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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격은 왜 오르지 못했나?
철근 가격은 왜 오르지 못했나?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8.11.2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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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대란에도 시중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주 철근 유통가격은 힘겹게 추가 상승했다. 1차 유통기준 톤당 72만5,000원까지 도달한 상황. 극심한 품귀 규격은 톤당 73만원 이상의 실거래 소식도 전해지지만 관철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7대 제강사 보유재고가 15만톤 밑으로 떨어진 10월 마지막 주 이후 한 달 동안 시중가격 상승폭은 1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최악의 품귀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철근 유통가격이 섣불리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4개월(6월~9월) 연속 철근 유통가격이 건설향 기준가격을 넘나들던 상황과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의문이 깊어졌다.

■ 낮은 신뢰, 더 낮은 기대감..’고착화된 고점인식’

극심한 재고부족으로 유통시장의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하면서도 시장에 대한 신뢰는 낮다. 호황구간을 벗어난 상황에서, 철근 시장의 수요기반 자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 대한 낮은 신뢰가 거래심리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적극적인 거래를 가로막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는 ‘철근을 사 놔도 손해가 아니다’라는 신뢰가 강했다. 현재 시장은 품귀 때문에 발을 구르면서도, ‘재고=리스크(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당장 다급한 현장 수요처들 마저도, 최고가 구매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낼 정도다.

고착화된 고점인식 때문이다. 가을 성수기 철근 시장은 심각한 품귀 상황에서도 일찌감치 고점인식이 형성됐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보수적인 거래로 일관해온 데다, 고착화된 고점인식 탓에 추가적인 판매가격 인상이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가격구조의 부담, 상승 피로감도 ‘한 몫’

가격구조와 피로감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비교대상이 됐던 지난해와 현재의 철근 시장은 동일한 품귀가 연출됐지만, 출발점과 과정이 달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철근 가격은 교착구조(기준가-유통가 좁은 격차)가 지속됐다. 반면, 올해는 기준가-유통가 격차가 톤당 15만원까지도 벌어졌던 상황으로 크게 달랐다. 11월 현재 철근 유통가격은 최근 저점인 9월 대비 7만원 이상, 연중 저점을 찍은 5월 중순에 비해서는 15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출발점의 가격구조 부담과 지속된 판매가격 인상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계절보다 이른 고점인식이 형성된 데에도 적잖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동절기 시장에 대한 경계가 빨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근 시장은 동절기 시장에 대한 공포가 크다. 동절기는 하절기보다 계절적 비수기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큰 데다, 절대적인 실수요 위주의 수요흐름에서는 비수기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크다. 판매단가 인상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수요·거래처들의 불만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철근 시세가 꺾인 흐름에서 거래선 유지가 어려울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 ‘남는 것 없는 고생’..상실감·회의감 만연

철근 유통업계가 적극적인 가격인상에 나서지 못한 큰 이유는 수익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다. 품귀 시장에서 철근 유통점은 재고 뿐만 아니라, 수익도 손에 쥐지 못했다. ‘힘겹게 재고를 구해 거래를 이어왔지만, 되레 판매적자만 떠 안았다’는 상실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시중가격을 앞서 간 마감방침과 고마감의 부담이 컸다. 이제는 ‘일시적으로 유통 판매가격이 기준가격을 넘겨 순이익을 창출한다 해도, 이전구간의 마감단가 인상적용이 더 큰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철근 유통시장에 만연해진 상실감과 회의감이 적극적인 판매단가 인상의지를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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