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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유통, 실수요 기피…'바뀌는 지형'
철근 유통, 실수요 기피…'바뀌는 지형'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1.04.19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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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유통 판매 마진 확대..물량확보 더 큰 부담
실수요 적체 속, 가공 대안 못 찾는 한계도 커
실수요처도 안정적인 물량확보 위해 제강사 선호
할증입찰 당연한 유통..기준價 상한 제강사가 유리

철근 유통업계의 실수요 기피 추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 실수요 대응으로 감수해야 하는 기회손실이 큰 데다, 예측하기 힘든 거래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실수요(프로젝트)에 대한 선택은 분명해졌다. 예상을 크게 웃돈 4월 유통가격이 형성되면서 실수요 매력이 줄었다. 4월 현재, 1차 유통가격이 톤당 84만원까지 올라 유통원가(79만3,000원)를 4만7,000원이나 웃도는 구조다. 건설향 기준가격(80만3,000원)에 1~2만원의 할증폭을 더해 실수요를 수주한다 해도, 2만원 가량의 기회손실을 떠안게 된다. 실수요 대신 재유통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훨씬 큰 마진을 챙길 수 있다.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철근 유통시장의 재고(공급)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계약물량의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 고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재유통 판매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계약물량의 납품차질을 막기 위해 더 큰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가 부담이다. 대란을 치렀던 지난 1분기의 경험이 여전한 트라우마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유통 프로젝트에 대한 제강사의 지원(가격·물량)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유통업계의 실수요 대응은 ‘가격’이 아니라 ‘물량확보’의 관건이 더 커졌다. 철근 유통시장의 재고부족 시황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실수요 대응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또한 철근 유통시장의 마진체계가 안정화 될수록, 프로젝트 형태의 실수요 판매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격과 물량의 여건을 갖춘다 해도, ‘가공’이 발목을 잡는다. 당장의 실수요 적체가 심한 데다, 남은 2분기 동안 가공시장의 여력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유통업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프로젝트 수주에서 ‘가공’의 대안을 찾을 수 없는 한계가 크다.

■ “수요처의 선호도 바뀌고 있다”

수요처의 선호 또한 바뀌고 있다. 철근 구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시장→제강사 직거래’로 돌아서는 것이다. 지난 1분기의 구매차질 수습을 계기로, 유통시장에서 철근을 구매해온 중소형 건설사의 상당수가 제강사 직거래로 돌아섰거나 검토 중이다.

물량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가격조건도 유통업체보다 제강사 직거래가 유리해졌다. 현재의 철근 시황에서, 유통업체는 프로젝트 할증(기준가+α) 입찰이 당연하다. 이에 비해, 철근 제강사들은 아직까지 건설향 기준가격을 상한선의 개념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통업체보다 제강사의 가격조건이 더 좋은 셈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좋든 싫든 ‘물량’과 ‘가격’ 모두에서 제강사 직거래의 설득력이 높아졌다. ‘가공’ 역시 제강사를 통한 대안 찾기가 그나마 수월한 상황이다.

‘유통 프로젝트 위축’과 ‘제강사 직거래 증가’ 추세를 철근 실수요 시장의 지형변화로 의미를 확장 시켜 볼 수 있다. 당분간 철근 시장에서, ‘제강사=실수요’ ‘유통사=재유통’에 주력하는 거래 트렌드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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