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유통 시장이 기대에 못 미치는 8월 말 시세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비수기의 탈출’과 ‘추가 가격인상’의 긍정적인 재료가 맞물리는 9월에 대한 불안심리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산 철근 1차 유통가격은 지난 21일부 인상 이후 톤당 79만원 안팎의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들어서는 제한적인 실거래 흐름이 톤당 78만5,000원~79만원 구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궤도이탈을 걱정할 만큼 마감가격선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9월 1일부 추가 인상을 코 앞에 둔 시점에, 마감가격을 밑도는 시세가 편치 않을 뿐이다. 향방을 예단하기 힘든 가운데, 8월의 끈을 내려 놓지 못한 일부 월말 매물들에 시선이 집중됐다.
해당 매물들의 공통적인 배경은, ‘부족한 8월 매출(자금)의 만회’였다. 또한 해당 판매처들 사이에서는 “구하기 힘든데, 너 한테만 특별히 주는 거야…”라는 귀띔이 자주 들렸다. 현 시점의 미묘한 거래심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선제적 차익실현 매물, "난 어깨에서 팔겠어!"
철근 가격이 일정 궤도에 오른 뒤부터 불편해진 교란요소는, 차익실현 매물이다. 가격인상 직전에 아이러니한 판매에 나서는 유통점들은, 대부분 7월 가격인상 전후부터 품어온 하치장 재고를 매물로 꺼내 놨다.
선제적인 차익실현 판매에 나선 것이다. 9월 1일부 가격인상 직후 몰릴 수 있는 매물보다 한 발 앞서 일부 재고를 현금화하겠다는 것. 시세차익의 욕심을 줄이는 대신, 판매경쟁의 부담을 덜겠다는 판단이다. 판매경쟁과 차익실현의 리스크를 안배하려는 전략적인 매물로 볼 수 있다.
제강사, 막바지 8월 실적 고르기
일부 제강사도 월말 시장의 판매주체로 주목을 받았다. 8월 중순까지는 대보수(생산차질)와 재고부족 때문에 판매실적 달성이 원활하지 못했거나, 21일부 가격인상을 의식해 8월의 목표달성을 굳이 앞당기지 않은 것으로도 판단된다. 즉, ‘일정 수량의 판매는 21일 이후에 실행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마지막 주 철근 수요가 예상보다 여유롭지 못한 눈치다. 막바지 판매실적 만회에 나선 제강사의 직송판매 물량도 손쉽게 실적을 채워내지 못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쏠렸다.
유통점, 의외의 직송판매(?)도 ‘한 몫’
유통점들 사이에서도 제강사 철근의 직송판매 흐름이 눈에 띄었다. 부족한 매출(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적자마감이 불가피한 직송판매를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졌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지목된다. 첫번째는 제강사 직송판매에 비해 시중재고의 저가 매력이 크지 않은 여건에서, ‘익월 말 결제 조건의 직송판매가 차라리 낫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두번째는, ‘9월보다 8월 말 직송판매의 적자마감 부담이 덜하다(?)’는 계산이다. 가격인상으로 시작되는 9월의 시세가 신통치 못할 경우, 8월 말보다 적자마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판단이다. 톤당 5,000원 이내로 제한적인 8월 말의 마감적자를 감수하는 게 낫다는 나름의 가치판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