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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판도 바꿀 실수요, ‘병목현상’ 괜찮을까?
철근 판도 바꿀 실수요, ‘병목현상’ 괜찮을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9.16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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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악재 탈출 일주일 지났지만, 회복세 기대 이하
유통업계 조기납품 요청에도, 손사래..’추석 後 기약’
가늠하기 힘든 적체 수요, 해소할 공급주체도 집중
유통시장으로 옮겨진 보유재고..제강사는 부족 ‘편중’
실수요 필수코스 가공, 수요 대응력 줄어…병목 우려

철근 시장의 시선이 실수요 시장에 쏠리고 있다. 보유능력 이상의 재고가 채워진 유통시장의 추가 거래가 어려운 실정에서, 향후 철근 시장의 판도를 바꿀 동력으로 실수요를 주목하는 것이다. 실수요의 강도에 따라 유통 시장의 회복 ‘시점’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각별한 관심사다.

기상악재를 벗어나고 일주일 가깝게 지났지만, 철근 실수요 시장의 회복은 기대 이하였다. 제강사와 가공장 출하가 늘어난 상황에도, 억눌렸던 실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체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거래정체와 과다재고 부담이 컸던 유통업계는 실수요 현장의 조기 납품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건설현장은 추석연휴 이후를 기약하고 있다. 가늠하기 힘든 태풍 소식 등 기상악재까지 예고된 추석연휴의 현장관리 부담 탓에, 무턱대고 철근을 받아 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제강사는 물론 유통업계, 가공업계까지 추석연휴 직후 실수요 발주 예약만 쌓여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밀려 있는 실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철근 시장이 원활하게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이와 관련해, 크게 네가지 요소를 되짚어 볼 일이다.

첫번째는 ‘가늠하기 힘든 수요(수량)’다. 과거 철근 시장에서는 추석연휴 직후 집중출하가 해소되는 데에 일주일 가량이 소요되고, 그 여파로 제강사 보유재고가 5만톤 가량 급감하는 것이 경험적인 체감이다. 올해는 추석연휴 직전의 수요만 밀려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가을장마가 시작된 8월 하순 이후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실수요가 적체된 상황이다. 철근 실수요가 얼마나 밀려 있고, 얼마나 몰릴 지 가늠하기 힘들다.

두번째는 ‘수급주체의 집중’이다. 향후 철근 시장의 수요흐름이 실수요에 쏠릴 것이라는 전망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문제는 실수요의 절대적인 공급 역할도 제강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제강사와 유통시장에 실수요가 나눠져 있던 것과 달리, 특히 올해 하반기 철근 실수요는 제강사에 몰려 있다. 유통업계가 실수요 대응 기반을 상실한 것과, 공급불안과 가격적인 매력을 의식한 건설사들이 대거 제강사로 몰렸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보유재고의 편중’이다. 가을장마로 실수요가 멈춘 8월 하순 이후 철근 시장의 공급흐름은 유통시장에 집중됐다. 그 여파로, 유통시장의 보유재고는 더 이상 쌓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난 상태다. 반대로, 제강사 보유재고는 역대 최저수준인 16만톤 규모로 9월을 시작했다. 지난 여름 비수기의 출하가 예상을 크게 웃돈 데다, 대보수와 뜻밖의 생산차질 이슈까지 더해져 재고비축 기회를 갖지 못했다.

추석연휴 이후 실수요 적체를 해소할 공급주체는 제강사지만, 철근 재고는 유통시장에 옮겨져 있는 상황이다.

네번째는 ‘길목 좁아진 가공’이다. 제강사에 몰린 철근 실수요 가운데 절대적인 수량은 가공을 포함한 턴키 거래다. 하지만 필수코스인 철근 가공은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력난이 극심해진 데다, 7월 이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운영 부담이 큰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보다 철근 가공업계의 수요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가공장의 원철 공급이 원활하다 해도, 실수요 출하의 병목현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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