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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대담①] 러-우 전쟁 1개월, 철강시장 진단과 전망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심층대담①] 러-우 전쟁 1개월, 철강시장 진단과 전망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3.29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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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 상황, 원자재 시장 교란…’불확실성 극대화’
러-우 원자재 차단, 발등 불 커진 철강시장 ‘동분서주’
중국 등 대체 공급선 부상 전망, 새로운 교역질서 구축
러-우 역할 큰 원자재·반제품 집중타격…각국 자급 불능

전 세계가 신음하는 3년차 팬데믹 시대에, 러-우 전쟁은 새로운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직격탄을 맞은 철강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그 여파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러-우 전쟁 1개월을 보내는 시점에, 37년차 철강 무역인 신용규 페로다함 대표와 사태를 진단했다. 3편의 심층대담을 이어간다. 

Q> 러-우 전쟁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사태를 어떻게 지켜 봤는가.

A> 제가 사업활동을 하면서, 1998년 리먼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큰 충격으로 겪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산전수전을 겪은 저에게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불가항력의 상황이 발생되면서, 원자재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양국의 공급망이 교란돼 철강을 포함한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또한 선진국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면서, 하루하루가 거친 파도를 넘는 기분입니다.

신용규 페로다함 대표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우크라이나가 기적적인 항전에 나서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설사 양국이 휴전을 하더라도, 러시아산 원자재와 철강 제품이 시장에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나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여파로, 수출 경쟁력을 잃었던 중국이 재부상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제재를 받던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이 대체 공급선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교역질서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한국처럼 자원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엔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흐름을 각별한 의미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Q> 러-우 전쟁으로 전 세계 철강시장이 요동치는 이유와 파급경로를 자세히 듣고 싶다.

A> 러-우 전쟁으로 흑해 선적이 불가능해진 것도 있지만,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자재와 반제품 수출이 불가능해진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봐야 합니다. 물론 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의 철강 원자재와 반제품 공급이 중단된 것도, 전 세계 철강시장이 요동치는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대체물량 확보의 불안감 탓이 큽니다. 러-우 전쟁으로 3월~4월적은 물론 5월적까지도 기존 계약물량이 취소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원자재와 반제품을 의존하던 전 세계 철강산업이 당장 급한 3개월치의 대체 물량을 긴급하게 확보해야 하는 사정이 생긴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러-우 전쟁 직후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대란이 연출된 중요한 배경입니다. 

러-우 전쟁 여파로, ▲터키향 철스크랩의 경우 톤당 510달러→650달러로 상승했고 ▲유럽향 후판의 경우는 톤당 900달러 대→15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에 비춰보면, 품목과 지역에 따라 30%~70% 정도의 가격이 상승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의 국내 7개 은행에 대한 스위프트(SWIFT)에서 시작됐지만, 푸틴 정부와 긴밀한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도 개인 제재가 시작됐습니다. 여기에는, 거대 철강 제조사들의 오너들이 포함되어 부도가 발생된 업체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회사들의 조강생산은 연간 4,100만톤 규모로, 전체 7,160만톤의 57%가 제재 대상이 된 형국입니다.

더욱이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결국 유럽이나 UAE 상사 등을 통해 일부 교역 되던 러시아산 원자재가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이란산 제품처럼 원산지를 변경시키거나 혹은 도착 후 결제를 받는 등 정상적인 거래가 힘들어 질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세계 철강시장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귀결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러시아(7,560만톤)와 우크라이나(2,140만톤) 양국의 조강생산 능력은 연간 9,700만톤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수출은 4,557만톤이며, 평균 수출 비중은 47%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주요 수출 품목은 반제품인 슬래브와 빌릿으로, 이 물량이 무려 2,176만톤으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대상국의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EU가 1,246만톤으로 1위이며, 터키가 그 뒤를 이어 607만톤을 차지합니다. EU는 27개국이니, 단일 국가로는 터키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터키는 전 세계 7위의 조강국으로 지난해 생산량은 4,040만톤 규모였습니다. 참고로, 2021년 전 세계 주요 국가별 조강생산은 △1위 중국 10억 3,280만톤 △2위 인도 1억1,820만톤 △3위 일본 9,630만톤 △4위 미국 8,580만톤 △한국은 7,060만톤으로 6위를 기록했습니다. 

원자재인 철스크랩의 경우, 2021년 러시아는 479만톤을 수출했고, 대다수는 흑해 선적으로 터키향 이었습니다. 전 세계 철스크랩 교역량을 1억1,000만톤 규모로 볼 때, 4%에 해당하는 공급량을 차지하는 것이죠.

또 다른 원자재인 선철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품목입니다. 2021년 전 세계 선철 공급물량은 1,324만톤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공급량이 710만톤으로 54%에 달합니다. 미국과 중국, EU가 주요 수입국인데, 중국은 충분히 자체조달이 가능하지만 미국과 EU, 터키 등은 자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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