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근 유통가격이 월말 들어 슬금슬금 밀리고 있다. 누군가는 팔아야 하는 이유가 남았는데, 안 팔리니까, 가격이 밀리는, 약세장의 단순한 공식이다.
11월 4주차 현재, 국내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톤당 70만5,000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지난 주까지 71만원 선을 꿋꿋하게 버티던 것에 비하면, 5,000원 정도 가격대가 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월말 시세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 당초 이맘때 쯤의 월말 시장에는, 당월 거래를 마치고 다음 달을 기약하는 파장분위기가 뚜렷했다. 가격 또한 하락을 멈추거나, 일정폭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11월 말은 무엇이 달랐을까?
매출부족이 우선적인 약세요인으로 꼽힌다. 11월을 보내는 동안 가격방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월말까지 매출(자금)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부족한 매출을 채우지 못한 유통점들은 많은데’, ‘월말 시장의 수요흐름은 끊겨 있으니’, ‘종전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하향판매’가 나오는 논리다.
다시 살아난 고점인식도, 월말가격이 뒷걸음질 치는 이유다. 11월 하순의 주 단위 가격인상이 시중가격의 상승을 이끌고 방어한 효과를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가격인상이 끝난 이후에는, 취약한 시장기반이 다시 드러나게 된다. 월말까지 매출 만회를 위한 매물도 이어지면서, 고점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12월의 전초전이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은 어느 때보다 월 초순의 매출경쟁이 치열하다. 중순을 넘어서면, 일찌감치 파장 분위기가 만들어지던 과거 연말의 경험 때문이다. 한 달 한 달의 매출에 유동성을 의존하고 있는 유통점들 입장에서는, 12월의 승부가 긴장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11월의 매출공백을 12월에 만회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경쟁이 치열할 12월보다, 11월 말에 한 발 앞선 매출확보에 나서는 게 낫다’는 거래심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