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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②] "무역의 눈으로 철근 시장을 진단하다"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특별대담②] "무역의 눈으로 철근 시장을 진단하다"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5.09.24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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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시장 생태계 변화의 주체는 제강사, 레드오션 속 생존경쟁 '치열'
빌릿과 철근, 스크랩까지 탄력적인 수출 확대 나서야...해외 사례 주목
수출, 선택과 집중의 카드, 해외 시장 공략의 융통성 높이는 노력 필요

철강 무역 30년.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는 국내외 철강 시장의 굴곡을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는 현역 무역인의 1세대다. 누구도 예상하거나 겪어보지 못한 불황,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충격이 생존을 위협하는 요즘. 모두의 관심사는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고민이다. 베테랑 무역인의 유연한 시선이 불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Q> 이번 불황을 겪은 철근 수입시장의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합니까?

A>
현 상황에서는 철근 수입시장의 향배 예측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연간 10만톤~15만톤 정도는 전체 철근 시장의 2%에도 미치지 못하며,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내고 있으므로 결국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고려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반덤핑의 가능성입니다. 

최근처럼 시장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보다 약 30%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철근은 월 1만톤도 되지 않지만 덤핑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중국이나 대만은 내수 가격보다 낮으면 아예 수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산이나 대만산 철근에 덤핑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그러나 일본산은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일본 내수시장은 극도로 침체되어 있습니다. 열연 코일의 경우 중남미·아프리카·중동 지역에 CFR 510달러 전후로, 내수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산 판재류나 H빔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내수가보다 낮은 수출가는 언제든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페로다함(구.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두번째는 관급 조달 방식의 변화입니다. 

관수 철근의 조달 방식이 다수공급자계약(MAS) 체제로 바뀌어, 하한가격 없는 완전경쟁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입 철근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관급 현장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국산 철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을 지는 불확실합니다. 혹시 가공철근의 형태라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2030년까지 135만 세대 건설 계획에도 큰 기대를 걸긴 어렵다고 봅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장에 약간의 ‘영양제’ 역할 정도는 하겠지만, 남북통일과 같은 특수가 없다면 한국 건설 시장의 쇠퇴는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생태계가 바뀌어야 할 주체는 제강사라고 봅니다. 경쟁력에 따라 살아남고 도태되는 구조조정은 반드시 거쳐야 할 산입니다. 톤당 10만원 이상 적자가 나는 ‘레드오션’에서, 생존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요?

Q> 불황 속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출 돌파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의 빌릿과 철근 수출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각광받는 품목은 전기로에서 스크랩을 대체하는 ‘고로산 빌릿’입니다.

전 세계 스크랩 교역량은 약 1억1,000만톤, 빌릿 교역량은 약 4,500만톤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산 고로산 빌릿이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등 전기로 업체에 신규 판매된 물량이 약 1,00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요?

이는 철광석 1.6~1.7톤과 점결탄 0.7톤을 주요 소재로 하는 고로 빌릿의 생산원가가, 스크랩 기반 전기로 빌릿보다 최소 70달러, 많게는 120달러까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만의 12개 전기로 업체들은 모두 빌릿을 수입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압연사들만 연간 100만 톤을 수입했지만, 이제는 ▲압연사 100만톤 ▲전기로 100만톤을 합쳐 200만톤을 수입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대만의 CS 같은 전기로 업체는 아예 스크랩을 구매하지 않고 100% 빌릿만 구매하고 있습니다. 스크랩에서 빌릿으로 전환하는 제조비용은 대만이 약 190달러, 튀르키예가 약 210달러로 추정되며, 전기료가 특히 비싼 필리핀의 유도로는 약 230달러 수준이라 아예 가동을 멈춘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빌릿 수입 가격이 440~450달러라면 직접 제조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전기로 업계는 일부업체만 빌릿을 소량 수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복잡하겠지만, 이제는 ‘생존’이라는 화두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빌릿 수출의 가격 경쟁력은 스크랩 기반인 이상 근본적으로 열위일 수밖에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봅니다. 

