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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①] "무역의 눈으로 철근 시장을 진단하다"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특별대담①] "무역의 눈으로 철근 시장을 진단하다" -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5.09.23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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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디지털로 바뀐 예측불허 시장, 초보 무역인의 새로운 각오
코로나 위기의 연장전, 무분별한 유동성 공급 여파에서 비롯된 불황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무너진 韓 철근 시장, 원가경쟁력 상실 문제
철근 수입, 중소형 건설붕괴∙적자판매...원화절하 기조까지 설상가상

철강 무역 30년. 페로다함 신용규 대표는 국내외 철강 시장의 굴곡을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는 현역 무역인의 1세대다. 누구도 예상하거나 겪어보지 못한 불황,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충격이 생존을 위협하는 요즘. 모두의 관심사는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고민이다. 베테랑 무역인의 유연한 시선이 불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Q>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불황의 연속이다. 근황이 궁금하다. 

A> 철강 무역업을 시작한 지 만 30년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 세월이면 ‘철강 무역 장인’으로 대접받을 만도 하겠지만, 지금은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초기 입문자의 기분이 듭니다. 

과거 사업 초기에는 카탈로그 2,000권을 모았다가 모두 버렸고, 해외 트레이더 약 200곳을 6개월 동안 찾아다녔지만 결국 한 곳 과도 거래하지 못한 채 허망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초보 무역인이었지요.

그러나 시장은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2019년 코로나 시기의 막대한 유동성 투입 ▲곧바로 이어진 긴축 강화 ▲그리고 2024년 2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급격히 강화된 자국 보호주의는 또 한 번의 돌풍을 불러왔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불허의 시장이 되었고, 이에 대응하고자 저는 디지털 초보자의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브로커로서 거래 개시부터 결제 완료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것입니다. 모든 절차가 무사히 마무리되면 성공 보수 형태로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 일은 한순간이라도 소홀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지기에, 오직 철저한 전문성을 갖춘 집단만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주로 빌릿 삼국 간 거래와 한국산 스크랩 수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빌릿은 제 대표 품목으로, 스스로를 ‘Mr. Billet’이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 초창기인 1995년부터 지금까지 대략 1,500만톤 이상의 빌릿 거래를 이어왔으며, 2025년에는 약 50만톤 정도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로다함(구.판코리아메탈) 신용규 대표

또 다른 형태의 사업은 컨테이너 및 벌크 스크랩 수출로, 인도가 주요 수입국입니다. 다만 컨테이너 운임의 변동성이 무려 5배~6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최적의 운임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더 힘들었던 점은 한국산 생철 압축에서 흙이나 돌과 같은 이물질이 종종 발견되어 신뢰도가 훼손된 사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부끄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품목(빌릿,철스크랩)을 중심으로, 특화된 시장에서 우수한 수요처를 발굴하고 적절한 시기에 집중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을 저만의 틈새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앞으로도 최소 2년~3년간은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과거의 상징적인 불황 기점인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의 불황에 비해 이번 불황은 어떠한가?

A>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원화 가치가 달러당 2,000원을 넘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환차손이 극심하여, 건당 56억원을 결제해야 할 금액이 112억원을 넘어선 오더가 4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직원이 약 4개월 동안 저희 회사에 상주하며 결제를 처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내수 철근 가격은 톤당 70만원에서 16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폭락했고, 빌릿 가격은 1,20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길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IMF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 11월 21일부터 2001년 8월 23일까지, 약 3년 9개월 동안 지속된 IMF 사태는 △과도한 단기 외채 △대기업 부채 △외국인 자본 유출 △외환보유고 고갈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남의 주머니에서 나온 부채’로 성장을 도모했던 레버리지(Leverage)의 부작용이 극대화된 시기였습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금융권의 부실 대출 ▲파생상품의 확산 ▲부동산 버블 붕괴가 결합된 금융 부문에서 비롯된 위기였습니다. 그 시초는, 2000년 3월 닷컴 버블 붕괴와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은 2001년 12월부터 2003년 6월까지 금리를 1%까지 낮추며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2004년 6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어 2006년 6월에는 5.25%까지 올랐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그 여파가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1997~2001년 IMF 위기는 한국 내부의 부실이 주된 원인이었다면,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 부실이 전 세계로 파급된 충격이라는 점에서, 그 출발점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이 사태들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블랙 스완(Black Swan)’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이미 여러 징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은 1997년 11월 21일 IMF에 구조 요청을 하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경제 용어는 언제나 특정 계기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저는 이번 불황을 ‘코로나 위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졌고,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무분별한 유동성 공급은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물가 상승과 부동산 버블을 초래했습니다. 이어 2022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긴축 과정은 원료 공급사, 제조사, 실수요처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Supply Chain)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이 상황의 시발점은, 완제품 수요의 붕괴로 보입니다.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우선 완제품 수요가 살아나야 합니다. 그러나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온몸에 아주 천천히 멍이 퍼져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하여 수출로 생존하는 나라에게는, 자유무역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는 자국 보호주의는 우리에게 가늠하기 힘든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Q> 철근 수입시장은 1년 이상 장기 적자와 역대 최저 실적 등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독 철근 수입시장이 고전하는 이유를 어떻게 보는가?

A> 인구 감소와 버블 붕괴에 직면한 일본의 철근 소비량은 1990년 1,584만 톤에서, 2004년 1,064만 톤, 그리고 2024년에는 635만톤까지 줄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례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전기로 업체 수 역시 70개에서 37개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일본의 전성기는 35년 전이었으며, 코로나 시기의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도 철근 소비량은 700만톤 미만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한국의 철근 시장은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 1,100만톤 수준에서 수익성이 극대화되었지만, 불과 4년이 지난 올해는 670만톤 전후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은 20년 만에 1,100만 톤에서 635만 톤으로 줄었는데, 인구 5,000만명인 한국은 4년 만에 비슷한 규모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의 수요 감소 속도가 이렇게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천문학적인 부양책을 시행했으나, 이미 장기간 저금리 상태였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저금리에서 급격히 고금리로 전환되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철근 산업은 세계의 다른 철근 생산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근본적인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전기로 업체들은 내수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공급 능력을 확대했고, 다수의 전기로 업체들은 수요 예측에 실패해 기존 공급을 유지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덤핑 판매가 횡행했고, 오히려 수입업체들의 원가가 더 높은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수입 철근을 주로 사용하던 중소형 건설 현장의 붕괴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로 인해, 철근 수입의 90% 이상이 적자 구조에 빠지고 자금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원화 절하 기조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절망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 2편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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