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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 재편 신호탄 될까?
철근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 재편 신호탄 될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9.06.0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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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유통 프로젝트 위험수위, '난감한 고민' 차단
막막한 현실 마주한 유통점, ‘야속한 사활 고민’
유통 프로젝트 자구책 가속화, 변화와 재편 ‘촉각’

“실수요 수주, 정말 안되는 건가요?” 제강사가 철근 유통점들의 질문에 답을 제시했다.

현대제철은 유통 대리점이 자의적으로 수주한 가공 턴키 실수요 프로젝트(이하 유통 프로젝트)를 인정하지 않는 방침을 4일 공식화했다. 사실상 수주를 중단해오던 유통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수용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당사자인 유통 대리점은 물론 동종 제강사까지 현대제철 발표에 비상한 시선이 당연했다. 제 각각의 평가와 향배를 예측하는 계산 또한 분주했다.

같은 입장에서 같은 고민을 이어온 동종 제강사의 동일 방침 선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철근 제강사의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을 전제로, 시장의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정리했다.

■ 유통 프로젝트, ‘미묘한 동거’ or ‘무한 경쟁’ 공존

이슈가 된 ‘유통 프로젝트’는 제강사의 유통 대리점이 실수요 시장에서 수주한 가공 포함 장기계약 물량이다. 제강사 역시 동일 형태의 수주경쟁을 벌이는 시장이다. 하지만 유통점이 수주한 프로젝트는 원철과 가공을 절대적으로 제강사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모호한 종속 관계가 유지돼 왔다.

그럼에도, 제강사와 자사 유통 대리점이 동일 실수요 건의 입찰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동일 건 수주경쟁에서 유통점이 소속 제강사를 이기는 상황 역시 드물지 않은 시장이기도 했다.

이슈의 무게를 정량적으로 공감할 필요가 있다.

사상 최대수요·최대판매를 기록했던 2017년 기준, 7대 철근 제강사의 유통향 판매(607만톤)에서 가공 턴키 실적은 13%에 해당하는 76만톤 규모였다. 엄격한 의미에서 유통점의 가공 턴키 실수요는 76만톤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함께 수주한 원철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유통 프로젝트 시장은 100만톤 규모로 추산된다. 일부 유통점이 자체적으로 가공을 해결한 프로젝트 물량은 포함되지 않은 계산이다.

■ 제강사, 도를 넘는 위험한 승부 “수용불가 당연”

철근 제강사는 거래관행과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급속하게 커진 유통 프로젝트 할인폭은 위기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유통점의 무분별한 할인폭 경쟁이 힘겹게 버텨온 판매·가격 체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 그동안의 거래관행 개선 노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명분은 ‘자의적으로’ 수주한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제강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큰 할인폭을 반영해 무책임한 수주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리하게 수주된 유통 프로젝트가 결국 제강사의 난감한 고민(유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에서,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강사와 건설사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 프로젝트 할인폭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것은 기선을 뺏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 방침은 넘어가는 기세를 되돌릴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 유통점, 이번에도 희생은 우리 몫 ‘분통’

유통점들은 눌러왔던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번에도 희생은 대리점 차지가 됐다”는 하소연도 쏟아졌다.

실제, 제강사의 프로젝트 수주중단으로 유통점은 막연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실수요 대응 유통점은 매출 붕괴를 넘어 사업구조 자체가 뒤바뀌는 의미다. 대다수 유통점의 운영 현실에서는 사활이 결정될 수 있는 문제다.

유통점은 제강사의 모호했던 태도를 먼저 지적했다.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 발표에 유통점은 물론, 동종 제강사들까지 크게 놀란 것은 ‘모호했던 침묵’의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명확한 방침의 예고로,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최소한의 준비에 나설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는 야속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의적으로 수주한 기계약 물량은 책임을 감수한다 해도, 향후 신규수주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실수요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의미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유통 대리점에 적용하는 1만원의 할인폭만으로 실수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제강사가 더 잘 아는 현실이라는 항변이다.

유통점은 왜곡된 거래관행 개선에 나선 제강사의 사투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만이 아닌, 제강사도 가공 턴키 수주중단이라는 더 확실한 승부수를 아끼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데, 단식은 유통점보고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 시장변화, 재편의 신호탄 될까?

유통 프로젝트는 철근 시장에서 고착화된 거래관행이기도 하다. 제강사의 수주중단 선언을 계기로 시장의 재편 여부와 향배에 관심 쏠리고 있다.

시장의 재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를 지켜봐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다만, 프로젝트 수주가 막힌 유통점들이 자구책을 본격적으로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선적이다.

제강사 방침과 별개로, 유통점이 실수요 수주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실수요 의존도가 높았던 유통점들은 당장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형편이다. 문제는 유통점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자구책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출발부터 막히는 한계는 원철(철근)이다. 유통점은 원철의 원가조절 능력이 없다. 유통 대리점에 적용되는 1만원의 기본할인으로 실수요 시장의 승부는 불가능하다. 이미 실행되고 있는 고육책은 현금력을 동원한 시중 최저가 유통물량 매입이다. 하지만 시중 매입만으로 실수요 물량을 충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이 역시 시세변동의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없다.

실수요 대응을 위한 전제조건인 가공의 자구책은 파트너십이다. 최근 유통점의 자체적인 가공발주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유통점의 가공견적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다. 자의적으로 수주하는 프로젝트 물량의 손실을 덜기 위한 고육책을 이미 찾고 있는 셈이다.

유통점과 가공사의 파트너십이 활발해질 수 있다. 유통점은 가공 파트너사를 찾아 가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가공업체는 유통점과의 파트너십으로 수주불안을 덜 수 있는 계산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유통과 가공 업계의 파트너십이 Win-Win의 외형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설득력이 된 파트너십이 가공단가 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할인폭)이 절실한 유통점 입장에서는 가공단가를 낮춰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최근 상당수 유통점이 제시한 프로젝트 최대 할인폭이 가공단가 인하 고육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공공연하다. 유통과 가공 업계의 파트너십이 자칫 새로운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태를 관망해오던 가공업계의 머릿속도 복잡해 졌다. 큰 흐름의 건설경기 침체를 이미 실감하는 현실에서 수주불안과 함께 노선의 갈등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가공’을 앞세운 제강사의 승부수가 이어지면서 향후 가공발주 주체의 불확실성이 큰 부담이었다. 제강사의 유통 프로젝트 수주중단 방침으로, 가공업계의 노선 고민은 더 깊어 졌다. 절대적인 발주 주체였던 제강사가 유통 프로젝트를 떼어내면서, 노선의 갈등이 ‘제강사’와 ‘유통점’, ‘건설사’로 늘어났다.

제강사를 이탈하게 된 유통점의 프로젝트 수주. 수주불안과 노선 갈등이 커진 가공사. 큰 자극을 받게 된 철근 실수요 시장의 변화와 재편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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