연간 200만톤 규모인 대만의 빌릿 수입은 러시아산 50%, 중국산 25%, 일본산 25%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기로 업체들이 모두 빌릿을 수입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일본산 빌릿은 50톤~70톤급 전기로에서 주로 사용되며, 약 50만톤 정도가 수출됩니다. 일본은 내수 철근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한국향 철근 수출, 반제품인 빌릿의 대만 수출, 스크랩의 서아시아 수출 확대 등을 탈출구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철근 시장이 수요절벽에 직면한 한국 역시 스크랩은 물론 반제품(빌릿)과 완제품(철근)까지 해외 수출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다운스트림으로 갈수록 원가 경쟁력이 약화되므로,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손실을 줄이는 전략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Q> 수출을 고민하는 제강사 등 관련업계에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은?

A>
해외 철근 시장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미국이나 괌처럼 가격이 좋은 시장은 전체 수출의 1%~2%에 불과합니다. 비교적 규모가 큰 홍콩과 싱가포르(각각 약 100만 톤 시장)는 중국·인도·말레이시아산 고로 철근과 경쟁해야 하는 전형적인 레드오션입니다. 더구나 한국산 철근은 ‘뱀부(Bamboo:대나무)’ 무늬를 사용하는 반면, 바이어들은 ‘피쉬본(Fish Bone:빗살)’ 무늬를 선호합니다. ASTM이나 BS 등 현지 규격에 맞춘 제품을 보유한 국내 제강사도 많지 않아 수출에 큰 제약이 따릅니다. 또한 거래 방식도 스팟(SPOT)보다 6개월~12개월 장기계약이 많아, 한국산 납기와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미얀마는 중국에 대해서만 결제가 원활히 이뤄지고, 다른 나라에는 결제가 되지 않습니다. 동남아 철근 시장은 중국계 상사들이 현지 법인을 세우고 보세창고에 물품을 반입한 뒤, 결제가 이뤄지면 인도하는 BWT(Bonded Warehouse Transaction)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험이 가능한 회사라면, 여신(Open Term) 방식으로 거래하기도 합니다. 캄보디아도 수입국이지만, 주로 근거리인 베트남산 철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철근 수출은 “꿈은 크지만 현실은 미약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빌릿은 수입과 수출을 병행하며 융통성을 높이고, 자급도가 약 95%에 달하는 스크랩은 적극적으로 수출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Q> 베테랑 무역인으로써, 요즘 봉형강 관련 수출입 시장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 보시는 품목과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트럼프 2기가 출범한 2025년 2월 이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시장의 문은 주로 완제품을 대상으로 닫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제품 분야에서는 합종연횡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어, 저는 이 부분을 가장 주시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여전히 개방적이며, 비록 어려움은 많지만 최소한 생존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별로 시장의 문은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관세 장벽은 없으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킬링 필드(Killing Field)’라 불리는 필리핀을 최우선의 관심시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으며, 대만을 2순위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산 빌릿에 대해 세이프가드(Safeguard)를 부과하여 수입을 원천 차단했지만, 인도네시아와 태국산 빌릿은 관세를 영세율로 적용해 수입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튀르키예와 FTA를 체결하여 관세를 영세율로 두었고, 그 결과 말레이시아산 빌릿은 거의 전량이 튀르키예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7월 말 EU로부터 열연코일에 대해 11.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이집트가, 갑자기 9월 14일 이후 선적분에 대해 열연코일에는 13.6%, 빌릿에는 16.2%의 세이프티 듀티(Safety Duty)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 소식에 현지 압연사들은 충격에 빠졌고, 철근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되었습니다.

Q> 현역 1세대 무역인 신용규 대표의 포부를 듣고 싶다.

A> 금년으로 철강인으로서 만 4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선배님과 후배님들의 큰 격려와 지원 덕분이라 생각하며,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허락하는 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은퇴 또한 현장에서 맞이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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