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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투기성 거래 리스크 조절 중요” 민메탈스코리아 조우호우 대표
[특별대담] “투기성 거래 리스크 조절 중요” 민메탈스코리아 조우호우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12.27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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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산업 정책변화 영향..수입 구도변화 뚜렷해질 것
내년도 중국 감산 연장, 일본산·대만산 주도 수입시장 예상
철강재 수출관세 단기간 변수 아닐 것..헝다그룹 변수 미미
"투기성 수요 조절 가능한 수입시장 만드는 노력 필요해"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그룹 민메탈스(中国五矿集团有限公司:MINMETALS)는 다국적 상사로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철강·금속 시장과 폭넓게 호흡하고 있다. 한국법인 민메탈스코리아 역시 30여년의 긴 시간을 한국 시장과 함께 해오고 있다. 

올 한해 철근 시장은 모두에게 각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수입 시장 또한 올해 철근 시세에 큰 변수를 자처한 것은 물론, 수급 이슈가 커진 내년 시장의 향배에 미칠 영향도 큰 상황이다. 관련 현안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판단이 중요해 졌다.  

민메탈스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조우호우(周吼) 대표의 내년 사업구상과 다양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Q> 독자분들의 이해를 위해, 민메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민메탈은 금속(철강·비철)과 광산 사업에 주력하는 다국적 무역회사입니다. 이 밖에도 야금, 건설, 무역,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활동을 영위하는 그룹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민메탈은 7,000억위안(약1,10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포춘지 500대 기업 가운데 65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민메탈스코리아는 1992년 한국에 대표소를 설립한 이후, 1994년부터는 100% 지분투자를 통한 법인회사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철근과 형강 등 건설자재 수입을 중심으로, 철강 원자재와 후판, 선재 등 일부 철강재를 수입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민메탈스코리아의 봉형강 수입은 20만톤 규모이며, 이 가운데 철근은 15만톤, H형강은 5만톤을 차지하는 구성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근 수입의 경우, 구성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산이 6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40% 수준으로 축소된 대신 일본산·대만산 수입비중이 60%로 늘어났습니다. 

민메탈스코리아 조우호우 대표
민메탈스코리아 조우호우 대표

Q>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상사로써, 그동안 한국의 봉형강 시장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

A> 메이커의 높은 시장 지배력이 우선적인 특징으로 느껴집니다. 메이커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 보니, 수급상황에 대한 개별 메이커의 영향력이 크고, 시장가격에 대한 견인력 또한 강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철근 유통시장에서는, 실수요 직거래보다 중소형 유통업체를 거쳐 바닥시장으로 공급되는 형태가 주류인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통시장 안에서의 경쟁도 치열하고 변동성과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수입 철근 시장에서 더욱 뚜렷해 보입니다. 철근 수입시장은 중소형 업체들이 많다 보니, 부족한 자금력이 거래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동성 문제 때문에, 투매가 일어나거나 시중가격이 급락하는 리스크가 커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H형강 시장은 중국과 상당히 비슷해 보입니다. 철근에 비해 수요처와 바로 연결되는 직거래 패턴이 많은 것은, 아시아권 시장의 공통적인 특징 같습니다. 메이커의 수익구조 조절능력이 강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으로 느껴집니다.


Q> 민메탈스코리아를 통해 철근과 형강 수입을 진행하는 한국 수입업체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신용장’과 ‘대행’의 운영이나, 수입품목 구성에 대한 변화가 궁금하다. 

A> 내년에도 민메탈스코리아의 업무 프로세스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신용장과 대행 또한 올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운영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행 업무의 경우, 거래업체의 자금력에 따라 규모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품목 구성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철근과 형강 위주의 거래는 유지되겠지만, 후판이나 열연코일, 냉연코일 등 판재류 품목을 추가 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한국의 철스크랩이나 철강재를 수출하는 사업도 검토 중입니다. 물론 한국산 철강재의 가격과 해외 시세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겠지만, 여건이 되는 대로 수출 기회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판재류의 경우는, 현재도 한국 업체와 수출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Q> 민메탈스코리아가 내년에 역점을 둘 사업과 중장기 비전으로 삼는 사업모델은 무엇인가.

A>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년에는 철스크랩과 판재류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사업을 런칭하는 것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중장기적으로도, 한국산 철강재 수출을 늘려가는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 민메탈의 내부 판단으로는, 중국 내 철강재 생산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중국산 철강재를 한국으로 수입해오는 기존 사업의 한계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를 고려해, 한국의 철강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죠.

