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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대란의 본질은 불균형이다”
“철근 대란의 본질은 불균형이다”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7.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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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대란이 절정이던 5월 하순, 시장에서는 ‘건물주’ 위에 ‘철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르는 게 값인 철근을 쥐고 있는 사람이 갑(甲)이던 시황을 빗댄 말이다.

5월 하순 2주 동안 40만원이 치솟았던 철근 유통가격은 6월 한 달 동안 동일한 낙폭을 기록하며, 고스란히 반납했다. 앞다퉈 철근을 찾아 나서던 유통시장은 누구도 사지 않는 시장으로 전락했다. 하늘과 땅을 오가듯 판이한 시세변화에 절로 탄성이 나올 법 하다.

‘안 살 때까지 올리고, 살 때까지 내리는 것’이 가격이라지만, 지난 상반기 철근 시장의 시행착오는 과하다 못해 심했다. 한탕주의가 만연했던 유통시장은 투기판으로 변질됐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웃고 울었다.

주목할 문제는 불균형이다. 누군가가 140만원의 최고가에 팔았다면, 누군가는 140만원의 최고가에 샀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단순히 ‘수급’과 ‘가격’을 떠나 상반기 철근 시장의 상처로 남은 불균형의 문제를 되돌아 봐야 한다.

실수요 계약을 충실하게 이행하려 했던 철근업체들에게 상반기는 무덤과 같았다. 막대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하고, 납품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웃돈을 얹어 시중매입에 나섰던 유통업체들은 이중 삼중의 손실을 떠안았다. 반대로, 일찌감치 납품포기를 선언하고 투기판에 뛰어든 유통업체들에게 지난 상반기는 로또 같았다.

포기를 서둘렀던 납품업체에는 가격을 올려주고, 계약이행에 안간힘을 쓰던 납품업체에는 쉬쉬했던 했던 건설사들도 (수급)불균형의 문제에 떳떳할 수 없다. 철근 부족의 불만을 쏟아냈지만, 정작 수급안정을 위해 꿋꿋하게 실수요 시장을 지킬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수급과 가격의 대란이 진정된 7월을 기점으로 철근 시장은 다시 시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은, 상반기 시장에서 확인했던 불균형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철근은 시황성 자재'라는 편견으로 치부하고 덮을 문제가 아니다.

상반기 철근 대란은 ‘할인’의 일방통행에 익숙했던 철근 시장에 ‘할증’이라는 균형을 떠올리게 했다. 복수를 반복하듯 대결을 이어온 철근 시장 수요처와 공급처의 거래방식도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전 세계 최고가(유통)와 전 세계 최저가(실수요)가 공존했던 상반기 철근 시장이 시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수급불균형의 ‘결과’처럼 보여졌지만, 수급불균형의 핵심적인 ‘원인’이었다는 점을 깨닫아야 한다. ‘글로벌 원자재 대란’이 철근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철근 시장이 원자재 충격을 수용할 상생의 균형을 갖추고 있지 않았던 탓이 더 크다.

결국 ‘수급’과 ‘가격’의 불균형은 함께 풀어야 한다. 상반기 철근 시장에서 목도했던 대란은 단순히 강제적인 증산이나 매점매석 단속의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거래의 합리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균형을 찾지 않으면, 언제든 되풀이될 일이다.

철근 시장 스스로 합리적인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상반기 철근 대란은 ‘오랜 시간 철근 시장이 외면해 왔던 불균형의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현상’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제 값으로 사고 팔고, 시장의 부가가치를 편취 없이 안배했다면, 상반기의 철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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