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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철근 재고 감축 시행착오②…"외면 힘든 한계"
[분석] 철근 재고 감축 시행착오②…"외면 힘든 한계"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4.03.15 0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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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시장의 수급지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PF부실 사태가 본격화된 건설시장의 도미노 붕괴가 이어지는 가운데, 철근 업계의 판매는 역대급 저점으로 보유재고는 역대급 고점으로 벌어졌다. 적자판매의 벼랑 끝에 선 수익구조마저 철근 업계의 전략적 선택지를 크게 좁히고 있다. 한계에 도달한 철근 시장의 시행착오와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한다.

판매와 재고의 대칭 패턴…생산의 균형잡이 역할 

생산과 판매의 균형을 정직하게 반영하는 지표가 보유재고다. 계절성이 강한 철근의 판매는 3개월~4개월 단위로 가파른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보유재고는 같은 시점의 판매와 대칭되는 증감 패턴을 보여왔다. 생산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빠져 있음에도, 판매와 보유재고는 뚜렷한 대칭의 연동성을 갖는다. 

생산은 균형을 조율하는 역할로 볼 수 있다. 판매목표(수요예측)와 보유재고의 균형상태를 고려해 생산계획을 세우고, 의도치 않게 틀어진 균형은 그 다음 생산계획을 조정해 균형점을 찾아가는 식이다.  
 

제강사 철근 재고, "왜 줄이기 어려운 것인가"

■ 수요와 공급의 상반된 성향 탓?!...본질적인 불균형

복잡하지 않은 메커니즘이지만, 생산-판매-재고의 최적화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철근 시장의 수요는 변동성이 매우 강한데 반해, 철근 공급(생산)은 비탄력적인 관성이 강한 특징 때문이다. 그 상반된 성격이 수시로 불균형을 만들어 내고,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시간과 노력의 시행착오를 겪게 한다.

■ 급격한 경기변화 속 수요예측 불능 '리스크' 

생산과 판매, 보유재고 등의 최적화는 정확한 수요예측에서 출발한다. 정확한 수요예측이 실패하면, 생산의 균형잡이 역할이 불가능해 지고, 의도치 않는 보유재고의 증감으로 귀결된다. ‘2021년 상반기’와 ‘2023년 하반기 이후~현재’의 서로 다른 시황을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수요의 급증이나 급감이 일어나는 급격한 경기변화에서, 수요의 예측력을 잃게 되고, 최적 생산의 실패로, 재고의 급변이 벌어진다. 

철근 시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수요 급감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건설시장의 PF부실 후폭풍이 본격화되면서 신규 수요는 물론 이미 수주해 놓은 확정 수요마저 실행을 멈추거나 취소되는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즉, 철근 시장의 수요 예측력이 극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취약한 여건이다. 

■ 재고감축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요도 없다"

이미 늘어난 재고를 줄이는 간단한 공식은, 예측되는 수요보다 생산을 끌어 내리는 것이다. 판매-생산의 격차만큼 재고가 늘어가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철근 시장의 문제는, 예측하기 힘든 수요 감소 때문만은 아니었다. 절대량의 철근 수요, 즉 최소한의 철근 수요도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컸다. 특히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의 철근시장은 역대급 저점의 수요가 이어졌다. 

위기감이 높아진 제강사들이 공격적인 감산에 나섰음에도, 줄인 생산을 밑도는 수요(판매)가 감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간절하게 줄이려 했던 재고가 오히려 늘어나 버리는 난감한 결과까지 마주하게 됐다. 최근과 같은 극한 수요공백이라면, 재고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 "감산도 수익여력 있을 때 가능하다"…임계점 도달

공격적인 감산은 최소한의 수익구조가 뒷받침 됐을 때 가능하다. 지난 연말 이후 철근 제강사들은 예외 없는 적자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철근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측되는 수요(판매)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생산으로 줄여야 하는데. 극한 수준으로 줄어든 수요보다 공격적인 감산을 위해서는, 현재의 영업적자 부담이 너무 크다. 적자 압박이 커진 형편에서, 추가 감산→생산성 저하→고정비 증가의 부담을 더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감산의 임계점 또한 한계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이다. 관련업계 조사에 따르면, 이번 3월 국내 8대 철근 제강사·16개 생산라인의 비가동일(대보수 포함)은 평균 10.5일로 집계된다. 영업일을 기준으로, 30% 이상의 물리적인 감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제강사들이 감산의 득실을 고민하는 1차 임계점(가동률 70%)에 도달한 상태로 평가된다. 즉, 추가적인 감산으로 최적화의 시행착오를 이어갈지. 생산성을 높여 고정비를 절감(원가경쟁력 확보)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지. 생존전략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갈등 기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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