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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대담③] 러-우 전쟁 1개월, 철강시장 진단과 전망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심층대담③] 러-우 전쟁 1개월, 철강시장 진단과 전망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3.31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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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현상이 달라…'스테그플레이션' 상황 연출
제조업계 원가충격·수요업계 부실위험, 둘 다 걱정
유가-환율 연동성 예의주시…유동성·리스크 관리 최선

전 세계가 신음하는 3년차 팬데믹 시대에, 러-우 전쟁은 새로운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직격탄을 맞은 철강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그 여파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러-우 전쟁 1개월을 보내는 시점에, 37년차 철강 무역인 신용규 페로다함 대표와 사태를 진단했다. 3편의 심층대담을 이어간다.

Q> 봉형강 시장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원자재·제품 가격의 연쇄 급등과 수요침체가 맞물리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많다.

A>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원인과 현상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재나 반제품의 수요처인 제강사는 원자재가 없으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며, 고정 비용이 높아지는 부담을 떠안게 되죠. 하지만 건설용 자재인 봉형강은 결국 부동산 경기와 연동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봉형강 수요의 감소는 물론 원가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기 힘든 구조가 됩니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면서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으로 자산의 거품이 생겼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이 요구되는 시대에, 러-우 전쟁으로 인한 원가상승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원가충격에 시달리는 제조업계’와 ‘부실 위험이 커지는 수요업계’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원자재의 공급망 교란과 가격폭등으로 발생된 스테그플레이션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후유증이 1~2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우려입니다. ▲러시아의 복귀 ▲대체 공급망의 형성 ▲탄소중립 등으로 감내해야 할 비용의 예측이 안됩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빌릿도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원화절하의 이유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았던 한국 내 철스크랩 가격과 러시아산 빌릿 수출의 차질을 중요한 이유로 봐야 합니다. 반제품과 제품의 수출이 어쩌면 국내 시장의 스테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Q> 철근 수입시장에 대해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수요와 공급의 잠재적인 불균형 뿐만 아니라, 과도한 보유재고, 환율 등 다양한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수입시장 전반의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보이는데.

A> ‘황금시대(Golden Period)는 끝났다’고 받아 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250만호 건설에 편승해, 철스크랩 100만원·철근 150만원 시대가 올까요? 저는 철스크랩 100만원에는 베팅하지만, 철근 150만원에는 베팅 안 합니다. 

제가 직접 수입업을 하던 시절에,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환율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환율은 유가와 밀접한 연동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가와 환율을 함께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8년보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많습니다. 원유 또한 14억 배럴을 수입해 5억 배럴의 석유 제품으로 다시 수출 하지만, 아직도 9억 배럴 정도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봅니다.

배럴 당 10달러가 올라가면, 90억 달러의 무역수지가 악화됩니다. 배럴 당 160~170달러를 분기점으로 봅니다. 개인적인 관측으로는, 유가 200달러  대도 가능하며, 이렇게 되면 환율은 1,300~1,400원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화를 가지고 계신다면, 달러로 예금하시고, 결제용 선물환은 사전에 헷징 하시 길 권하고 싶네요.

최근에 깜짝 놀랄 일이 있었죠. 일본의 엔화가 달러당 123엔대까지 폭락하는 것을 보고, ‘안전자산으로서 구실은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여전히 금리를 못 올린다면, 터키처럼 절하는 계속될 것이고, 130엔도 무너질 수 있으니 금리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전 세계는 하루에 1억 배럴의 석유를 사용하고, 선물까지 포함하면 거래량은 그 10배인 10억 배럴입니다. 변동성이 엄청 큽니다. 하루에 500만 배럴을 공급해오던 러시아의 변수 때문입니다.

코로나 봉쇄 조치가 확대된 중국의 내수시장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출 오퍼가 나오면 전부 단납기 조건입니다. 단납기 거래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질 일입니다. 3월 말 현재 국내 수입 철근 보유재고는 22만톤(인천항) 규모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현재의 철근 시장은 불확실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리스크도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 선 안됩니다. 

자칫 단납기 조건의 수입계약 물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보유재고가 눈덩이로 불어나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의 신규 계약은 꼭 필요한 수량만 진행하시어, 유동성 조절과 리스크 대비에 차질이 없으시 길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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