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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특강, 철근 시장에 어떤 변수인가?
[특집] 한국특강, 철근 시장에 어떤 변수인가?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10.07 0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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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특강 칠서공장이 본격적인 상업판매를 시작했다. 올 한해 철근 시장의 최대변수로 주목됐던 게임체인저의 입성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특강은 철근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신규 제강사의 진입’과 ‘100만톤의 생산능력 증가’ 어느 것도 겪어보지 못한 변수다. 새로운 질서를 찾게 될 철근 시장의 긴장감이 높다. 

■ 신규 제강사의 진입…'다시 그리는 철근 지도'

한국특강의 진입으로 철근 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됐다. 상∙하공정을 보유한 제강사를 1군 메이커로 볼 때, 한국특강의 합류로 1군 메이커 숫자는 7개사→8개사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특강은 연간 100만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평가 받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에 이어, 한국철강과 한국특강이 100만톤 대 규모의 중견제강사로 어깨를 나란히 할 전망이다.

자료: 철강협회 통계,본지 추정

역할도 커진다. 상위 3개사(현대,동국,대한)가 실수요 시장을 주도한다면, 한국특강은 한국철강과 함께 철근 유통시장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특강의 합류로 국내 철근 생산능력(제강∙단압 포함)은 1,313만톤으로 껑충 뛰었다. 8년만에 1,300만톤 대의 생산능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역대 최대 생산능력을 기록했던 2012년(1,325만톤)에 근접하게 된다.

과거 생산능력 급증의 경험은 암울했다. 생산능력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던 2012년(72만톤↑) 철근 제강사의 설비 가동률은 곧바로 68.5%로 추락했다. 이후 공급과잉의 압박감이 커진 철근 시장은 2015년 호황 직전까지 심각한 수익악화와 출혈경쟁의 위기를 겪었다. 

자료: 철강협회 통계,본지 추정

2022년의 충격은 2012년보다 클 수 있다. 생산능력의 증가폭도 2012년을 크게 넘어서지만, 생산능력이 늘어난 성격도 다르다. 2012년의 생산능력 증가는 기존 제강사의 설비투자였던 것과 달리, 2022년은 신규 제강사의 진입이다. 2012년 생산능력 급증 이후, 철근 제강사들의 시장점유율 변화가 활발해진 것도 되새길 경험이다.   

올해 철근 생산과 판매는 지난해를 밑돌 전망이다. 지난해와 동일한 생산실적을 기록한다 해도, 철근 설비가동률은 2021년 85.8%→79.3%로 뚝 떨어진다. 금리폭등을 비롯한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짙어 지는 상황에서, 철근 시장의 ‘수요 감소’와 ‘공급능력 증가’가 맞물리는 부정적인 시너지를 걱정하게 됐다. 

■ 생존질서 or 생존경쟁...'또 다시 기로'

2019년 이후 최근 4년 동안, 철근 업계를 회생시킨 생존질서는 ‘최적 생산’과 ‘최적 판매’였다. 철근 시장을 무너트린 물량중심 출혈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수익중심 판매정책의 활로를 여는 기반이 됐다. 

연간 1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특강의 합류로, 최적화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기존 최적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어난 100만톤의 생산능력을 8분의1로 녹여내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철근 업계가 과거와 같은 출혈경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생존을 위한 새로운 질서와 전략을 다시 찾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기 힘든 시장에서 순탄하게 균형을 찾기는 어렵다. 한국특강은 철근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기존 제강사는 시장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강사들은 한국특강의 진입을 기점으로 미래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래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각자의 핵심 경쟁력을 찾는 일이다. 최근 4년여 동안 비축한 체력을 기반으로, 설비투자 경쟁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파트너십도 미래경쟁의 중요한 관건이다. 철근 시장에서 달라진 곳은 제강사 뿐이다. 유통업체와 가공업체, 수요처의 변화는 없다. 제강사가 각자의 미래경쟁력을 찾는 것과 별개로, 유통∙가공∙수요처 등과 생존을 위한 협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 한국특강은 국내산 철근 시장에 국한된 변수일까…?

