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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2편] 2021년 철근 대란, 진단과 전망...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특별대담/2편] 2021년 철근 대란, 진단과 전망...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6.02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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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책변화, 원자재·제품 핵심변수로 주목
非중국산 관심 높아졌지만, 대안 찾기 힘들어
“편차 큰 수출 오퍼, 변동성 리스크 경계해야…”
“단체전 인식 중요, 집단지성이 승부 가를 것”

극한 변동성의 파도에 술렁이는 2021년 철근 시장. 상식의 틀을 깨는 철근 시장의 변칙에 모두가 예외 없는 혼선을 겪고 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시장에서, 오랜 경험은 ‘최선’이 아닌 ‘최악’을 경계하는 지혜가 된다.

산전수전 백전노장 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는 누구보다 치열한 현역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경험의 연륜을 쌓아온 신 대표는 오히려 ‘넘치지 않는 부족함’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집단지성’을 강조했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그와, 변화의 기로에선 철근 시장에 대한 속 깊은 견해를 나눠봤다.

Q> 중국의 가격 급등락과 정책변화 등 철근 수입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 철근 시장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부탁한다.

A> 해외 출장을 나가지 못한 작년 2월 이후, 날이면 날마다 중국 시장을 보고 또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분석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어느 순간 해외 트레이더들이 저를 산소, 박사, Mr.Billet, 스승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더군요. 제가 잘 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서 잠 못 자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중국 철강산업의 기본 방향성은 ▲탄소중립에 입각한 고로 감산과 전기로 증산 ▲해외 수출 감축으로 내수 공급을 확대하는 물가통제.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 이슈(탄소중립)는 철스크랩, 선철, 환원철 혹은 반제품 수입을 늘리기 위해 5월 1일부로 해당 품목의 수입관세를 폐지(0%) 했습니다. 향후에 추가적인 조치로, 해당 품목의 내수 증치세(부가세) 13%를 축소하거나 폐지 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봅니다.

철근은 두번째 이슈(내수 물가통제)와 밀접합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1일부로 냉연코일과 아연도금코일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출 증치세 환급을 폐지하는 강력한 정책변화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로 인해, 철근의 경우 톤당 90달러 정도의 수출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추가적인 정책변화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보다 강력한 수출규제를 위한 수출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열연코일에만 10~30%의 수출관세가 부과되고, 앞선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에서 제외됐던 냉연과 아연도금코일의 수출환급만 없어진다면, 고로를 통해 생산되는 철근의 수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수출관세 부과 품목에 철근이 포함된다면, 중국산 철근 수입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으로 여겨 집니다. 거론되는 수출관세를 감안할 경우, 톤당 80~240달러의 수출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나올 것이며, 그 모멘텀을 주지하고 민첩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예상을 넘어선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를 계기로,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 의지나 신뢰가 강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령도 필요해 보입니다.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관련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세구역은 정책변화의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물론 보세구역 보관을 위해서는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정책변화의 리스크를 헷징 하는 요령으로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2008년만 해도,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중국의 수출이나 정책변화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원자재와 제품 시장 모두에서 중국은 절대적인 변수로 등극했습니다. 중국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판단하는 것이 모든 전망의 시작과 끝이 되었습니다.

Q> 중국의 변화와 견주어 일본이나 대만 철근 시장의 근황도 궁금하다.

A> 중국의 정책변화로 일본이나 대만 등 대체 공급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의 철근 시황이나 제반여건 또한 녹록치 않은 실정입니다.

코로나19로 해외 철근 메이커들의 KS인증 취득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베트남의 철근 메이커인 호아팟(Hoaphat) 외 몇 군데 동남아 및 인도 업체들이 한국향 철근 수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KS인증 취득이 언제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의 제강사는 대부분 월 2만5,000톤 전후의 작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철근 KS 인증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조난스틸, 치요다스틸, 후쿠에츠메탈, 오사카제철, 토피공업 등 5개 업체를 꼽을 수 있고, 월 2만톤 정도가 한국향 수출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기는 코로나19로 많이 위축된 상태이며, 철근 수출은 지정 상사를 통한 수의계약이나 입찰 방식도 혼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인접국인 대만에도, 철근 KS 인증 보유업체는 웨이치스틸, 로통스틸, E-Top스틸, 동화강철(도원) 등 5개 업체 정도가 있는데, 대만 내수경기의 활황으로 수출을 꺼려하다 최근(5월) 한국향으로 웨이치와 로통 2개사에서 약 2만5,000톤(7월 적) 규모가 올 들어 처음 성약 됐습니다. 동화강철은 한국향 철근 수출타진을 이제 막 시작한 상태이고, E-Top스틸은 내수경기 호황으로 아직 수출 의사가 없는 상황입니다. 대만의 철근 메이커들은 전부 직접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현실적으로 중국을 제외하고는 철근 수입의 적극적인 대안을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나마 기존에 KS인증을 보유했던 업체는 공장심사가 생략돼 재취득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HEAT NO 혹은 50톤 단위로 정부 공인시험 센터에서 검사를 받은 KS 상당품이 한국에 수입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Q> 변동성의 리스크가 커진 철근 수입시장은 어느 때보다 예민한 기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철근 수입시장의 향배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A> 한국의 철근 수입업체들은 ‘재정’과 ‘영업방식’ 모두 건강해 졌습니다. 최근 년도 들어 부실업체들이 거의 정리되면서 시장의 교란요소 또한 크게 줄었습니다. 수입 철근이 국내 철근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며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올 들어 월 평균 철근 수입이 7만톤(1~4월) 규모로 회복됐는데, 향후 몇 년간 철근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월 평균 8~10만톤 규모로 늘어나야 현재의 수급불균형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단가 상승은 수입물량 확대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하락의 위험성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판매단가의 상승이 수입단가를 상승시킨다는 뜻입니다. 불필요한 수입단가 상승은 국부를 해외에 넘겨주는 것이고, 시장의 생존 또한 위협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조악한 품질을 가진 철근이 시장에 다시 등장할 수 있는 개연성 또한 높아지는 문제가 됩니다.

앞으로 수입 철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원산지’나 ‘납기’에 따라 동일시점 수입(계약)가격이 100달러 안팎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국은 물론 대만이나 일본의 철근 메이커들도 수출가격의 주도권을 메이커들이 쥐고 휘두르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원가나 시장논리를 외면한 채, 수출업체 간 담합으로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수입업계가 각개격파로 대응에 나서다 가는 100달러 이상의 희생(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저는 최근 해외 철근 메이커들의 수출 오퍼가격이 하루에 200달러나 벌어지는 것도 봤습니다.

Q> 오랜 시간 다양한 철근 시장을 경험한 선배로써, 철근 수입시장에게 조언해 줄 말씀은?

A> 지난 2008년 한 수입·유통업체 대표의 방에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가 걸려 있던 기억이 납니다. ‘모자란 것이 지나친 것보다 낫다’는 뜻인데, 지나고 나서 느끼게 되는 게 문제입니다. “내가 너무 지나쳤구나. 잘못했네…”라는 후회가 남게 되죠. 문제는 그 무리한 선택의 여파가 너무 오래 가고, 어떤 것은 회복이 불가능한 일도 적지 않습니다.

철근 시장에서 구매(수입)를 하시든, 판매를 하시든, 약간의 모자람을 가지고 하시 길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시장의 변화가 너무 난폭하고, 예측하기 힘든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얼마나 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치판단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졌습니다. 철근을 수출하는 해외메이커나, 그것을 들여오는 수입업계나 ‘단체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한 명 한 명의 실력과 선택도 중요하지만, 극한 불확실성의 시장에서는 각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것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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