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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②] "합리적 철근 거래에 대한 고민"…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이철규 상무
[특별대담②] "합리적 철근 거래에 대한 고민"…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이철규 상무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2.08.23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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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이원화 연착륙 필요…합리적 해법 모색
9월부 기존 틀 벗어나, 탄력적 가격체계 운영
안정적 파트너십 기반, 다양한 협업정책 지원
코일철근 가격 부담 축소…판매경로 다양화
“각자 역할 존중, 합리적 선순환 생태계 중요”

극한 변동성을 겪은 철근 시장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최근 년도 철근 시장을 지탱해온 핵심가치는 ‘정상화’의 기치를 내건 원칙마감과 최적생산∙최적판매였다. 올 여름 다시 등장한 할인판매는 철근 시장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과거의 악순환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공포가 철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철근 시장의 새로운 균형을 고민하는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의 영업부문장 이철규 상무와 합리적인 철근 거래에 대한 쟁점을 토론했다. [편집자 주]

Q> 7월~8월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 게 사실이다. 동종 제강사들의 유통향 할인판매를 추종하지 않고, 기존 가격체계와 원칙마감을 고수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가격 이원화 방침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원칙마감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격 이원화의 격차를 줄여가는 방법으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8월에 큰 폭의 기준가격 인하가 예정된 상황에서, 7월의 할인판매는 분명 제강사에 유리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격 이원화 방침의 틀만 유지한 채, 할인판매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해법인가’의 회의감이 컸습니다.

할인판매로 시장의 혼선을 부추기는 것보다, 가격급락을 앞둔 시점에서 시중재고가 소진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7월의 할인판매가 유통업계를 지원하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또 한번 가격방침을 왜곡시키는 문제도 컸습니다.

제강업계 스스로 ‘원칙마감’의 신뢰를 유지하며 합리적으로 가격체계를 조정하는 것을 기다렸지만, 결과적으로 7월 마감이 진행되는 8월에도 할인판매의 연장선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시장의 주요 일원으로서, 원칙을 말했으면 그것을 지키는 게 맞고, 불합리한 문제가 있다면 시장과 소통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합리성을 잃는 순간 제강업계는 다시 원칙을 주장할 명분을 잃게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너희가 주도하지 그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공 턴키나 코일철근과 달리 일반철근 및 유통시장은 저희가 대표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답변 드리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판매정책과 가격방침에 대한 가치판단이 달랐던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영업부문장 이철규 상무

Q> 시장에서는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이 탈 유통정책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유통향 가격방침에 대한 생각은 어떠 한가.

A> 만약 ‘탈 유통’이 목적이었다면, 일반철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수출처럼 오퍼(Offer)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단계적 시도가 선행됐을 겁니다. 

‘탈 유통’이라는 해석은 우리의 생각과 다릅니다. 정책적인 선택이 달랐을 뿐입니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7월의 할인판매를 포기하고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8월의 철근 유통시장도 7월 판매분의 후정산 신뢰로 할인판매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상황만 놓고 보면, 7월~8월의 철근 유통시장은 과거 선판매∙후정산의 악순환 구조로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기존 가격체계를 벗어나는 정책적인 변화에 나설 예정입니다.

‘우리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방침을 찾아갈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수급상황과 단가에 따라 복수 제강사를 옮겨 다니며 유통 대리점 본연의 역할에 한계를 드러냈던 문제를 걷어내고,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파트너십에 기반한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 출발점은 9월입니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9월부터 유통향 판매가격을 개별 협상체제로 전환합니다. 개별 거래처의 특성과 시장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가격체계를 운영할 것입니다. 일률적인 가격방침이 아니라, ‘개별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조율하는 후정산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그에 앞서, 파트너십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가장 적극적인 파트너십은 단독거래 일 것입니다. 단독거래를 통해 성수기와 비수기의 기복을 안정적인 협업으로 공유하는 의미입니다. 다양한 협업의 접점도 파트너십의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관수하치장이나 가공을 병행하는 유통 대리점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파트너십을 구축한 유통 대리점에 대해서는, ▲가공 턴키 실수요 수주의 지원 ▲성수기의 안정적인 물량 지원 ▲SD400과 내진철근 등 안정적인 구색 지원 ▲다양한 구색 혼적 및 소량 등 소매용 서비스 지원 ▲코일철근의 자체수요나 외부판매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7월~8월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 유통 대리점들의 박탈감이 컸을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신뢰를 갖고 양사를 따라와 준 대리점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상대적 손실을 감수해준 자사 유통 대리점에 대해서는, 추후 파트너십 거래를 통해 손해를 만회해 줄 계획입니다. 만약 파트너십 기반에서 손실보전이 지연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직접적인 소급 정산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 대한제강은 가공 턴키 실수요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해 왔다. 실수요 대응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A> 대한제강은 원활한 철근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 투자했고, 다양한 공급방식의 고민도 이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가공 턴키 시장을 선도하기도 했죠.
 