한국특강의 변수는 국내산 철근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산 철근 못지 않은 충격이 수입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수입업계가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국내 철근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산을 대체하는 수입산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한국특강의 생산능력 100만톤은 최근 년도 철근 수입의 최대 수량(2021년, 95만톤)을 넘어서는 숫자다. 한국특강의 신규 공급능력은 국내산과 수입산의 기존 시장을 동시에 대체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철근 수입업계도 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기존 시장을 지킬 수 있다. 수입 철근 시장의 판매경쟁 부담이 커질 것을 감안하면, 한국특강 진입의 여파를 수입업계의 재편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 당장 올해 4분기부터 한국특강의 진입으로 줄어들 수입시장의 파이를 가늠해야 한다.

■ 달라지는 철근 시장의 셈법…결국 가격으로?!

철근 시황을 판단하는 셈법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철근 제강사의 보유재고는 [기존 제강사 + 한국특강]으로 따져야 한다. 10월을 출발한 기존 제강사의 보유재고가 31만톤이라면, 여기에 한국특강의 판매목표 4만톤을 더해서 시황을 판단해야 한다. 

판매에서는 마이너스 셈법[기존 제강사-한국특강]이 필요하다. 기존 철근 제강사의 10월 판매목표가 86만톤이라면, 여기서 한국특강의 판매목표(4만톤)를 빼고 봐야 한다. 기존 제강사는 한국특강의 판매수량 만큼 목표미달을 깔고 가는 셈이다. 

한국특강은 남은 4분기 동안 월 4만톤~5만톤 규모의 생산∙판매가 예상된다. 하지만 4조 3교대가 갖춰지는 내년에는 월 8만톤 이상의 풀가동이 가능해진다. 남은 4분기 중에서도, 칠서공장이 최대 생산성의 셋팅값을 찾고 있는 10월보다 생산이 원활해지는 11월 이후의 공급 변수가 커질 전망이다. 

공급의 변화는, 결국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 자체의 변별력이 거의 없는 철근의 판매경쟁은 가격에서 최종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기존 제강사가 시장점유율을 양보하고 철근 가격(수익성)을 지킬 지.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철근 가격을 양보할 지. 어느 것도 편치 않은 선택이다. 

‘가격’은 시장상황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최종의 산물이다. 

공급과잉 부담이 커진 철근 시장에서, 한국특강이 기존 제강사와 동일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한국특강은 시장진입 비용(할인판매)을 최소화하고 기존 제강사와 동일 가격의 판매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숙제다. 기존 제강사는 한국특강의 진입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손실과 가격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어가 숙제다.   

당장의 철근 시장에서 가격구조의 변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특강의 판매가격은 기존 제강사(1군 메이커)와 수입 철근 사이에서 포지션을 잡게 된다. 10월 초순 철근 유통가격(SD400∙10mm 기준)은 국내산 100만5,000원과 수입산 95만원으로 양분돼 있다. 5만원의 공간에서 한국특강의 적정 판매가격을 찾게 되는 셈이다. 국내산-수입산 가격차가 크게 좁혀진 시장은, 한국특강 진입의 가격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지만, ‘기존 제강사’와 ‘수입 철근’ 양쪽 모두가 위협을 받는 가격구조이기도 하다.  

제강사의 가격정책 변화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특강의 진입으로 기존 철근 제강사의 이원화(+8만원) 가격정책은 큰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한국특강이 풀가동 기반을 갖추는 내년에는, 유통(일반)판매에 대한 +8만원 할증정책의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특강은 기존 제강사에서 사라진 ‘유통 대리점 기본할인’과 ‘물량할인’, ‘금융(현금결제)할인’을 모두 부활시켰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 또한 지난 9월부터 탄력적인 가격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제강사의 가격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특강은 최신 설비의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앞세우고 있다. SD300 빌릿으로 SD400~SD700 철근 생산이 가능한 것은 물론, 전 강종의 내진 철근까지 생산할 수 있다. 일반 강종과 내진 강종의 원가격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엑스트라 체계를 흔드는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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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2022-10-07 09:01:32
시장의 고객은 대환영... 아주 좋은 일이야, 고객이 왕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