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감이 높았던 6월의 출발부터 사기거래 경보가 울렸다.
누구나 알 법한 대형 유통점을 사칭한 일당이 초저가 철근 판매로 거래처를 유혹하는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사기꾼 일당은 지난 주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이미 소문이 파다한 시장에, 명함 이미지만 바꿔 동일한 사기 행각을 이어가기까지 했다.
해당 사기 행각이 씁쓸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철근 호황에 벌인 사기도 나쁜 일이지만,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고사 직전의 상태로 허덕이던 시장을 겨냥한 사기라는 점이다. 체력이 소진될 대로 소진되고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철근 유통점들은 작은 거래 부실에도 치명적일 수 있는 현실을 떠올리면 더욱 악덕한 범죄다.
이보다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철근 시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동종 업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추측에 동의하는 이유는, 해당 사기가 철근 유통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 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상반기 동안 극심한 매출공백과 적자판매가 장기화된 탓에 유동성이 바닥난 데다 금융권의 여신 운영까지 가로 막혔다.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 페달을 굴려야 하는 '한달살이' 유통점들 입장에서, 상반기가 끝나는 6월의 압박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장마 등 기상악재 변수와 비수기 진입의 공포까지 큰 상황에서, 6월 초순은 선제적인 매출의 조급함이 가장 큰 시점이다.
이렇다 보니, 저가매입의 간절함은 더욱 커졌다. 저가로 철근을 매입해야 없는수요를 잡아 매출을 일으킬 수 있고, 저가 철근을 매입해야 다만 얼마라도 마진을 챙길 수 있으니. 간절한 ‘매출’과 ‘수익’ 모두를 위해, 남들보다 낮은 가격에 철근을 매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셈이다.
즉, 이번 사기꾼 일당은 매출과 수익 만회가 절실한 유통업계의 '속사정'과 그 속사정 때문에 거래심리가 가장 '조급한 시점'의 약한 고리를 노린 것이다.
6월 초순 철근 시장이 얄팍한 사기꾼들의 재물이 됐던 이유와 문제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