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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KS 수입 H형강, 느슨한 중고시장 공략
비KS 수입 H형강, 느슨한 중고시장 공략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4.12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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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중고 유통시장, 대표 2규격 60여만톤 추정
비KS 수입 제품, KS 여부는 물론 스펙 확인 어려워...
토목·건축 현장, 비KS 중고 H형강 엄격 관리 필요

비KS 수입 H형강이 중고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하고 품질에 대한 경각심이 덜한 중고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달청 종합심사제로 발주되는 대부분의 토목, 건축 공사의 경우 중고 H형강을 사용해 가시설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약 6~12개월 정도 존치하는 가설 공사의 경우 공사비 절감을 위해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에 의거해 사용하는 강재에 대해 품질시험을 해야 한다.

중고 H형강에 품질시험을 하는 이유는, 현장에 반입되는 중고 H형강의 대부분이 이미 수차례 사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H형강의 강도와 관련한 특성 확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의 중고 H형강 시험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게 현실이다. 

현장에 사용되는 중고 H형강의 규격은 대표적으로 H300x300x10x15와 H298x201x9x14 2개 규격이다. 관련업계는 이들 규격의 중고 H형강 내수 유통 물량은 약 60만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고 H형강을 유통·임대하는 회사들은 물론 건설사들도 야적장을 두어 보존하는 상황이다.

중고 H형강은 우리나라 공사 현장의 현실상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만 재사용되는 중고 제품임을 감안하면, 더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중고 H형강이 어디서 제작된 제품인지 또는 강재의 주민등록증인 MTC(Mill Test Certificate) 등의 해당 중고 H형강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 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비KS H형강과 KS H형강에는 기계적 특성(강도)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기계적 특성 차이로 인해 KS스펙으로 설계된 현장에 비KS H형강이 설치되게 된다면, 구조물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일본은 중고 H형강을 유통∙임대하는 회사들의 경우, 제조사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 H형강 메이커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경우, H형강 플랜지(H형강의 상, 하부)에 현대는 ‘HS’, 동국은 ‘DK’ 양각을 3m 간격으로 마킹 한다. 이 때문에 국산 H형강의 경우는 중고 제품일지라도 KS인지 비KS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4년 3월 15일까지 국내에 누적된 비KS H300x300과 H298x201의 물량은 12만 5,000톤 규모로 추정된다. 해당 물량은 주로 토목·건축공사 가설 공사에 사용되고, 2021~2022년에 1차로 사용된 강재는 현재까지 중고 H형강으로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 한국철강협회

지난 2022년과 2023년 철강협회는 국토부와 건설현장 강재 품질 확보를 위한 합동점검을 시행한 바 있다. 대부분의 점검 현장에서 중고 H형강을 사용한 정황이 있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의 사례에서 비KS 중고 H형강의 사용이 확인됐다. 중고 H형강이 사용된 현장의 H형강 손상 정도는 심각한 상태이지만, 현재도 해당 사진과 같은 중고 H형강들이 무분별하게 건설현장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토목 현장의 사고 사례 5,306건 중 가설공사에 발생한 사고는 825건(16%)로 집계됐다. 토목의 18개 공종 중에서 가장 많은 사고 사례가 발생하는 위험한 공종임을 사례를 통해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S스펙으로 설계된 토목·건축 현장에 비KS H형강을 사용하는 것은 감리의 관리·감독 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비KS H형강이 중고 H형강으로 탈바꿈한다면, 언제든 현장에 손쉽게 쓰일 수 있어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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