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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1편] 2021년 철근 대란, 진단과 전망...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특별대담/1편] 2021년 철근 대란, 진단과 전망...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6.01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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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재價 광풍, 신기루 될까? 지속될까? 관전
글로벌 원자재 충격, 코로나19로 넘치는 유동성
수급불균형 심화, 내수공급 한계..수입역할 확대
유가·환율 안정 08년과 달라..극심한 변동성 부담

극한 변동성의 파도에 술렁이는 2021년 철근 시장. 상식의 틀을 깨는 철근 시장의 변칙에 모두가 예외 없는 혼선을 겪고 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시장에서, 오랜 경험은 ‘최선’이 아닌 ‘최악’을 경계하는 지혜가 된다.

산전수전 백전노장 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는 누구보다 치열한 현역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경험의 연륜을 쌓아온 신 대표는 오히려 ‘넘치지 않는 부족함’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집단지성’을 강조했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그와, 변화의 기로에 선 철근 시장에 대한 속 깊은 견해를 나눠봤다.

Q> 판코리아메탈과 개인적인 근황이 궁금하다.

A> 코로나19 사태로 의외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작년 2월 말 한국에 들어온 이후 해외 출장은 못 가게 되었네요. 암담하고 한가한 생활을 보내게 될 줄 알았는데, 완전히 착각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이 봉쇄되면서 만나는 것이 불가능해 지니, 전화나 이메일, 메신저 등 여러 나라 상사 및 제조사들과의 정보 교신을 하는 일이 너무 많아져서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정보교류에 대한 갈증이 커진 탓에, 기존 인맥을 위주로 저처럼 연식이 좀 된 사람을 찾는 일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이번 바이러스 대란은 새삼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교류는 단절됐지만, 예측하기 힘든 시장의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변동성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고, 반박자 빨라야 하고, 향후 흐름을 예측하고 대응안을 짜서 실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직업이 컨설턴트 비슷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1985년부터 철강과 인연을 맺고, 1995년에 독립하여 철강 전문 기업으로서 3국간 거래, 수입, 수출, 내수 등 여러 사업 형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업의 일을 직접 챙기면서 현역으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3국산 거래, 수출, 수입 등 두루두루 가족들과 함께 거래 알선 위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거래 품목은 빌릿, 철스크랩, 철근 등 입니다. 주요 공급국은 러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한국 등이며, 주요 판매 시장은 중국과 필리핀, 대만, 한국 등입니다.

Q> 글로벌 철근 시장의 격변을 바라보는 감회가 각별할 듯 하다. 지난 연말·연초 원자재 대란 이후, 국내외 철근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지켜봤는가?

A> 철근 수입시장의 1세대 주역들은 1988년~1933년 200만호 주택 건설 시절에 주로 터키산을 취급하던 분들이고, 저는 1997년 IMF 사태 이후인 2001년~2013년까지 철근 수입하여 내수 시장에 공급하였으니 2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IMF 시절에는 3국간 무역 중개업을 주로 하여 실질적인 내수영업은 없어서 비교는 어렵지만, 해외에서 한국의 신인도가 추락해 한국의 은행에서 발행하는 신용장은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대만에서 ‘한국이 힘드니, 밥은 우리가 사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6달러짜리 호텔에서 숙박을 하면서, 부동산이나 골프 회원권이 90%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지켜 보기도 했습니다.

1997년 IMF 사태는 한국의 체력이 너무 부풀려져서 발생한 것으로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가 컸습니다. 2007년~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담보채권 부실로 발생한 사태로, 말 그대로 글로벌 경제의 충격과 후유증이 확산됐던 일입니다.

저희 판코리아메탈은 2008년 당시 수입 철근 내수 영업 및 3국간 거래로 1,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1월부터 7월까지 180억원의 이익을 남겼지만, 8월부터 12월까지 300억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오일 가격은 배럴 당 60달러 대에서 160달러 대까지 치솟았고, 환율 역시 달러당 1,000원에서 2,000원 선까지 뛰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철근 5,600톤의 결제금액이 56억원에서 112억원으로 뛰는 등 진행중이던 거래물량들의 결제금액이 눈덩이로 불어나면서, 결제를 걱정하던 은행직원들이 저희 회사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습니다. 해당 년도 철근 최고 가격은 6~7월 톤당 16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연말에는 40~50만원 대까지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불과 반년만에 철근 가격이 3분의 1토막도 안되는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죠.

