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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철근 제강사의 불황기 대응전략은?” - 동국제강 봉강영업팀장 이재일
[특별대담] “철근 제강사의 불황기 대응전략은?” - 동국제강 봉강영업팀장 이재일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3.01.26 06: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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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만연했던 과거 폐해, 되풀이 하지 않아야
무분별한 예측판매 근절, 합리적 가격 가이드 제시
최적 생산∙턴키 강화...내진철근 계획생산 전환 예정
3월로 예정됐던 인천 2호 대보수, 2월로 앞당길 것
코일철근 판매∙수출 확대 등 내수시장 한계 극복
합리적 해법 마련 전까지, 현행 가격정책 유지
코일철근 전량 스틸샵 통한 판매 방안 적극 검토

철근 시장이 불황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시장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오던 철근 업계가 무거운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됐다. 

긴장감이 높아진 철근 제강사도 2023년의 연착륙 노선을 고민하고 있다. 영업 일선에서 철근 시장과 호흡해온 동국제강 이재일 팀장과 불황에 맞서는 대응전략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편집자 주] 

Q> 2022년 철근 시장에 대한 평가와 소회를 듣고 싶다.  

A> 지난해 철근 시장은 예측밖의 혼선이 컸던 한 해로 기억됩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건설경기 부진을 걱정하긴 했지만, 하반기부터나 체감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2022년 전체로는 견조한 연착륙 시황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연초부터 예측 밖의 시황이 이어졌습니다. 가장 충격이 컸던 러-우 전쟁 탓에,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제품가격 또한 예측과 달리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대형 건설현장의 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화물연대 등 관련업계의 잇단 파업까지 맞물리면서 건설 공기가 크게 지연되는 등 예상했던 철근 수요가 크게 틀어지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폭등 충격이 더해지면서 부동산과 건설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진 상황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쏟아졌던 2022년은, 제강사 입장에서도 수급 최적화와 시장가격 변동성 확대로 인한 판매정책 수립의 어려움 등 여러모로 힘들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국제강 봉강영업팀장 이재일

Q> 연장선이 될 2023년 철근 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그에 맞춘 영업의 방향성은?

A> 올 한해 전체로는 소폭의 수요감소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착공현장의 수요 덕분에 비교적 양호한 수요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하반기부터는 수요감소의 체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초 시황만 놓고 보면, 편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과거 암울했던 2010년~2014년과 비슷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장은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건설경기 위축과 자금 경색에 따른 건설사의 부실 리스크 확산으로, 철근 수요가 860만톤~930만톤까지 급감했습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임에도 국내 제강사의 설비증설이 계속되면서, 생산능력이 1,200만톤까지 치솟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그로 인해, 물량확보를 위한 저가 출혈경쟁이 만연하고 고질적 폐해였던 ‘묻지마’식 예측판매가 횡행했습니다. 비정상적인 판매 행태로 유통점 역시 제역할을 위협받게 됐죠. 최종 수요처인 건설사 또한 반복되는 기준가격 협상 파행과 할인폭의 이견으로 예측구매의 어려움이 컸습니다.

과거 시장의 폐해를 단순히 ‘수요’의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관행처럼 이어져온 매출(물량) 최우선의 판매정책 ▲타사와의 차별화보다 가격만 앞세운 영업경쟁 ▲이유불문 최저가 구매 선호 행태 등 시장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당사는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먼저, 수익성 위주의 영업정책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맹목적인 판매물량 확보가 아니라 수요감소에 맞춰 최적화된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생산량 역시 판매량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1월의 수요부진에 따른 재고증가 부담을 줄이고 재고자산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당초 3월로 예정됐던 인천 2호 압연 대보수를 2월로 앞당겨 시행할 계획입니다. 포항 봉강공장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설비보수가 이뤄지도록 한 달여 간의 휴동∙보수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최근 철근 시장은 현금 마련을 위한 투매성 판매와 저가 예측판매로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난 실정입니다. 막연한 예측판매가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시장의 가격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성수기에는 최고가’, ‘비수기에는 최저가’ 만을 획일화된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거래의 기준으로 삼죠. 특정 시점의 최고가와 최저가 거래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시중 철근 가격이 140만원까지 폭등했던 2021년에, 과연 최종 수요가들은 몇 톤이나 그 가격에 샀는지 묻고 싶습니다. 

당사 역시 시장의 최고가나 최저가에 판매한 적도 없고 판매할 수도 없습니다. 기존 거래관계나 프로젝트의 성격, 투입시기, 투입량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다양한 가격이 존재합니다. 제품의 구색과 납기에 부족함이 있거나, 단기 현금 마련을 위해 투매되는 일부 철근 가격이 전체 시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당사는 예외적인 저가 물량에 대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구색과 납기, 가공서비스 등 경쟁우위를 가진 국내산 철근은 그에 합당한 가격을 평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측 가능한 시장가격이 형성되도록, 무분별한 저가판매를 근절하고 합리적인 가격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Q> 과거 차별화되지 못한 판매정책을 지적했는데, 불황기에 맞서는 동국제강의 특화 전략은 무엇인가?

