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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상생을 위한 철근 시장의 과제”…홍남도 건자회장
[특별대담] “상생을 위한 철근 시장의 과제”…홍남도 건자회장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11.26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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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맞물린 올해 철근 시장, 하루하루 전쟁 같은 시간
하반기 들어 정상화 과정, 시장 스스로 높아진 경각심
협의 통해 시장 문제 풀어가는 소통, 상호 노력 부족
일방적 가격체계로 선택불가 시장, 합리적 해법 찾아야

철근 시장이 격변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대란에서 출발한 올해 철근 시장은 겪어보지 못한 혼선과 갈등으로 크게 흔들렸다. 오랜 시간 쌓여온 문제가 취약해진 시장에서 가시화된 것이기도 하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홍남도 회장과 올 한해 철근 시장을 돌아보고, 정상화의 숙제로 남겨진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Q> 숨가빴던 올 한해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올해 철근 시장에 대한 간략한 소회를 듣고 싶다.

A> 최근 10여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급’과 ‘가격’ 탓에, 건설사 입장에서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던 한 해 였습니다. 철근을 구하지 못해 중단되는 공사현장이 속출하고, 철근을 포함한 건설 자재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는 시장이었습니다. 건설사의 구매담당자로서, 건자회의 회장으로서도, 막막하고 답답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홍남도 회장

Q> ‘수급불균형이 극심했던 상반기’와 ‘수급상황이 빠르게 풀린 하반기’가 극명하다. 하반기 들어서는 실수요 부진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상·하반기 철근 시장의 수급변화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A> 상반기 철근 시장은, 제강사가 주장하는 최적생산 체제를 유지해오던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한 문제가 컸습니다.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연출된 상황에서, 수입 철근의 변수마저 더해졌습니다. 중국의 수출증치세 환급까지 폐지되면서 수입 철근의 가격 상승과 공급불안이 가중됐습니다. 가격상승 기대심리로 매점매석까지 기승을 부린 데다, 제강사들의 생산차질 리스크까지 더해졌습니다.

상반기에는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판단합니다. 그야 말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반기는 비정상이었던 시장이 정상화 되어가는 과정으로 판단합니다. 체감상 수급상황의 큰 변화가 일어 났다기 보다, 비정상적인 상반기를 경험했던 철근 시장 스스로 경각심이 높아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정부의 수급개선 개입과 유통시장의 매점매석 축소 등도 하반기 철근 시장의 수급완화에 힘을 실었다고 봅니다.

실수요 부진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원가상승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일정조정이 가능한 공사가 연기된 것을 중요한 이유로 봅니다. 건설현장에서 공기는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감당할 수 없는 원가상승이 공사를 미루는 것보다 더 큰 부담이 된 것이죠.

Q> ‘철근업계와 건설업계가 대결적인 거래구조를 반복해오면서 양 업계가 거래 리스크를 키워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는 시황 급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철근업계와 건설업계가 예측 가능한 거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과거에 협상만으로 철근 기준가격을 결정하던 시절에는, 정말 대결적인 거래구조라는 말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근거와 합의된 결정공식으로 철근 기준가격을 결정하면서 부터는, 대결적인 거래구조의 문제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봅니다.

‘건설업계의 최저가 입찰방식의 구매가 상생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대내외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매방법일 뿐입니다. 불안정한 철근 시황에서 거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의계약 방식의 구매 효과에 수긍할 수 있지만, 이 또한 한시적일 수 있습니다.

협의를 통해 시장의 문제를 풀어가는 상호 노력이 부족했다 생각합니다. 특히 철근 시장의 거래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커졌던 올 한해 시장에서, 오히려 건설업계와 철근업계의 소통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Q> 실수요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철근 가공단가의 현실화’나 ‘연간단위 가공단가 적용’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입장과 견해를 듣고 싶다.

A> 철근 실수요 시장에서 가공의 역할과 의미가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실수요 거래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연간단위 가공단가 적용 취지에 대해서도 공감합니다. 같은 취지에서 연간단위 가격체계를 운영하는 건설자재들도 적지 않죠.

다만 ‘가공’이 철근 턴키 거래에 포함되는 의미로 묶이다 보니, 턴키 수주처 스스로 철근 가공의 부실화를 부추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철근 대신, 가공단가를 낮춰 최종가격을 맞춰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최근 년도 철근 가공단가 상승폭이 너무 컸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상태는 아니지만, ‘합리적인 출발선’을 정한다면 연간단위 가공단가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철근 가공시장에서 제시되는 최고단가를 연간단가의 출발선으로 인정할 순 없다는 뜻입니다.

