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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철근, 재고만 줄이면 만병통치?!...'최적화 딜레마'
[초점] 철근, 재고만 줄이면 만병통치?!...'최적화 딜레마'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6.19 13: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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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시장의 최종적인 산물이라면, ‘재고’는 해당 시장의 수급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특히, 철근 시장에서 절대적인 공급축 역할을 하는 제강사의 보유재고는 그 숫자가 갖는 상징성 뿐만 아니라 시황 판단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재고 때문이야. **톤 밑으로 재고를 줄이기 전에는 백약이 무효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추락한 철근 가격에 대한 원인과 해법의 공통 키워드로 ‘과다재고’가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진단과 해법을 너무 단편적인 숫자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시장의 경험에서 떠올린 막연한 재고감축 목표가 아니라, 달라진 시장여건을 고려해 최적화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근 보유재고, 그때그때 다른 적정수위

적정재고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수요처와 공급처가 느끼는 적정재고가 다르듯이, 수요 강도나 수요 트렌드에 따라서도 적정재고에 대한 체감과 평가는 달라진다.

초고강도(SD500∙600) 강종이 급증한 기반에, 내진철근과 코일철근 시장까지 늘어나면서 적정재고의 개념도 크게 바뀌게 됐다. 강종과 규격, 형태 등 철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기본재고의 규모도 늘어나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할 요소는, 구성원의 숫자다. 현재 철근 시장에는 연간 100만톤급 공급능력을 보유한 한국특강이 합류한 상태다. 제강업계의 구성원이 기존 7개사→8개사로 늘어나면서 합산재고가 늘어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 제강사마다 실수요나 유통 판매를 위해 최소한의 수량과 구색을 운영해야 하는 기본재고의 부담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수요감소도 주목할 상황변화다. 올 한해 철근 수요가 800만톤 아래의 역대급 저점을 찍게 될 것으로 보는 긴장감이 높아졌다. 단순히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철근 보유재고의 균형점도 함께 내려오는 게 맞다. 다만 급격한 수요감소의 시행착오를 겪고 철근 업계의 수급최적화 균형이 크게 흔들리면서, 예측하기 힘든 수요 대응을 위한 적정선의 재고수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간단치 않은 문제는, 줄어든 수요에만 맞춰 보유재고를 무작정 줄일 수도 없다는 점이다. 
 

재고감축의 한계, 딜레마는 무엇인가?

공급주체의 역할이다. 철근이 수요현장에 최종 공급되기 전까지의 공급주체로, '제강사'와 '유통점(하치장)', '가공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크게 3곳의 거점의 보유재고가 저수지 역할하며, 각자 일선의 수요처가 발주하는 철근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현재의 철근 시장은 공급의 역할분담 구조가 무너진 상태다. 철근 수요의 급감과 가격 폭락 등 악화일로가 장기화된 시황에서, 보유재고는 거래손실만 키우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더 이상 하치장에 철근을 쌓아 놓고 파는 유통점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가공장 철근 역시 제3의 저수지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공급불안을 의식해 일정수량의 철근 재고를 현장에 두고 쓰던 건설현장 마저 실시간 수요대응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철근 시장의 모든 재고가 제강사에 집중된 구조다. 유통점과 가공장에 나눠지던 재고보유 부담이 제강사에 몰린 것은 물론, 크고 작은 수량과 구색의 혼적 수요를 대응하는 역할 역시 모두 제강사의 몫으로 떠안게 됐다. 원가절감을 위한 주문길이 등 까다로운 수요처 발주까지 보유재고와 수요대응의 부담을 키우는 문제들이다. 대형 실수요 현장부터, 유통 하치장이 대응하던 소량 다품종의 철근 수요까지 제강사가 도맡아 대응하는 것이다.

재고감축을 사활의 관건으로 삼고 있는 철근 제강업계의 딜레마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극심한 수요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철근 시장에서 귀한 수요의 입맛을 맞추는 일은 중요해 졌다. 최저가는 기본. ‘수요처가 원하는 수량과 구색을 누가 먼저 대응하느냐’가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의 경쟁요소가 됐다. 

즉, ‘무분별한 저가판매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재고감축’과 ‘신속∙정확한 수요대응을 위한 기본재고 확보’ 사이에서, 제강사의 갈등이 커졌다. 무작정 보유재고를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없는 딜레마의 중심에 서게 됐다. 

최근 철근 제강사의 보유재고가 30만톤 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수요대응에 차질을 빚는 제강사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어볼 현상이다. 철근 제강업계의 막연한 재고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한계가 클 것이라는 지적을 곱씹어 볼 일이다. 시장의 현실에 맞는 보유재고의 최적수위를 정교하게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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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024-06-19 15:31:01
이러고 나서, 그 다음 수순은?
직원들 자르기 ?

장** 2024-06-20 21:57:21
왜들 이러실까?
오늘부터 제주부터 장마기간에 진입하였는데...
철근에 붉은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