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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후 철근 시장은 왜 쳐질까?
추석이후 철근 시장은 왜 쳐질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9.29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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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시장에서 불편한 시나리오가 가시화 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요와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매물이 원치 않는 하향기류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다. 추석연휴 이후 신통치 못한 수요 흐름이 확인되면서, 철근 시장 안팎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

■ 시선 쏠린 실수요, 지지부진 체감은 왜?

수급개선의 기대가 실수요에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밀려 있던 실수요가 살아나야, 철근 시장 전반의 흐름이 회복되고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질 것으로 봤던 것이다. 하지만 추석연휴 직후 실수요 시장이 신통치 못하다는 체감이 많다. 기대만큼 뜨겁지 않은 실수요향 출하를 ‘지지부진하다’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건설업계는 ‘철근 업계가 느끼는 지지부진한 실수요 체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사현장 또한 늦어진 공기를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철근 이외의 건축자재 등 공사진행의 걸림돌이 될 특별한 문제도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장 철근이 없어서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수요 현장 또한 충분한 재고가 확보돼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지난 상반기처럼 다급한 패닉 발주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고 있다. 기상악재와 연휴 등으로 공사일정이 밀려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밀린 철근 수요가 한꺼번에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향후 공사현장의 진행속도에 보조를 맞춘 철근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수요 시장의 병목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유통에 집중되는 공급, 밀리는 가격…’불편한 시장’

철근이 유통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매도물량이 밀려나왔던 지난 8월 말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9월 말 유통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추석연휴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시세를 의식해, 목 찬 유통시장의 보유재고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두번째는 제강사의 월말 판매가 유통시장에 집중되는 것이다.

제강사 출하가 유통시장에 집중되는 이유를 세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번째는 실수요향 집중출하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점. 두번째는 마진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 대리점들의 구매력이 강한 점. 세번째는 제강사 입장에서 8만원 높은 유통향 판매가 매출과 수익을 챙기기에 유리한 점 등이다. 유통 대리점 입장에서도, 제강사 철근을 받아서 톤당 1만원이라도 마진을 챙기는 게 나은 선택이다.

대신, 철근 공급(매물)이 유통시장에 몰리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9월 말 현재, 국내산 철근 1차 유통(도매)시장의 SD40010mm 가격은 톤당 110만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110만원 미만의 최저가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추석연휴 직전까지 112만원 선을 지키던 것에 비하면, 2만원 이상의 가격하락이 연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없어서 못 팔고 못 사던 SD400·10mm 가격도 떨어진 마당에, 여타 강종과 규격은 낙폭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SD500강종은 톤당 103만원~104만원(엑스트라 별도), 시장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SD600강종은 100만원 선을 간신히 버티고 있다.

국내산 유통의 저가공세가 늘어나면서, 수입산 철근은 시장의 빈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미 적자판매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수입산 철근의 경우, 톤당 108만원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단 주요 수입업체는 국내산의 저가 추격을 멈추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 “순리의 시간이 필요하다”…정체 연장

상황을 종합한 결론은, 유통시장과 가공장, 수입, 건설현장까지 각각의 포지션에 충분한 철근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 어느 곳에서도 당장 철근이 부족해서 강한 수요가 일어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각 거점마다 쌓여 있는 철근이 소진되고 신규 구매가 일어날 때까지, 순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모두가 추석연휴 이후 시장을 겨냥해 철근 판매를 미루고 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쌓여 있는 재고로 인한 왜곡 문제는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시장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유통시장이다. 긴 거래정체의 피로감과 추석연휴 이후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 등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또 그 실망감이 시장의 거래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쏟아지는 매물의 판매단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현재의 시장은 가격을 낮춘다고 수요가 살아날 것도 아니지만,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 내기 위해 판매단가를 내리는 상황이다.

유통시장의 매물이 몰린 월말을 지나면 가격하락도 진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10월로 넘어간다 해서, 곧바로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시장에 쌓여 있는 철근 재고가 소진되고 신규 수요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남아 있다. 쌓인 재고가 해소되는 시점을 지목하는 것도 어렵다. 적어도 2주 정도가 지난 10월 중순 정도까지는 수급체감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남은 성수기 시장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게 됐다. 첫번째는 가을 성수기의 수급과 가격의 정점을 10월로 보기 어려워졌다. 10월이 아닌 11월을 성수기의 정점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두번째는 기대치의 하향조정이다. 11월이 가을 성수기 시장의 정점으로 보더라도, 시장의 기대만큼 큰 폭의 가격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무리한 기대심리가 만들어내는 왜곡과 혼선을 줄이고 선순환 거래에 나서는 것이, 남은 올 한해 시장의 바람직한 출구전략으로 판단된다.

불가피해진 순리의 기다림은, 기대치를 올리는 시간이 아니라 낮추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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