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구매 신뢰 앞세워…‘후불 관행’ 경계 늦춘 빈틈 악용
"성수기 매출 공백에 지친 월말 유통점, 절박함 파고든 것"
성수기 수요 침체로 실망이 쌓여가는 10월 하순, 매출 만회가 절실한 봉형강 유통점을 노린 신종 구매 사기가 등장해 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주 경기도 소재 철근 유통점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자신을 관공서 직원으로 소개한 사칭범은 ‘철판 14톤’의 구매 견적을 요청했다. 주력 품목은 아니었지만, 당장 매출이 급했던 유통점은 철판 재유통 물량을 수소문해 서둘러 견적서를 전달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고가의 기자재 구매를 대행해 철판과 함께 납품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뜻밖의 기자재 구매 대행 요청에 철근 유통점이 망설이자, 사칭범은 해당 기자재 구매처까지 친절히 안내해 줬다. 사칭범이 알려준 판매처에 기자재 단가를 문의해 보니 관공서가 제안한 구매 단가보다 훨씬 저렴했다. 철근 유통점 입장에서는 부족한 매출과 넉넉한 마진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솔깃한 조건이었다.
해당 사칭범은 철판보다 기자재가 더 급하다며 기자재 납품을 먼저 진행해 달라고 재촉하기까지 했다. 의구심을 품은 철근 유통점이 ‘선입금’ 조건을 제시하자 관공서 사칭범은 곧바로 연락을 끊었다.
해당 철근 유통점은 불과 하루 이틀 뒤에, 관공서를 사칭한 사기 전화를 한 통 더 받았다.
수법은 동일했다. 소량의 철근 구매 견적 요청으로 운을 뗀 사기범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초 문의했던 철근과는 무관한 철제 시설물 납품을 함께 요구했다. 이번에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철제 시설물 제작업체 명함 및 제품 외형·규격 자료 ▲관공서 구매 담당자 명함 ▲관공서 사업자등록증 ▲관공서 수의계약 확인서 등 위조된 관련 서류까지 치밀하게 전달했다.
이미 동일한 패턴의 사기 미수를 겪었던 철근 유통점은 일단 전화를 끊고 해당 관공서에 직접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해당 관공서에서 철근이나 시설물 구매를 문의한 공무원은 없었다.
이번 사기 행각이 더욱 씁쓸하고 야속한 이유는, 성수기 매출 공백에 난감해 하는 봉형강 유통점을 정확히 겨냥한 데다, 매출과 자금 만회에 조급한 월말 시장의 판매 심리를 악용했다는 점이다.
관공서 사칭범의 연락을 받은 철근 유통점은 관수 하치장을 병행 운영하는 곳이었다. 사기범이 해당 유통점의 관수 하치장 운영 여부까지 사전에 파악하고 접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관공서’라는 구매처의 신뢰도를 내세워 ‘소량 구매’와 ‘후불 결제’ 등에 경계를 늦추기 쉬운 빈틈을 교묘하게 노린 것으로 보인다.
사기꾼이 사칭한 관공서의 홈페이지에는 아래 내용의 ‘보이스피싱 주의’ 안내문이 게재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