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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판매價 이원화 둘러싼 논쟁, ‘가열’
철근 판매價 이원화 둘러싼 논쟁, ‘가열’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11.10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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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가격이 마지노선에 도달하면서 가격체계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원화된 제강사 가격정책을 지목하는 것이다.

제강사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제강사들은 계약물량을 제외한 일반판매 철근에 대해 톤당 8만원 높은 가격정책을 지난 6월 이후 6개월째 적용해오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일반판매가격은 분기 기준가격과 동일한 조정폭으로 연동하며 톤당 8만원의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 유통·건설, 불만 목소리 높아…'형평성' 지적

철근 제강사의 이원화 가격정책은 지난 6월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불만은 최근 들어 커졌다. 시황의 압박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8만원 높은 판매(마감)가격을 적용 받고도, 많게는 50만원 이상. 적게도 10만원 이상의 넉넉한 재유통 마진을 확보하던 상황에서는 굳이 따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10월 들어 유통 대리점의 재유통 판매 마진이 톤당 10만원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11월 들어서는 톤당 1만원의 마진도 챙기기 어려워졌다.

처음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온 유통업체들도 적지 않다. 바로, 실수요 주력 유통업체다. 실수요 시장에 주력해온 유통 대리점 입장에서는, 8만원 높은 원가의 벽을 넘어서기 힘들다. 8만원 높은 출발점(원가)도 부담이지만, 여기에 최소마진까지 더하면 사실상 실수요 수주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형성평 문제도 불만의 이유다. 제강사의 가격정책이 ‘계약물량’과 ‘일반판매’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유통 대리점의 ‘실수요 프로젝트’를 인정해주지 않은 현실에서, 사실상 유통향 판매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예외적인 판매가격을 적용해주는 제강사의 실수요향 판매’와 ‘예외 없는 액면가격을 적용하는 유통향 판매’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건설업계도 불만에 가세하고 있다. 제강사와 직거래가 어렵거나, 유통업계를 통한 철근 구매를 병행하고 있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이원화된 철근 가격정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제강사도 원부자재 속앓이 호소…"보완 운영 불가피하다"

철근 제강사도 불편한 속사정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원자재 대란 이후, ‘지속됐던 원가충격을 기존 가격체계의 틀안에서는 감내하기 힘들다’는 항변이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따라가기 힘든 분기 가격체계의 문제도 컸지만, 원자재 못지 않은 부자재 원가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철근 대란(수급불균형)의 책임이 제강사에게만 돌려졌던 상황에서, ‘원가충격’과 ‘적정마진’을 조절하기 위한 보완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가동률과 고정비 확보를 위한 실수요 계약물량 이외의 일반판매에 대해 별도 판매단가를 책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강사 측은, 크게 두 가지 맹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원화된 가격체계를 고육책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설득력으로 내세우는 근거이기도 하다.

첫번째는, 오랜 논쟁거리였던 ‘부자재 원가’다. 원자재인 철스크랩 가격은 가격공식을 통해 반영된다 하더라도, 기존 가격결정체계에서 배제된 부자재의 원가상승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빈말은 아니다.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합금철 가격이 4분기 들어 수직상승 하고 있다. 치솟은 환율 또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합금철에 대한 부담을 키우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통관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톤당 1,325달러 수준이던 합금철 평균 수입가격은 10월 톤당 2,424달러까지 올라 두 배 가깝게 뛰었다. 특히, 10월 한 달에만 톤당 417달러가 치솟았다.

더 큰 부담은 내년이다. 한 대형 제강사는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합금철 투입원가를 톤당 2만원~3만원 올려서 책정해 놓은 상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기나 LNG 등 에너지도 부자재 원가상승의 공포다. 8년만에 인상된 전기요금은 내년에 추가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다른 원부자재와 달리 한번 인상된 전기요금은 떨어지기 어려운 데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원가가 누적되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철스크랩의 회수율 문제다. 제강사가 말하는 ‘회수율’은 원자재인 철스크랩을 녹여서 제품(철근)을 뽑아낼 수 있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통상 90% 정도다. 철스크랩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있는 상황에서, ‘10%에 해당하는 손실율의 체감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철스크랩 가격이 톤당 30만원일 때 3만원의 손실을 감수했다면, 철스크랩 가격이 톤당 60만원 일 때는 6만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 "그럼에도, 8만원은 합당한가" vs "기준가격 현실화 선행돼야"

제강사의 주장을 온전히 인정한다 해도, ‘톤당 8만원의 가격차는 합당한가’의 논쟁이 남는다. 불만을 제기하는 유통·건설업계 측에서는 ‘제강사가 일방적으로 책정한 8만원 높은 일반판매 가격의 객관성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중 유통가격이 제강사 판매가격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철근 품귀가 극심했던 6월은 그렇다 쳐도, 크게 달라진 현재의 시황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제강사는 이원화된 가격체계가 고육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가격결정체계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자재나 원자재 손실 부담 등 배제된 원가요소를 반영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원가요소들이 하반기 들어, 특히 4분기 들어 폭등했거나 절정에 이른 상황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다수의 철근 제강사는 ‘분기 기준가격의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거나, 배제된 원가요소를 고려해 분기 기준가격을 현실화하기 전에는, 이원화된 가격체계의 보완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철근 ‘판매가격의 이원화 정책’에 대한 논쟁에, ‘분기 기준가격의 현실화’라는 새로운 화두가 던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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