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5:03 (수)
동국, 철근 거래변화 대세 ‘힘겨운 합류’
동국, 철근 거래변화 대세 ‘힘겨운 합류’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2.31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준價 협상 종결, 월별 판매價 ‘일물일가’ 원칙
큰 틀의 변화 동참, 다른 해법 고심..”합리성·신뢰 중요”
‘겉으로 호황, 실제로 남는 것 없는’ 현실 문제 심각

동국제강이 고심 끝에 철근 판매의 파격을 선택했다.

31일 동국제강은 협상을 통한 기준가격 결정 체제를 종결하고 매월 자체 판매가격을 고시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또한 실수요·유통·가공·프로젝트 등 모든 철근 판매에서 동일 판매가격을 적용하는 일물일가(一物一價)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해당 원칙을 토대로, 동국제강은 내년 1월 철근 판매가격을 톤당 74만원으로 발표했다.

동국제강은 합리적인 판매가격 책정을 위해서는 원자재와 부자재 원가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이다. 다만, 부자재 원가를 반영하는 산정에서는 현대제철과 상이한 방식을 채택했다.

동국제강은 부자재 원가에 대해 반기 비교 기준으로, 부자재의 시세변동폭*원가비중*재고효과를 근거로 원가변동폭을 산정했다. 이를 적용할 경우, 내년 1월 철근 판매가격은 원자재(철스크랩) 기준 톤당 1만4,000원의 인하요건과 부자재 기준 톤당 2만5,000원의 인상요건, 톤당 1만1,000원의 최종 인상요건이 남는다. 하지만, 올해 4분기 건설사 측의 양보를 감안해 잔여 인상요건 반영을 배제하고 톤당 74만원의 동결가격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동국제강 측은 “모두가 인정하는 몇 년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거래관행과 가격결정구조로 인해 겉으로는 호황, 실제로는 남는 게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더욱이 “실질 원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가격 결정과 유통시장에서 횡행하는 무분별한 예측판매, 시황악화 시 반복되는 할인폭 경쟁 등 심각해진 왜곡과 부작용 또한 파격의 변화를 선택한 중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의 경우, 후판·냉연 부문의 수익악화 상황에서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철근의 이익률 감소가 타 제강사 보다 큰 상실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 변화의 난제, 기계약 물량..해법 '고심'

동국제강은 거래관행의 탈출을 결심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가격방침은 실행의 의지를 지켜볼 일이다. 다만, 수요처와의 거래신뢰 문제가 걸린 기계약 물량의 가격결정 문제는 마지막까지 풀어내기 힘든 난제다.

기존 계약된 실수요는 ‘기준가격-할인폭’ 구조로 최종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고정 할인폭이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한 가격방침은 원가요인(원·부자재), 시세·수급상황(할인·할증 반영)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기계약 조건의 기준가격 결정방식(원자재 요건만 반영, 협상을 통한 결정)과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발표되는 실질 판매가격에 기계약 할인폭을 적용할 경우, 추가할인이 발생하거나 시장가격 대비 높은 할증이 적용되는 등 합리적인 공감대를 나누기 힘들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향후 판매방침의 핵심인 일물일가 원칙을 기계약물량에 소급적용 시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동국제강은 기계약 물량에 대한 거래신뢰를 지키고 수요처 불만을 줄이기 위한 한시적인 가격체제를 운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1월은 2018년 4분기 기준가격(74만원)에서 계약된 할인폭을 적용키로 했다. 2월부터는 일물일가 원칙의 실질 판매가격과 별개로 원가요인만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기준가-기계약할인폭 구조의 납품가격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는 기계약 물량의 납품이 완료될 때까지 적용하기 위한 한시적인 정책이며, 세부내용은 수요처와의 협의를 통해 풀어 가기로 했다.

■ 파격 판매방침, 절실한 선택 “넘어야 할 산 많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격한 실행의지다. 수요처인 건설사와 시장 역시 향후 제강사가 발표할 판매가격의 합리성과 실행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가격결정 관행과 달리, 제강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판매가격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생산자와 판매자를 겸하는 입장에서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 정상적인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철근 시장의 가격결정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왜곡돼 왔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일물일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건설사나 시장의 우려를 인정해 향후 발표될 실질 판매가격은 원가변동 요인 및 시세·수급상황 등을 반영해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책정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국제강은 큰 틀의 변화에서 한 발 앞서 발표된 현대제철의 파격에 동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질 판매가격의 산정방식과 기계약 물량의 가격책정 대안에서 다른 해법을 찾으려 한 고민이 엿보인다.

큰 이슈였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에 대한 결정은 유보했다. 대신, 가공 실수요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유통점을 통한 무분별한 우회 수주 중단 방침은 유지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