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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철근 가공②.. ‘52시간의 걱정’
흔들리는 철근 가공②.. ‘52시간의 걱정’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2.06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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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부터 철근 가공도 주 52시간 근무제 포함
열악한 현실 사각지대..극심한 구인난·경영악화 우려
가공시장 공유하는 거래주체 간, 상생 해법 ‘절실’
“주 52시간 근무제 동반 도입, 환경 마련 나서야”

철근 가공시장이 막막한 52시간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말하는 것이다.

철근 가공은 절대적으로 노동력에 의존하는 데다, 계절에 따라 수요 편중이 심한 산업이다. 시황악화 부담이 커진 요즘은 들쑥날쑥한 수요 탓에, 그 나마의 가동도 균형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시대적인 대세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다. 사각지대로 남은 철근 가공시장의 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성큼 다가온 주 52시간 근무제의 환경 마련을 미룰 수 없게 됐다.

■ 내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1년 반의 초읽기’

올해 1월부터 50인 이상~300인 이하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법정근로, 주 68시간→52시간으로 단축)가 시행된다. 대형 철근 가공업체도 해당되지만, 계도기간이 적용되면서 당장의 부담은 미루게 됐다.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2021년 7월부터는 50인 이하 기업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 계획에 변화가 없다면, 모든 철근 가공업체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52시간 근무제 도입까지 1년 반의 시간 뿐이다. 하지만 적자경영 위기감이 높아진 철근 가공업계는 고정비 절감을 위한 인원 감축을 선택하고 있다. 당장의 현실이 그러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준비와는 거리가 먼 역행이다.

■ 주 52시간 철근 가공, 무엇이 부담인가?

철근 가공시장의 현실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아득한 미래다. 계절과 시점별 수주실적에 따라 가동 변화가 큰 데다, 발주처가 요구하는 시점과 수량을 맞춰야 하는 임가공 방식의 거래구조다. 가공업체 스스로 가동 패턴을 조절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성수기에는 아침 8시에 시작한 작업이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긴급발주나 납기가 몰리면 밤 12시까지 공장 불을 밝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제한된 인원으로 최대 생산성을 내야 수익구조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납품차질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밤낮을 따지기 힘든 이유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한 당장의 선택은 ‘가공능력을 크게 줄이거나, 인력을 크게 늘리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미 줄인 설비능력을 더 줄이는 것은 탄력적인 수요 대응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매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인력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선택이다. 철근 가공원가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가 차지한다. 직접 인건비 외에, 관리비나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인력운영은 가공장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더욱이 가동률 변화가 큰 가공업의 특성상 무턱대고 인원을 늘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탄력적인 고용도 현실 대안이 아니다. 열악한 철근 가공현장은 상시적인 구인난에 시달린다. 부득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위해서는 내국인 근로자의 의무 비율 규정을 맞춰야 한다. 필요한 인력을 선택적으로 채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자동화에 대한 관심도 편치 않은 고민이다. 로봇 등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인력 운영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 가공업체가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형편에서 설비투자 여력이 없는 데다, 기존 설비의 운영은 또 다른 부담으로 남는다.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초기단계 설비투자로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불편한 일이다.

철근 가공업계는 “지금의 현실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조건은 극심한 구인난과 경영악화가 전제될 것”이라며 “사실상, 폐업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 시장 공유주체 상생 해법으로..’주 52시간 동반 도입’

철근 가공업계 자체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근무인력을 적게는 20~30%, 많게는 1.5배 늘려야 한다. 반대로 현재 인원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경영이 불가능한 수준의 매출감소와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현재 가공원가 기준으로는, 업체별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톤당 3,000원~4,000원의 원가상승 부담이 더해지는 것으로 산출된다. 주 52시간 도입 시점까지의 여타 원가변동 요소를 배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철근 가공업계가 최근 2년여 동안 반영하지 못한 원가상승분(인건비 중심)은 톤당 5,000원 수준으로 산출된 바 있다. 반면, 철근 가공단가는 최근 1년여 동안 톤당 1만원(최저단가 기준) 가깝게 떨어져 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실정이다.

현재의 가공단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미 톤당 1만5,000원의 가공단가 역행이 일어난 셈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한 원가상승(톤당 3,000원~4,000원)까지 감안하면, 톤당 2만원에 가까운 만회 부담이 철근 가공시장의 숙제로 남는다.

철근 가공업계 홀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조건을 갖추는 일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가공업계는 물론, 거래주체인 건설사나 제강사 역시 일방적인 감당은 불가능하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을 현실로 마주하기 전에, 선제적이고 단계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다.

최종 수요처인 건설사는 공장가공의 실익이 큰 데다, 현장가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가공 대행 역할을 하는 제강사도 당장 턴키 영업을 포기할 수 없을 뿐더러, 직접 가공업에 나설 수는 더더욱 없다. 가공시장에서 필연적인 접점을 공유하고 있는 거래주체들 간의 상생 해법이 절실하다.

철근 가공시장을 공유하는 관련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동반 도입'을 위한 ▲거래관계 개선 ▲협업 시스템의 최적화 ▲단계적인 가공단가 현실화 등의 환경 마련에 나서는 것이 모두의 부담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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