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철근 시장에서 수출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던 철근 업계에 천금 같은 회생의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수출 특수였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 철근 가격이 끝없이 무너지던 절망적인 시장에서, 극적인 반전의 출발점은 지난 연말 ‘미국향 수출’ 이슈였다. 대규모 수출 계약이 올해 1분기에만 30만톤 넘게 실행되면서 불황 속 동절기를 고비 아닌 탄탄한 반전의 발판으로 만들었고, 2분기 성수기 시장 또한 30만톤 이상의 수출 특수가 깔아준 활주로를 날아올랐다.
만약, 올해 상반기 철근 시장에서 수출 특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보라. 아마도 절정의 내수침체 시황에서 재기 불능의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는 아찔한 예상도 어렵지 않다. 매월 10만톤 규모의 수출이 바닥을 깔아줬기에, 내수시장의 출혈판매 악순환을 끊고 가격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또 몇 번을 곱씹어도, 2026년 철근 시장을 구사일생으로 끌어올린 구세주는 단연코 ‘수출’이었다.
철근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 관세정책으로 한국 철근 시장을 한번 살렸고, 중동 전쟁으로 한국 철근 시장을 두 번 살렸다’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트럼프 관세폭탄의 부작용으로 미국향 철근 수출의 기회가 열렸고, 중동 전쟁으로 치솟은 환율이 동력을 잃어가던 철근 수출의 의욕을 다시 높여주는 효과를 냈다는 뜻이다.
철근 시장을 살린 일등공신, 수출을 어떤 의미로 남길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영업적 ‘득실’이 아닌 ‘기능’의 관점으로 철근 수출을 평가해야 한다. 장기전을 이어가는 최악의 경기불황에서 수출은 이제 철근 산업의 생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셋팅값이 됐다. 내수판매와 수출을 저울질하는 득실 계산이 아니라, 철근 산업의 생존을 지탱하는 안전핀 역할로 수출의 의미를 바꿔야 한다.
‘경험’의 관점도 중요하다. 2020년대 들어 철근 업계는 ‘최적 생산·최적 판매’의 경험으로 생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번 철근 수출에 대한 경험으로, 내수시장에만 매달리던 생존전략에서 수출을 병행해 영업정책의 효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내는 생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지금 수출의 득실을 고민하고 있는 철근 제강사에 ‘십시일반의 미덕을 떠올려 보시라’ 권하고 싶다. 밥 한 숟가락씩의 양보와 희생이 누군가 한사람이 아닌, 철근 산업 전체를 살려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