어떠한 이유에서든, 가공 턴키는 실수요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매김했습니다.

대한제강은 가공 턴키 시장의 출발과 성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2021년 5월 가공단가의 정상화 방침을 선제적으로 실행했습니다. 가공 턴키 솔루션이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기도 했고,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도 적정한 가공단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제강사 입장에서, 가공 턴키 솔루션은 실수요 대응을 위한 기능적인 의미가 큽니다. 가공 턴키 실수요 시장이 과거처럼 무리한 저가 거래로 왜곡되지 않는 이상, 건설 고객사에 안정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파트너십을 이어온 가공 협력사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물량과 단가를 지원하는 운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한 원하는 건설사에만 제공되고 있는 샵드로잉/커플러 서비스도 안정화 단계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 라인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Q> 가공 턴키 실수요 시장이 성장하면서 코일철근 판매에 대한 관심도 예민해졌다. 정책적인 판단은 어떠 한가.
 
A>
대한제강의 코일철근 공급은, [원자재 이송/지급자재]→[물물교환(barter)]→[일반판매] 3단계의 과정을 거쳐 변화했습니다. 최초의 원자재 이송 단계에서는, 원가부담을 떠안고 지급했던 코일철근이 타사 납품현장은 물론 재하도 가공에까지 남용되는 폐해가 컸습니다. 물물교환으로 공급방식을 바꾼 뒤로는, 코일철근의 남용이 줄긴 했지만 상이한 교환가치 등 거래왜곡의 문제가 여전했습니다. 현재의 일반판매 방식은, 코일철근 전용 생산거점이던 평택공장의 직선철근 병행 생산체제 전환이 계기가 됐습니다. 코일철근을 필요한 수량만큼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품’으로 개념을 바꾼 것이죠.

대한제강은 가공 턴키와 코일철근 공급의 오랜 시행착오를 토대로, 두 가지 원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사 가공발주 물량(직영가공장 포함)의 재하도 금지 방침. 두번째는, 가공 턴키 철근의 현장 직송 공급을 대응하지 않는 방침입니다. 거래혼선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지만, 음성적인 거래부실을 막기 위해 공급흐름을 일원화 한 것이기도 합니다. 

앞서 밝힌 9월부 유통향 가격방침 변화와 함께 코일철근 판매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최근 코일철근 수요처들의 구매부담은 이원화(+8만원)된 가격방침과 무관치 않습니다. 9월부터 유통향 가격방침이 탄력적인 협상체제로 전환되면, 코일철근 구매가격도 시장의 교환가치를 떠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코일철근의 판매경로도 ‘가공협력사’와 ‘유통 대리점’으로 다양화 할 계획입니다. 코일철근의 판매가 온전한 일반판매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의미로 볼 수 있겠네요.

Q> 끝으로, 철근 시장 구성원 본연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철근 시장의 특수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철근 시장은 제강-유통-가공-건설이 유기적인 협업의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철근’이라는 상품과, ‘가공’이라는 중간과정이 함께 묶이는 턴키 거래가 일반화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본연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강사는 건설산업의 필수 기초자재인 철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건설사는 극한 저가구매를 위해 시장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철근 구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철근 가격도 중요하지만, 가공 턴키 거래로 얻게 되는 최종적인 실익의 관점에서도 협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철근 가공은 원래 건설사의 영역이었습니다. 대한제강이 선두로 고객사들이 감내하고 있었던, 가공장 운영관리, 재고의 관리 및 리스크 등을 제강사의 영역으로 흡수하여, 책임지고 계약을 이행하는 가공 턴키 솔루션을 만들고 운영해 왔습니다. 제강사의 영업입장에서는 물량확보의 수단으로, 건설사의 구매입장에서는 손쉬운 구매방식의 하나로 변질되었지만, 본연적 가치가 고객지향적인 것은 명확합니다.   

과거처럼 제강사의 가공 턴키 솔루션이 건설사의 저가구매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유통 대리점이 임의계약(유통사 직접가공계약+원철 프로젝트) 방식으로 제강사보다 저가로 수주하는 출혈상황이 재현된다면, 제강사는 또 다시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공 턴키’는 확실한 계약이행을 위한 비용이 발생되는 솔루션의 영역이며, ‘원철’은 수급과 시황을 추종하는 범용제품임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진영논리에 갇혀 대결적인 거래를 이어오던 과거의 철근 거래행태를 벗어나, 합리적인 선순환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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