A> 가장 먼저는, 최적생산 입니다. 무리한 생산으로 원부자재 가격을 자극해 최종 수요가에 전가하는 것보다, 줄어든 수요에 맞춘 생산으로 당사 뿐만 아니라 수요가에게도 최적의 공급이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가공서비스 강화입니다. 턴키 시장의 선별수주를 통해 수요처 현장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죠. 당사의 턴키 대응력에 대한 좋은 평판을 이어가기 위해 엄격한 납품과 가공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상생 관계에 있는 위탁가공장과의 협업으로 가공장의 적정재고를 상시 유지하고 가공 품질 향상과 납기 준수에 초점을 맞춰갈 생각입니다.  

세번째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내진철근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문생산 방식으로 내진 수요에 대응해 왔으나, 앞으로 시장성 규격에 대해서는 계획생산 체제를 도입해 납기 대응력을 적극 향상시킬 예정입니다.

네번째는, 당사의 전략제품인 코일철근의 판매 확대입니다. 그동안 공급확대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코일철근의 공급을 늘려, 당사 가공 협력사와 최종수요처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죠. 현재도 당사와의 거래유무나 담보와 상관 없이 원하는 누구나 구매하실 수 있도록, 온라인 쇼핑몰 스틸샵(steelshop)을 통해 코일철근 전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출 판매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당사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해외 시장에 대한 조사와 판매망 구축을 진행한 상태입니다. 올해부터는 수출 판매를 본격적으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Q> 철근 유통시장이 열악해졌다. 유통점과의 파트너십이나 동반성장에 대한 생각은?

A> 앞서 말씀드렸 듯이, 물량확보를 위한 저가 출혈판매 경쟁은 전체 유통 생태계가 공멸하는 길입니다. 당사는 합리적인 판매가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의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차별화된 서비스나 최종 수요가 발굴은, 제강사와 유통점 모두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유통점도 변화하는 시장 트랜드에 맞춰 기존 판매방식을 넘어서는, 가공∙납기∙배송 정보제공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에 기반을 둔 유통점의 판매력을 극대화해 소형 수요가에 대한 영업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 가격방침을 벗어난 시중가격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 졌다. 동국제강의 철근 가격정책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A> 철스크랩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영역의 원가요소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이에 당사는, △철스크랩 가격에 연동해 철근 기준가격을 조정하고 △전력을 비롯한 기타요소들의 변동폭 반영 △엑스트라 가격 테이블을 조정하는 등 여러 자구책을 통해 원가부담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가격정책 또한 ‘장기계약∙프로젝트’와 ‘스팟성 판매’에 대해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이원화 체계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급변하고 있는 시황으로 인해, 제강사의 판매가격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사 역시도, 제조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원가충격이 해소될 수 있는 기반과 방법을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원재료 가격의 안정이나 제품가격으로 적정한 전가 등이 그 해법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원재료 시황과 시장구성원간 이해충돌로 인해 타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합리적인 해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가격정책을 부득이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고충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통시장의 어려움을 줄이고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당사도 최선의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Q> 온라인 플랫폼 스틸샵에 철근을 런칭하고 1년이 흘렀다. 향후 스틸샵 운영에 대한 계획은?

A> 지난 2021년 12월 스틸샵의 철근 판매를 개시한 이후, 2022년 4월에는 코일철근 판매를 추가하고, 2022년 12월에는 스틸샵 모바일앱을 출시했습니다. 스틸샵을 통한 철근 구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것이라 봐 주셨으면 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인 스틸샵은 이제 회원가입 만으로 거래를 원하는 누구나 일반철근과 코일철근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자리 잡았습니다. 판매중인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여러 강종과 규격을 원하는 수량(25톤∙10톤)과 시점에 납품 받는 손쉬운 거래가 가능해 졌습니다. 결제방식 또한 기존 현금결제 방식에 신용카드 결제기능을 추가했고, 오는 2월부터는 법인카드 결제도 가능해집니다. 

스틸샵의 철근 런칭 이후, 기존 오프라인 대면영업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최종 실수요가와 유통시장의 다양한 관심을 확인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철강재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고 앞으로 해결해 나갈 과제들 또한 찾아가고 있습니다.

당사는 국내 철강재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안착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모든 코일철근을 스틸샵을 통해 판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지난해와 같이 철근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시장 구성원 각자가 힘을 합친다면 올 한해도 무난히 헤쳐 나갈 것입니다. 저희 동국제강도 철근 시장의 한 구성원으로써, 건설산업의 발전과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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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2023-01-26 15:00:06
건설산업의 발전과 안정에 최선을 다하는 동국제강.. 굿
그런데, 책장에 있는 2년전의 일기장을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스크랩의 폭등, 시장가격의 급등으로 유통업체에 상생을 요구하면서, 2중가격을 적용, 유지하여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는 모든 제강사는 작금의 시장은 왜 외면하고 있는지? 22년 모든 유통업체가 적자를 기록하고, 23년도 적자가 예상되는 지금의 시장에서는 상생은 어디로 갔나? 어디로 갔나? 어데가?

(******* 2023-01-26 13:55:02
말이야 막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