2019년 말~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경제를 팬데믹의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코로나19 변수가 과거 1997년이나 2008년과 다른 것은, 전 세계적인 악재였지만 코로나19 대응에 따라 국가별 경제와 교역의 불균형이 심하게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의 선방이 글로벌 철강재 시장을 뒤흔든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철근 시장은,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건설향 기준가격이 톤당 66만원 언저리에 머물다, 4분기에 2만5,000원, 2021년 1분기에 3만원, 2021년 2분기에 8만8,000원 인상됐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철근 시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중 유통가격을 눈 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철근 고시가격은 철광석이나 철스크랩 가격 변동에 비하면, 분기 가격결정 시스템 하에서 극히 안정적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면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철근 수급구조는 무너졌고, 5월 말 현재 실질 유통가격은 분기 기준가격을 50만원 이상 추월하여 14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철근 가격이 160만원대까지 뛰었다 40만원 대까지 떨어졌던 2008년을 연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철근 시장의 핵심이슈는, 지금 같은 광풍 현상이 ‘2008년의 신기루처럼 급등 후 급락 될 것이냐’. ‘급등 후에도 지속적으로 갈 것이냐’가 최고의 고민인 것입니다.

Q> 글로벌 철근 시장이 대란에 직면하게 된 원인과 배경을 어떻게 진단하나?

A> 여타 철강재를 포함한 철근 대란 역시 글로벌 원자재 충격에서 중요한 출발점 찾아야 합니다.

지난 2020년 1월 톤당 94달러(CFR)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이 2021년 5월 상순 톤당 237달러(CFR)까지 치솟은 이후 현재는 190달러 미만으로 조정된 상황입니다. 일본산 철스크랩 가격 또한 2020년 1월 톤당 2만7,000엔(FOB)에서 2021년 5월 중순 톤당 5만엔(FOB)까지 찍고, 이제 막 조정이 시작됐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철강 원자재 가격은 2020년 3월이 최저점이었고, 2021년 1월부터 본격 상승해, 2021년 5월 상순과 중순에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의 발생 이후 극도로 위축됐던 상황이 지난해 3월 전후였고, 이후 ‘코로나를 선제적으로 방어한 중국’과 ‘역대급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재정정책 및 인프라 구축을 서두른 미국’이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유동성이 극도로 풍부해지면서 건축 붐이 일어난 것을 가장 큰 배경으로 봐야 합니다. 즉, 수요의 급증을 공급이 못 쫓아가는 구조적인 불균형이 심화된 것입니다.

2021년 한국의 철근 수요는 국내산과 수입산을 포함해 1,150만톤 규모로 전망됩니다. 올해 실제 수요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지만, 전년 대비 최소 3~5%의 증가폭만 감안해도 연간 40~50만톤의 추가 공급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풀가동에 나서고 있는 제강사의 생산은 더 늘어나는 데에 한계가 있고, 1%도 안되는 수출물량을 내수로 전환시킨다는 것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구조적인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입량을 늘리는 것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력 공급선 역할을 해온 중국의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소문으로 돌던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가 지난 5월부로 실행되면서, 4월과 5월 선적분으로 2개월 동안 10만톤 규모의 중국산 철근 수입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5월 12일 중국 정부가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중국 내 철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신규 물량 확보가 가능해 졌다는 점입니다. 오는 6월 말과 7월 적으로, 8~10만톤 규모의 중국산 철근 신규 계약이 이뤄져 약간의 해갈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산지별로, 일본산 3만톤, 중국산 3~4만톤을 포함한 6~7만톤 정도가 6월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7월에는 일본산 2만톤, 대만산 2만5,000톤, 중국산 6~8만톤을 포함해 약 11~12만톤이 들어와 역대 7월 철근 수입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철근 시장의 수급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고민과 불안이 풀리지 않습니다.

Q> 2021년의 시황을 2008년과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볼 때, 2008년과 2021년의 철근 시장을 어떻게 비교 평가 하는가?

A> 2008년의 철근 시장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것이 아니라, 독이 든 성배처럼 쓰고 위험했습니다.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사라진 환상 같았죠. 160만원까지 치솟았던 당시 철근 가격이 어느 날 40만원이 되었고, 빌릿은 1,200달러에서 200달러로 곤두박질 쳤던 시절입니다. 철근 수입은 130만톤 선을 넘어섰고, 수입업체들도 50여개 이상이었습니다.

2021년 오늘 역시 우리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도 주제넘습니다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업스트림(Up Stream)의 가장 상단에 있는 제조사, 수입업체부터 최종의 다운스트림(Down Stream)에 있는 건설사들까지 전부 풍부한 유동성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는 넘어섰고, 수급의 불안으로 140만원 대까지 치솟은 철근 가격이 7월 말~8월 초부터는 110~120만원까지는 내려설 것으로 보여집니다.

2021년이 2008년보다 한결 좋은 여건인 것은 유가와 환율의 안정성, 그리고 폭발적인 수출의 증가입니다.

국가마다 코로나 확산이나 백신 보급정도가 달라서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입니다만, 이 아슬아슬한 골디락스 상황은 최소 2~3년 이상은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위축되는 시기는 2023년 이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보의 네트워크 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비교입니다. 2008년에도 인터넷은 있었지만, 그 활용이 2021년의 시장처럼 활발하고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각자가 효과적인 정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해 졌지만, 정보의 불균형과 공백을 없애는 것 또한 시장 전체가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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