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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가격방침 조정 후폭풍..'끙끙'
철근 유통, 가격방침 조정 후폭풍..'끙끙'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6.0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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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강사 판매價 별도인상, 프로젝트 조정 불가피
적게는 8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 손실 떠안아
일부 건설사는 원가 마감 고수..모르쇠 외면도…
“유통업계의 실수요 대응 유리천장, 균형 깰 것”

철근 유통시장의 실수요 진통이 심화되고 있다. 이례적인 가격방침의 변화로, 실수요 문턱은 높아졌고 재유통 편향은 커졌다.

5월 하순부터 혼선을 겪어오던 철근 제강사 가격방침이 유통향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대다수 제강사의 가격인상이 실수요향 일반판매를 포함했지만, 사실상 유통향 판매가격 인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일부 제강사는 유통향 일반판매에 대해서만 별도인상을 적용했고, 또 다른 제강사는 진행중이던 원철 프로젝트의 지원을 중단하는 방침을 결정하기도 했다.

철근 유통업계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종잡기 힘들던 가격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납품 중이던 실수요 프로젝트의 가격조정 협의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제강사의 유통향 일반판매 가격은 톤당 92만5,000원으로 기계약 기준가격(84만5,000원)보다 8만원이나 높다. 단순히 따져도, 톤당 8만원의 납품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할인율까지 적용된 프로젝트라면, 톤당 10만원 이상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철근 유통 대리점들은 ‘톤당 최소 8만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는 납품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실수요 납품을 포기하고 재유통 판매로 돌리면 당장 톤당 40만원 이상의 마진을 챙길 수 있는 시장이다. 톤당 40만원 이상의 마진을 포기하고 실수요 납품에 나서는 속사정에서, 추가로 8만원 이상의 손실까지 떠안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건설사들도 대체로 최소한의 계약가격 조정에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톤당 92만5,000원의 마감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92만5,000원은 유통 대리점의 원가지만, 판매관리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판매다. 그 마저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설사도 적지 않다는 게 철근 유통업계의 하소연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거래의 ‘편향성’이다. 현재의 가격방침에서, 철근 유통업계의 실수요 신규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사가 유통 대리점의 원가 이상의 판매단가를 맞춰줄 경우엔 가능할 순 있지만, 양측 모두 실익이 크지 않다. 결국, 건설사 입장에서도 ‘턴키’와 ‘일반’ 구매 모두 제강사를 통하는 게 유리한 형국이다.

유통 대리점은 당분간 실수요 대응의 유리천장을 깨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실수요에 주력해온 대리점의 경우는, 경영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대리점의 경우, 좋든 싫든 재유통 판매에 치중한 일방통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수요 대응에 주력해온 유통 대리점들의 경우는 극심한 품귀 시황에서도 매출과 수익 모두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렸다”며 “이번 가격방침 변화로 더 깊은 상실감을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장의 매출이나 손익을 떠나서도 실수요와 재유통 판매의 균형이 깨지는 문제가 크다”며 “투기적인 재유통 시장을 양산하는 왜곡이 심화될 가능성 마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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