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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19, “한계 커진 철근 가공단가”
장기화된 코로나19, “한계 커진 철근 가공단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3.03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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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공, 몰리는 성수기 수요 대응 ‘난감한 한숨’
가공단가 2018년 마지막 인상 후, 내리막 일방통행
쌓여가는 원가상승, 인력난까지 심각..’코로나 직격탄’
이미 문턱 넘은 가공 대란, 불안한 실수요 리스크

철근 가공시장이 한 발 빠른 성수기 발주로 북새통이다. 하지만 정작 철근 가공업계는 밀려드는 발주에 난감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질적인 저가수주에,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인력난까지 깊어지면서, 원활한 수요 대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가공단가 끝없는 내리막, "오르는 법 잊었다"

철근 가공단가 현실화가 무색하다. 2018년 인상을 마지막으로, 3~4년째 내리막 시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철근 업계의 가공 턴키 탈출이 적극적이었던 2020년 한 해 동안 철근 가공단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정상적인 운영을 포기한 일부 가공업체의 ‘묻지마’ 출혈수주 탓이 컸다. 문제는 막연한 수주불안에 시달렸던 나머지 업체들도 저가수주를 외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저단가를 변별력의 잣대로 들이미는 발주처의 압박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턴키 프로젝트 수주가 어려워진 철근 유통업체나 철콘업체들까지 가공시장의 취약점을 파고 들었다. 저가 발주로, 수익악화 부담을 가공업계에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철근 가공단가는 대중없다. 그나마 가공단가를 지켜오던 제강사도 상징적인 ‘톤당 5만원’ 이상의 신규 발주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최근 일부 제강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화를 고려해 톤당 5만원 대의 가공단가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리지 않았지만, 내리지 않았으니 사실상 인상의 의미가 있다는 야속한 속뜻이다.

유통업계나 철콘업체의 가공발주는 그야 말로 천차만별이다. 톤당 4만5,000원 이하가 기본이 된 상황에서도, 오로지 최저가 발주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실체를 찾아보기도 힘든 톤당 4만원 이하의 유령단가를 간택(?)의 조건으로 내미는 발주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한계 드러낸 철근 가공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철근 가공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장인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근로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외국인근로자의 신규 충원은 중단됐다. 올해 들어서는 외국인근로자의 근로만기를 2개월 연장해주는 응급조치가 실행됐지만, 2개월의 유예가 끝나는 3월부터는 최소인력 확보가 어려워진다. 성수기 수요가 본격화되는 3월부터 인력난과 수요대응의 한계가 맞물리게 된 셈이다.

집단감염 피해도 현실이 됐다. 최근 중부권 철근 가공업체 2곳에서 숙식을 함께해 온 외국인근로자의 코로나19 감염으로 2주 동안 가공장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턴키 계약으로 철근 품귀 걱정을 덜어온 건설사나, 납품차질 책임을 지게 되는 제강사와 유통업체 등 발주처들이 바짝 긴장할 일이다.

국적이나 숙련도를 떠나서도,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대체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적자를 감수했던 출혈단가로는, 납품차질을 막을 대체 가공장을 찾을 수도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철근 가공시장의 열악한 현실이 한 번 더 도드라지게 됐다.

■ “저가 발주한 가공물량은 안녕하십니까?!”

저가가공 문제는 발주처와 가공업계 모두의 책임이다. 바꿔 생각하면, 불안한 저가가공의 리스크를 실수요처와 발주처, 가공업계가 나눠지는 것이기도 하다. 품귀에만 초점이 맞춰진 최근 철근 거래에서, 불안한 저가 철근 가공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실정이다.

철근 가공의 원가상승분 반영이 멈춰선 2018년 이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16%. 2021년부터 유급휴무가 도입되면서 휴일근무 수당은 평일의 2.5배가 됐다. 절대적인 인력부족으로, 휴일가동도 불가피한 가공장의 순수 인건비 상승분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철근 가공단가의 70% 이상이 인건비와 운송비로 구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부담이다. 향후 주 52시간 근무제의 의무도입을 배제하더라도, 철근 가공시장은 이미 대란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소한의 원가상승을 반영해 온 ‘철근가공표준단가 적용지침’은 시장의 외면 속에 2019년(SD400~500:5만4천원·SD500~600:5만6천원)을 마지막으로 유명무실해 졌다.

철근 가공업계는 ‘인건비 상승분을 감안할 경우, 2021년도 철근 가공 표준단가는 톤당 6만원 선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표준단가가 유효했던 2018년 단가(SD400~500:5만원·SD500~600:5만2천원)를 출발선으로 점진적인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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