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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대담②] 러-우 전쟁 1개월, 철강시장 진단과 전망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심층대담②] 러-우 전쟁 1개월, 철강시장 진단과 전망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3.30 0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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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원가상승 반영, 실수요 업계와 갈등 배가
글로벌 철강 시장 지형 변화, 대체 공급선 시선집중
러시아 세컨더리 제재 한국에도 큰 부담…자급력 기대
원자재 시장 주도권, 수요처→공급처 전환 과도기 ‘주목’

전 세계가 신음하는 3년차 팬데믹 시대에, 러-우 전쟁은 새로운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직격탄을 맞은 철강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그 여파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러-우 전쟁 1개월을 보내는 시점에, 37년차 철강 무역인 신용규 페로다함 대표와 사태를 진단했다. 3편의 심층대담을 이어간다.

Q> 한국 철강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러-우 전쟁이 한국 철강시장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향배를 판단하는 주안점은 무엇인가.

A>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은 전쟁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고 철스크랩 자급도가 85%로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철스크랩 자급도가 20%에 불과하고 전쟁지역 인근에 위치한 터키보다 한결 부담이 덜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도 여파를 빗겨 갈 순 없습니다. 러-우 전쟁의 직간접 여파로, 지난 한 달 동안 철스크랩 가격이 5만4,000원(8%) 정도가 상승했고, 전기로 제강사들의 직접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불가피한 과정에서, 실수요 업계와의 갈등이 배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제가 보기엔, 전기로보다 고로의 고통이 더 커 보입니다. 특히 제강용 원료탄 가격은 지난 2월 20일 기준 톤당 440달러(FOB)에서 670달러를 찍고, 3월 25일 599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니 30~40%의 상승 압박을 받은 셈입니다. 조강 1톤을 생산하기 위해 0.7톤의 원료탄이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톤당 112달러 전후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연탄과 석유, 가스 등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 비중이 높은 에너지 비용의 상승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한전의 적자를 감수하고 강제적으로 3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동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죠.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전기로는 물론, 철강산업 전반의 원가상승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유연탄의 영향을 받고 있는 시멘트나 유가 부담이 큰 물류비도 문제입니다. 석탄·석유의 가격상승은 유연탄을 0.1톤 써야 하는 시멘트의 가격상승이나, 화물 운송비의 인상과 해상운임 인상으로 귀결됩니다.

Q> 러-우 전쟁의 향배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철강시장의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다. 

A> 그렇습니다. 이미 글로벌 철강 무역의 지형도는 바뀌고 있습니다. 러-우 양국은 ▲철스크랩 479만톤(전 세계 공급의 4%) ▲선철 710만톤(54%) ▲반제품 2,176만톤(50%)에, 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수출 규모가 4,555만톤에 달합니다. 전 세계 교역량 4억7,000톤의 약 10%에 해당하는 셈이다. 여타 국가에서 긴급 대체 물량이 등장해 20~30% 높은 가격으로 각 국의 철강 제조업체에 팔리는 상황입니다. 

슬래브의 경우, 사이즈가 한정적이고 진공탈가스(Vacumn Degassing) 설비가 없는 동남아(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포함, 인도산, 중국산까지 유럽 향으로 톤당 1,000달러(CFR) 대에 100~150만톤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인도산 후판·열연·코일은 유럽으로 톤당 1,150달러(CFR) 대까지 판매 되고 있습니다.

증치세 환급이 폐지된 중국산 빌릿은 대만과 필리핀 향으로 톤당 810~820달러(CFR)에 30만톤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산 빌릿도 톤당 780달러(FOB) 대에 대만으로 2만톤 가량 성약된 소식이 들립니다.

또한 철스크랩과 선철을 소재로 판재류를 생산하는 미니밀 비중이 높은 미국은, 인(P) 성분을 0.1% 미만으로 관리하는 브라질산 선철을 올해 12월적으로 톤당 1,000달러(CFR) 이상에까지 구매했습니다. 인을 0.13~0.15%로 관리하는 인도산도 미국향으로 톤당 915달러(CFR) 수출된 데 이어, 수출관세가 20%나 되는 중국산 선철까지 구매를 검토하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전 세계 조강생산은 고로 70.8%와 전기로 28.7%로 구성됩니다. 전기로 생산 가운데 국가별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다수 국가들은 전기로 생산 비중을 높이고, 고로에서도 컨버터의 철스크랩 투입 비율을 높여 철스크랩 사용률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기로 생산비중을 68%→80% 이상으로 높이고, 중국은 10% 대에서 2025년을 목표로 30%까지 높이는 추세입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려서, 대체 공급선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으며 인도가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중국산 슬래브도 유럽까지 거래가 시작됐고, 미국에는 선철이 공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 원자재나 반제품이 중국에 저가 판매되거나, 중국 보세구역으로 이전 후 3국으로 판매하는 방안이 적극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올리가르히가 속한 MMK, SEVERSTAHL, METALLOINVEST의 경우, 러시아 내에서 제재 대상인 7대 은행을 제외한 타 은행을 통해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판매채널을 찾는가 하면, 러시아 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 인프라 확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철스크랩 수출관세를 톤당 100유로→290유로로 올리는 안도 강구되고 있습니다. 

일단, 러-우 전쟁으로 급등했던 철스크랩과 빌릿 가격은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흑해 철스크랩이나 빌릿이 소량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심도 듭니다. 단, 유럽의 열연 코일과 후판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한국 시장에 국한 지어 볼 때, 러시아산 세컨더리 제재가 실현된다면 한국 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은 훨씬 커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고로용 원료탄 전체 수입량 3,144.5만톤 가운데 러시아산이 511.8만톤, 16.3%. 철스크랩 전체 수입량 479.7만톤 가운데, 극동항에서 선적된 수량은 57.3만톤(12.0%)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대체재를 찾을 수 밖에 없으며, 원료탄의 호주산 및 인도네시아산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중량 비중이 높은 러시아산 철스크랩(A3)의 부족은 원거리인 미국산이나 호주, 뉴질랜드산은 물론, 컨테이너 철스크랩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시대의 철스크랩 수요 증가, 일본산 철스크랩의 공급 감소 등도 큰 고려 요소입니다. 

즉, 철스크랩 시장의 주도권이 수요처에서 공급처로 바뀌는 전환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량 부족은 인도계 전문 상사들을 통한 중남미, 아프리카, 호주 지역에서 소싱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2021년 한국의 철스크랩 수입량 478만톤 가운데, 벌크는 일본산 307만톤, 미국산 72.6만톤, 러시아산 57.3만톤, 호주산 4.3만톤, 뉴질랜드산 2.2만톤 등 총 443.4만톤으로 추정됩니다. 즉, 벌크 93%, 컨테이너 7%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철스크랩 수입비중은 대만의 60%나 파키스탄의 40%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습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철스크랩 자급도가 85%나 되어 전쟁으로 인한 불가항력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에 안심도 됩니다. 인도는 80%의 자급도여서 어느 정도 버티지만, 완제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시키는 것을 보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철스크랩 자급도가 20~30%에 불과해 공급국에 휘둘리는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를 보면, 한국 시장의 체력에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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