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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시장은 왜 둔해 졌을까?
철근 유통시장은 왜 둔해 졌을까?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9.04.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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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시장이 뜻밖의 생산차질 이슈로 들썩이고 있다. 시세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들 또한 심상치 않은 방향성을 보이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술렁이는 철근 시장에서 유통거래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다. 가격 또한 인정하기 힘든 최저가만 회수됐을 뿐, 큰 흐름에서 기존 가격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예민하고 민첩하던 철근 유통시장은 왜 둔해 졌을까.

속을 들여다보면, 유통시장은 결코 차분하지 않다. 누적된 적자마감과 매출공백으로, 머릿속은 누구보다 복잡하고 속은 누구보다 새까맣다. 사활의 위기감이 높아진 형편에서 매출이든 수익이든 어느 것 하나 절박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다만, 섣부른 판단과 실행이 어려워졌을 뿐이다. 할 수 없는 것, 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 졌다.

올 들어 철근 유통시장은 바닥시장의 수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로 철근을 쌓는다 해도 원하는 시점에 소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그나마 있는 바닥수요는 7~8만원 저렴한 수입산 철근에 주도권을 뺏긴 실정이다.

시행착오에 대한 경계심도 크다. 파격적인 가격방침과 구조적인 변화로, 철근 유통시장은 아주 특별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적자마감 부담이 큰 4월 시장에서 무턱대고 제강사 철근을 받을 수 없다. 받는다 해도, 정체된 시중가 판매로는 이익을 낼 수도 없다. 취약해진 수익구조에 대한 경계심이 적극적인 유통거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돈도 없다. 꾸준히 지적되어온 유동성의 경색이다. 바닥인식이 높아진 유통시장에서 최저가 시중재고 매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누적된 적자마감과 매출공백으로 유통점들의 자금 유동성은 바닥이다. 돈 줄이 말라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중재고를 매입하고 싶어도 현금 여력이 없다.

유통시장의 체력은 최악이다. 거래의 자신감과 신뢰, 자금력 모든 것이 바닥인 상황에서 확신 없는 선택이 어려워졌다. 즉, 시장흐름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체감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판단이나 실행도 불가능해 졌다. 동시에, 거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큰 흐름의 시황변화를 체감하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둔 해진 철근 유통시장은 슬픈 악순환의 증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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