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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가는 철근 시장, 무엇이 문제일까?
빗나가는 철근 시장, 무엇이 문제일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10.08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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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 가도 모를 곳이 철근 시장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흐름이 바뀌는 곳도 철근 시장이다.

의구심 속에서도 추석연휴 이후 철근 수요회복에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철근 시장의 수급체감은 기대를 역행했고, 되레 극심한 거래침체가 이어지는 새로운 터널에 진입한 분위기다.

또 한번의 예상을 빗나가면서 철근 시장은 가을 성수기의 시나리오를 다시 쓰게 됐다. 무엇보다 큰 우려는, 철근 시장이 균형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중순으로 직행하는 철근 시장 전반의 문제를 되짚어 봤다.

■ 우려했던 실수요 병목현상 ‘보온병 속 뜨거운 물?!’

실수요의 병목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병목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밀려 있던 실수요가 추석연휴 이후 몰아치면서, ‘철근 가공’이 중요한 병목 구간이 될 것으로 봤다. 예상과 달리, 건설현장의 발주가 뜨겁지 않다.

코로나19와 인력난, 노조 충돌 등 공사현장의 다양한 사정이 거론되지만, 누구도 뾰족한 이유를 꼽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지적은, 상반기의 철근 대란과 감당하기 힘든 자재 값 때문에 상당수 공사가 일정을 미룬 여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근 실수요를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에 비유했다. 겉에서는 온기를 느끼기 어렵지만, 실수요의 강한 동력이 남아 있다는 비유다. 그대로를 인정하더라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10월 초순 철근 시장에서 실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객관적인 체감이다. 또한, 밀려 있는 실수요가 뜨겁게 느껴질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편한 일이다.

■ 시장에 쌓인 철근 재고, “편중 현상도 심해”

철근 재고의 편중현상도 수요회복 체감을 더디게 만드는 이유다. 7월과 8월 여름 비수기에 이어, 9월까지 철근 재고가 시장에 쌓이게 됐다. 추석연휴 이후 철근 수요가 늘긴 했지만, 각 거점마다 쌓여 있는 철근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수요증가를 체감하기 힘든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 최대 재고가 쌓인 수입 철근은 물론, 목에 찬 유통 재고, 가공장과 건설현장까지, 철근이 없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공사현장은 급할 게 없어졌고, 아직은 철근이 필요하지 않다는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산과 판매에 주력해온 철근 제강사만 한계수위의 재고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유통시장에서 사라진 실수요…’달라진 수요 체감’

‘철근 유통시장에서 실수요가 사라졌다’는 점을 중요하게 주목할 문제다. 유통시장의 수요체감이 달라진 핵심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상반기의 철근 대란 이후, 유통시장의 실수처가 대거 제강사로 옮겨갔다. ‘안정적인 공급’과 ‘낮은 가격’의 선호가 강해진 실수요처의 의지가 강하기도 했지만, 마진 높은 재유통에 쏠린 유통업계의 관심이 실수요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유통 대리점의 실수요 대응기반을 회수한 제강사의 판매정책도 맞물린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실수요가 빠진 철근 유통시장의 수요기반이 취약해 졌다. 철근 수요가 중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공사를 중심으로 견인되는 구조인 데다, 미미한 바닥시장의 품귀는 이미 해소된 상황이다. 철근 유통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수요 동력은 약해졌고, 넘치는 유통재고를 소진할 수요처도 크게 줄었다. 재유통 시장에 집중된 유통시장의 한계가 커졌다는 뜻이다.

■ 제강사 유통향 집중출하..’관성’보다 ‘안배’ 필요

8월과 9월의 월말 시장에 반복됐던 제강사의 집중출하 패턴도 문제다. 이미 필요 이상의 철근 시장에 쌓여 있는 상황에서, 번번이 월말에 집중되는 제강사의 출하물량이 공급과잉 체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거래심리는 물론 가격을 끌어 내리는 직접적인 문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회의적인 지적이 많다. 제강사의 보유재고가 넘쳐나서 부득이하게 밀어내던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적정 재고를 안고 가면서 시장의 충격을 줄이고, 공급의 빈틈이 발생하는 수요처에 철근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소화능력을 상실한 유통시장에 철근 공급을 집중시키는 것은 또 다른 불균형과 부작용만 만들어 낼 뿐이다.

생산과 판매의 관성이 강해진 제강사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꼬리에 꼬리 문 연휴, ‘증후군’

가을장마가 끝나고 성수기 수요가 시작될 9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꼬리를 문 연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추석연휴←(7영업일)→개천절 연휴←(4영업일)→한글날 연휴←(4영업일)→주말까지 쉬고 나면, 10월 하순에 진입한다. 성수기 수요가 시동을 걸고 탄력을 받아야 하는 구간마다 연휴가 포진한 데다, 연휴와 연휴 사이 간격도 시장의 회복 동력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만큼 좁다.

징검다리 연휴로 한 달여 시간을 보내는 동안, 철근 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해졌다. 수요는 줄고 출하 없는 생산은 늘었다. 연휴 직후마다 쌓인 재고를 쏟아내는 집중출하 패턴이 반복되는 것도 연휴의 후유증이다. 이 때문에 유통시장의 거래심리는 관망을 넘어 조급해 졌다.

한 달 가량 지속된 징검다리 연휴가 철근 시장의 균형을 크게 흔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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