과도하게 낮은 가공단가를 적용해 철근 가공산업이 부실해지고 납품사고가 발생하는 문제는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Q> 철근 제강사는 원가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가격 결정방식의 변화’와 ‘이원화된 일반판매 가격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달라진 철근 가격체계에 대한 입장은 어떠 한가.

A> 분기단위 철근 기준가격 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합의된 가격결정체계를 철근 업계가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상생의 태도로 볼 수 없고,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예외적인 원가 등락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상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달라진 기준가격 결정체계를 합리적이라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원화된 판매가격 체계입니다. 이미 원가충격을 조절할 수 있는 기준가격의 결정체계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판매가격을 운영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심지어, 기형적이던 유통가격 구조도 해소가 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수긍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책정된 ‘8만원’의 격차를 둔 일반판매 가격을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이라 인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철근 제강사는 ‘일물일가’ 원칙을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이원화된 판매가격 체계 때문에, 제강사와 유통사가 양분하던 철근 시장이 ‘선택불가 시장’으로 전락한 문제가 큽니다.

Q> 철근 가격방침의 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일원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있는가.

A> 달라진 결정방식을 적용해 기준가격을 정상화 했으니, 현재의 기준가격에 맞춰 일반판매 가격을 일원화 하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

제강사 측에서는 기준가격을 일부 인상하는 일원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압니다. 기억 하시겠지만, 지난 상반기에 기준가격을 ‘2만7,000원 별도 인상’하는 현실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죠. 당시의 시황에서는, 건설업계도 수긍할 만한 시장 정상화의 설득력과 명분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철근 시황에서는, 기준가격을 별도 인상하는 방법의 일원화 방안은 공론화 한다 해도 범 건설업계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Q> 철근 제강사는 철스크랩만 반영하는 기준가격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난 합금철과 전기요금 등 여타 부자재를 반영하는 결정방식으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A> 전극봉과 합금철 가격의 급등 이슈가 있었던 지난 2018년, 건설업계는 부자재 명목으로 철근 기준가격을 1만원 별도 인상해주는 상생안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전극봉과 합금철 가격이 정상화 되고 나서도 1만원의 별도 인상분을 회수하지 않았죠.

이런 상황에서, 합금철 가격이 다시 올랐다고 해서 또 다시 별도 인상분을 적용하는 게 맞을까요. 더욱이 건설업계는 철근 생산에 소요되는 합금철 등 부자재 원가의 객관적인 근거도 확인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철스크랩만으로 철근 가격을 책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철근업계가 주장하는 대로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건설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합리적인 모델이 제시된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순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올 한해 철근 시장에서 수입산 철근의 저가매력이 사라진 것도 주목할 특징이었다. 달라진 수입 철근 시장에 대한 건설업계의 판단은 어떠 한가.

A> 수입 철근이 시장의 한 축을 지탱해야 안정적인 수급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같은 경우에는, 수입 철근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극심했던 부담이 컸습니다. 올 한해 수입 철근 가격이 국내산을 웃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또 다시 국내산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수입 철근 시장은 중국을 비롯해 해외 공급선들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실정입니다. 하지만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구매 안정성’의 관점에서 수입 철근 구매를 판단해야 합니다. 저가 매력이 수입 철근 구매의 중요한 설득력인 것은 맞지만, 저가매력을 떠나서도 수입 철근을 꾸준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의 예외적인 시황을 제외하면, 수입 철근이 국내산보다 비싼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내산과 대등한 가격일지라도, 철근 시장의 안정적인 수급균형을 위해 수입 철근을 배제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Q> 내년 철근 수요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내년 시장에서 주목할 변수는?

A> 건설시장은 호황인 게 맞습니다. 일단 철근 수요를 선행하는 건설지표를 따져도, 내년 철근 수요를 올해보다 나쁘게 볼 근거는 없습니다. 철근과 동행하는 레미콘도 올해보다 3% 가량 많은 내년 수요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건입니다. 건설시장이 호황일지라도, 철근 등 핵심 건자재들의 공급과 가격이 올해처럼 감당불가 상황을 연출한다면 건설시장도 정상적인 흐름을 이어 가기 힘들 것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미뤄진 철근 수요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올 한해 공사의 상당수가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더 이상 미루기 힘든 공사가 내년 상반기에 몰릴 수 있습니다. 연기된 공사가 당초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공사와 맞물릴 경우, 건설자재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내년 철근 시장에 대해서는, 신규 공급주체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 진입이 예정된 신규 철근 제강사(한국특강)의 추가물량이 국내산 철근과 수입산 철근의 공급불안 변수를 크게 줄여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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