이 밖에도, 과거에 왕성했던 비철금속 수입도 중장기적으로 늘려가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Q> 한국 업계는 중국의 철강산업 정책변화를 중요한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수출관세 부과 가능성’나 ‘헝다그룹 파산’ 등을 핵심적인 변수로 지켜보고 있다. 관련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지난 15일 중국 국무원관세세칙위원회가 ‘2022년 관세 조정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발표에는 철근이나 형강 등 주요 철강재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현지의 철강업계나 상사들은 단기간 내 철강재에 추가적인 수출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내수시장의 가격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국 철강재 가격이 상반기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수준의 가격회복에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물론 중국 내 철강재 가격이 다시 폭등하거나 수출이 급증하는 상황이 재현된다면, 중국 정부도 철강재 수출관세 카드를 다시 검토할 수 있습니다. 

‘헝다그룹 파산’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헝다그룹이 재무구조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아직 파산 상태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사태수습이 진행중이며, 파산보다는 기존업체에 인수되는 방향이 유력하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헝다 사태로 인한 중국 내수시장 충격이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현지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영향에 대한 평가는 다릅니다. 

오히려 중국 건설시장은 부동산 규제완화 호재로 내년에도 견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정부의 인프라 투자 호재 또한 내년 중국 내 철근 수요가 줄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대요소 입니다.


Q> 중국의 철강 감산과 수요 호조, 가격급등이 맞물린다면, 한국산 철근의 중국 수출도 가능한 것 아닌가. 중국에서는 수냉식 철근에 대한 규제도 있다던데, 사실인가.

A> 가격을 떠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으로 철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KS처럼 GB인증 취득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해외 메이커는 GB인증 취득이 쉽지 않아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중국 현지 메이커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 이구요. 제가 아는 것 중에는, 말레이시아의 얼라이언스스틸이 중국에 철근을 수출한 사례로 유일한데. 이 회사는 중국 업체의 지분투자 관계로 해당 투자사의 GB인증 브랜드로 중국 시장진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철근 대부분이 공랭식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수냉식 철근에 대해 특별한 제한은 없습니다. 인식의 차이일 뿐, 규제사항은 아닙니다.  

빌릿 수입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빌릿은 중국 현지에서도 수입 수요가 활발하기 때문에, 한국산 빌릿의 중국 수출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Q> 올해 하반기 한국의 철근 수입시장에서는 일본산과 대만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내년 시장의 구도는 어떻게 보는가.

A> 내년에도 일본산과 대만산이 한국의 철근 수입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산 철근은 중국 정부의 감산과 수출 규제가 여전히 강할 전망입니다. 생산과 수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내년 중국산 철근의 수출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의 메이커들도 가격이나 수급 등의 확실한 매력이 아니라면, 적극적인 수출에 나서지 않을 것 예상됩니다. 내년 시장에서 일본과 대만 철근 메이커들의 KS 신규 취득이나, 기존 수출업체의 한국향 수출물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중국은 철강재의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도 최근 주요 메이커가 앞장서는 전자상거래 이슈가 커진 상황이다. 철강재 전자상거래의 경험과 조언을 듣고 싶다.

A> 중국 철강시장의 전자상거래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메이커가 운영하는 형태. 두번째는, ‘쿠팡’ 처럼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적절한 판매와 구매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종합서비스' 형태가 주류인 상황입니다. 종합서비스 형태의 전자상거래는 제품을 사고 파는 것 뿐만 아니라, 물류와 뉴스(정보), 커뮤니티 등 거래와 관련해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메이커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가 비주류인 이유는, 중국시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 개별 메이커가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의 한계가 큽니다. 그렇다 보니, 기존의 거래가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전환되는 수준에 그치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두 가지 형태의 전자상거래가 병행되는 것은, 거래에 따라 장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거래의 경우 종합서비스 방식 전자상거래의 만족도가 높은 반면, 규모가 큰 수요처일 경우 메이커와의 직접거래가 거래조건도 탄력적이고 효율성이 높습니다.

한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오프라인 거래가 전자상거래(온라인)로 대체될 경우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메이커의 기존 거래 풀(pool)이 의미 없어지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입니다.   
  

민메탈스코리아 직원들과 함께

Q> 끝으로, 한국의 봉형강 수입 업계나 시장과 나누고 싶은 공감대가 있다면?

A> 봉형강 수입시장의 일원으로써, ‘투기성 거래의 리스크를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8월~9월 철근 수입시장에서는, 계약량이 과도하게 많았습니다. 여신한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하반기의 부메랑이 됐던 투기성 수요(수입)를 조절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올해 상반기는 모두에게 기회가 많았던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시황변화가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내년 시장은 올해보다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려웠던 시간을 지혜롭게 넘기고, 내년 시장에서 협업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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