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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철근 유통, 봄날의 추락은 왜?
[분석] 철근 유통, 봄날의 추락은 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4.19 15: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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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00만원이던 철근 유통가격이 73만원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정확히 1년만에 30만원 가까운 낙폭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해당 1년 동안 숨을 고를 단 한 번의 반등 구간도 없었다는 점이다.  

4월 충격은 더욱 크다. 월말∙월초 시장의 일시적인 가격회복 패턴이 처음으로 사라진 데 이어, 시중가격이 제강사의 생산원가를 크게 밑돌기 시작했다. 판관비나 최소마진 등을 따지던 그동안의 원가 실랑이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당장의 유통가격만 따지면, 제강사 입장에서도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즉, 이제는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이 시장의 철근 거래를 책임질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4월의 철근 유통가격은 이미 예측선을 크게 넘어섰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철근 시중가격이 얼마까지 내려갈지 가늠하기 어려운 공포만 남았다. 
 

떨어지는 이유를, 잊은 건 아닌가...?!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는 지극히 단순하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에서 팔기 위한 가격경쟁은 당연한 이치다. 한계가 커진 시장 안팎의 하향압박이 커진 데다, 수급개선을 기대했던 봄 성수기 시장에 대한 실망과 공포가 하락장을 부추기고 있다. 하락장에 대한 신뢰가 강해질수록, 선제적인 저가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속도가 붙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본격화된 실수요 공백…’불똥 튀는 유통’

최근 하락장에서 눈에 띄는 기점은, 지난 ‘연말’과 ‘연초’다. 철근 시장의 수요흐름을 지탱해 오던 실수요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실수요 흐름이 크게 꺾이기도 했지만, 건설사들의 부실까지 본격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수요공백이 발생한 충격도 컸다.

해당 연말∙연초를 기점으로 제강사들의 보유재고가 40만톤 대로 급증했다. 2월→3월→4월로 갈수록 실수요의 침체감은 커졌고,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실수요의 공백을 유통시장에서 만회하려는 움직임 강해지면서, 유통시장에 더욱 강한 하향압박이 가해졌다. 

유통시장의 사정이 실수요보다 나아서는 결코 아니다. 계약 위주의 실수요 시장에서는 당장의 실적 만회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팟성 거래가 이뤄지는 철근 유통시장에서 억지 판매의 압박이 커진 것이다.

■ 금기 깬 후정산, 저가판매 가속도 더해

실수요의 한계를 확인하기 시작한 3월 이후의 가격급락에 주목해야 한다. 즉 실수요의 판매공백 만회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제강사들의 후정산 이슈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공교롭지 않은 일이다.

‘2024년의 후정산은 없다’는 입장에 선을 그어오던 제강사들이 스스로 금기를 깨기 시작했다. 3월 초순 유통시장에서 1월 판매분의 후정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종 제강사들이 앞다퉈 추격에 나섰다. 

‘누가 먼저냐’는 논쟁은 중요치 않다. 철근 유통시장이 순식간에 후정산 체제로 돌아갔고, 후정산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신뢰가 무분별한 저가판매를 부추겼다. 3월 이후 철근 유통가격 하락에 가속도가 붙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치명적인 거래부실 회피 수단…’현금거래’

철근 유통시장에서 최저가를 주도하는 것은, 즉시현금 거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즉시현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현금 조건의 유통거래가 성행하게 된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수요처들의 최저가 입맛을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거래부실의 공포 탓도 크다. 크고 작은 건설사들은 물론 재유통점들까지, 거래부실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현금결제의 선호가 크게 늘어났다.

‘차라리 싸게 주더라도, 치명적인 거래부실의 리스크를 떠안지 않겠다’는 거래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다. ‘즉시현금’ 또는 ‘선현금’ 조건의 최저가 경쟁이 더욱 공격적으로 바뀐 이유다.

■ 바닥난 체력, “이제는 팔지 않으면 안 된다”

체력의 한계도 커졌다. 지난 2022년~2023년의 2년 동안 철근 유통업계는 ‘매출’과 ‘수익’이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적자마감까지 동반된 하락장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점들의 자금 체력이 예외 없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장흐름에 맞춰 판매여부를 저울질하던 유통점들도 선택지가 사라졌다. 금융권 여신을 의식한 매출 외형도 나중 문제다. 이제는 팔지 않으면 매달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 됐다. 상대적으로 자금형편이 낫던 대형 유통점들도, 월말까지 최저가 판매경쟁에 뛰어드는 것 또한 무관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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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024-04-19 19:53:06
정확한 분석이네요..
바보같이 2번 다시 누구도 믿지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