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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과의 사투에 나선 철근 제강사
관행과의 사투에 나선 철근 제강사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2.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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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 제강사가 거래관행과의 사투에 나서고 있다. 당연하게 여겨오던 거래의 관행을 바꿔내지 않으면, 더 이상의 활로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막다른 골목의 승부에 나선 것이다.

제강사의 전격적인 현금할인 폐지 선언이 연말 철근 시장의 특급화두로 부상했다. ‘설마, 진짜일까’ 싶던 첫 발표 이후 동종 제강사의 합류로, 반신반의 했던 현금할인 폐지 방침은 순식간에 양상이 바뀌게 됐다. 팔장을 끼던 동종 제강사들도 서둘러 합류 여부를 검토하는 눈치다.

현금할인 폐지를 선언한 철근 제강사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설득력으로 삼았다. 현금할인이라는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바로잡아 왜곡될 대로 왜곡된 시장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것.

큰 관심을 모았던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 이슈가 떠오른다. 고정 할인폭을 적용하는 턴키(철근+가공)방식 장기 실수요 거래의 왜곡과 부작용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는 다각적인 해법을 찾는 상황으로, 아직 가시화된 방침은 없다.

‘가공 실수요 수주중단 검토’와 ‘유통판매의 현금할인 폐지’는 ‘관행’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있다. 철근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 이슈가 달리 보이지 않는 이유다. 같은 본질의 맥락인 셈이다.

실수요 시장에서는 ‘가공 실수요’, 유통시장에서는 ‘현금할인’. 제강사는 철근 시장 전반의 거래관행과의 전면승부에 나선 것이다. 납득하기 힘들고 감당하기 힘든 거래관행으로 떠안게 된 왜곡된 수익구조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어감마저 부정적인 ‘관행’을 바꾸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뒤늦은 용기를 낸 철근 제강사의 사투를 응원한다. 다만, 관행을 바꿔가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행을 공유하던 구성원간의 ‘공감’과 ‘설득’이라는 것을 상기할 일이다. 공감과 설득은 공정하고 공평한 수혜의 ‘분배’, 고통의 ‘분담’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직 방침이 가시화되지 않은 가공 실수요 문제는 미뤄두자. 전격적으로 선언된 현금할인 폐지 방침은 관행을 바꿔가는 공감과 설득의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의 파장을 모를 리 없는 큰 변화를 명확한 세부방침도 정리되지 않는 채로 공언한 것은 스스로 만든 허점이 됐다.

잘못된 관행의 매듭을 푸는 것도, 관행을 만들어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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