 주까지는 저가 매수와 국내산 대체 수요가 활발했지만, ‘국내산-3만원 이내’ 구간에 진입한 이번 주부터는 정체감이 뚜렷해 졌다. 국내산이 추가 상승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국면을 기다리고 있다.

누가 사고, 누가 팔 것인가?

2월 하순 철근 유통시장의 우선적인 구매자는, 1월 하순의 1차 매집 기회를 놓쳤던 유통 수요처다. 반신반의로 1월 하순 구매 타이밍을 놓친 수요처들은 봄 성수기 장사를 위해 최소한의 물량확보가 필요한 입장이다. 

그렇다면, 누가 팔 것인가. 판매주체는 두 곳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는 제강사 유통 대리점(특히, 하치장을 보유지하지 않은)이다. 기본적인 매출과 수익 운영을 위해서도 판매를 멈출 수 없지만, 시장규모가 커지는 봄 성수기의 철근을 배정받기 위해서라도 2월의 거래실적을 늘려 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자금력이 약한 유통 대리점의 경우도, 결제자금 마련을 위해 판매의 압박감이 커질 수 있다.  

두번째 판매주체는 재유통 하치장이다. 좀 더 정확히는, 1월 하순 1차 매집 구간에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했던 하치장들이다. 일부 하치장은 기준가격의 추가 인상이 예견되는 3월 이후로 매도 시점을 미뤄 놓은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재유통 하치장들은 ‘우선적인 차익실현’과 ‘리스크 조절’을 위해 2월 하순 매도를 고려하고 있다. 1월 하순 매집 물량의 결제자금 마련을 위해, 판매에 나서야 하는 속사정도 빼놓을 수 없다. 

2월 하순 동안 매도에 나서는 재유통 하치장들은 ‘판매(차익실현·자금마련)’와 동시에 ‘구매(봄 성수기 대비)’에 나서야 한다. 2월 하순 유통시장의 주요 판매처이자 구매처인 셈이다.
 

유통시장은 왜 정체하는가?

계절흐름과 수급체감, 가격상승 등 철근 유통시장의 객관적인 긴장감은 높아졌다. 그럼에도, 지지부진한 거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철근 유통시장은 보이지 않는 대치전선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관점에서는, 서로의 다른 생각이 교차하는 동상이몽의 형국으로도 볼 수 있다.

유통 수요처가 구매를 미루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아직 절박하지 않은 수급체감과 부진한 거래흐름이다. 두번째는, 등락의 실랑이를 이어가고 있는 유통가격에 대한 자극 부재다. ‘아직 2월의 최저가 시점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나름의 계산도 깔려 있다. 2월 매출의 압박을 느끼는 판매처들이 남은 2월 하순 중에 하향단가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 품고 있다.  

판매를 미루는 이유는 정반대다. ‘급할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통 하치장들은 1월 하순에 선제적으로 매집 했던 철근 재고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정량의 재고는 2월 하순에 팔고 사는 순환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2월 하순이 마땅치 않으면, 3월 이후에 팔아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자금확보를 위해 2월 하순 판매 압박이 큰 유통 하치장도 있다. 이들 업체의 입장에서는 ‘아직 2월의 최고가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월 하순에 최저가를 기대하는 수요처와 반대로, 2월 하순에 최고가를 형성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설사 최고가의 확신이 없다 해도, ‘기대했던 수준의 시세차익 구간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2월 하순에 반드시 사야 하는 수요처’와 ‘2월 하순에 반드시 팔아야 하는 판매처’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침묵을 깰 지가 남은 2월 시세의 주안점이다.

마지막으로 간과해선 안 될 핵심은, 철근 유통시장에서 실수요의 공백이 커져 있다는 점이다. 좋든 싫든 꾸준한 거래를 이어가야 하는 실수요가 빠지면서, 재유통 중심의 전략적인 거래패턴이 강해졌다. 열악해진 유통시장에서 거래의 ‘쏠림’과 ‘정체’가 반복되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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