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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형강 시장 현안을 말하다”..동국제강 하성국 상무
[특별대담] “형강 시장 현안을 말하다”..동국제강 하성국 상무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9.25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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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인 先마감 관행, 유통 위기 키운 굴레 됐다”
“관행과 불신 바꾸는 원칙, 달라진 패러다임 직시해야”
“막연한 수요 불안, 매출·수익 최적화 모델 찾아야”
“비규격 일반형강, 목적과 처방 틀려..시장 붕괴 부메랑”

궤도를 벗어난 형강 시장의 경고등이 짙어 지고 있다. 하락장의 한계를 확인하고도 회복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위기감이다. 조급한 고육책이 왜곡과 악순환을 부추기는 우려마저 커진 실정이다.

베테랑 형강 임원, 동국제강 하성국 상무는 ‘악순환을 끊어 낼 원칙’과 ‘정상화를 위한 균형’을 강조했다. 그가 진단하는 형강 시장의 현안을 정리했다.

Q> 수익악화 부담이 커진 H형강 제강사들의 가격인상 행보가 적극적이다. 유통시장 또한 과도한 가격하락에 대한 위기감을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H형강 유통시장의 가격회복이 원활하지 못한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A> H형강 유통시장에서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자의적인 마감의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강사가 생산원가와 시장여건을 감안해 가격방침을 명시해도, 유통 지정점들이 거래처에 자의적으로 판매한 가격을 확정 지어 선(先)마감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감된 계산서를 제강사에 손실보전 요청으로 만회하는 방식이 악순환으로 반복되는 실정입니다.

동국제강 하성국 상무
동국제강 하성국 상무

유통 지정점들은 열악한 시황을 자의적인 판매의 설득력으로 삼고 있지만, 제강사의 가격방침을 무력화 시키고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무너지는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이어진 마감 악습 탓에, 저가판매에 대한 경각심마저 둔감해 졌습니다. 오히려 ‘제강사가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손실보전 기대가 또 다른 저가판매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정상적인 판매가 시세를 주도한다는 점입니다. 여신 유지나 자금회전을 위한 저가판매가 정상적인 판매까지 비정상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굴레에서, 전체 시장이 무분별한 최저가 경쟁에 끌려 내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Q> 왜곡된 거래관행의 책임을 유통업계의 탓으로만 보기 어려울 듯 하다. 제강사 입장에서의 문제의식이나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A> 맞습니다. 반복된 관행의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만들어온 과거와 현재의 시장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량과 매출 중심의 경쟁이 치열했던 과거 시장에서는 제강사의 판매 독려도 많았고, 그것이 ‘일단 팔고 보자’는 무책임한 유통거래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이렇다 보니, 제강사도 유통 지정점들의 손실보전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했죠.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다릅니다. 과거처럼 물량 위주의 판매경쟁을 해도 적당히 먹고 살 수 있었던 시장도 아닐 뿐더러, 제강사도 명확한 가격방침을 선(先)고지하고 엄격한 적용 의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는 달라진 시장의 패러다임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된 거래관행의 틀에 갇혀 있습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불안정한 원가와 수요,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제강사는 물론 유통업계도 이미 각자의 한계를 확인했다고 봅니다. 더 이상 서로의 위기를 부추기는 거래관행에 머물러서는 달라진 시장을 버틸 수 없습니다.

물론, 오랜 관행과 불신을 바꾸는 일은 어렵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동일한 방침의 일관된 적용 뿐입니다. 가격방침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원칙마감으로, 당장엔 유통업계의 불만이 클 줄 압니다. 하지만 원칙마감의 기조는 시장이 바뀌고 그것이 당연해질 때까지 이어갈 것입니다. 유통업계도 달라진 시장을 직시하고 절박한 생존의 변화에 동참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Q> 동종 제강사 간 경쟁의 변화도 필연적일 듯 하다.

A> 현대제철 등 동종 제강사는 물론 동국제강 역시 적정 수익의 절실함이 커진 실정입니다. 조절하기 힘들어진 생산원가와 열악한 제품 시황, 왜곡된 거래관행에서 비롯된 경영악화 부담에 예외가 없습니다.

만연한 불신과 출혈경쟁으로는, 적정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내수시장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물량중심의 경쟁체제에서 벗어나, 각자의 경쟁력을 살려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경쟁의 초점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시장의 수요는 물론, 각자의 공급능력도 한정적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최적화 노력으로, 누가 먼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양질의 판매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해 졌습니다.

Q> 수입재 또한 H형강 시장의 중요한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H형강 수입시장에 대한 견해는 어떠 한가.

A> 5년 전, 연간 100만톤에 육박하던 중국산 H형강의 공세를 반덤핑 규제로 힘겹게 방어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산이나 바레인산, 말레이시아산 등 신규 공급선과 일본산의 물량 증가로, 중국산 반덤핑 이전의 수입규모로 고스란히 돌아간 상태입니다. 오히려 더 다양해진 공급선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수입재의 위협은 커졌습니다.

수입업계의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국내 H형강 시장이 열악해지면서 수입시장도 과거보다 더 다양한 리스크를 떠안게 됐습니다. 과거처럼 무조건 많은 물량을 수입해서 시장에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정량을 가져와서 적정마진을 확보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입업계 스스로 시장에 맞는 적정 수입 규모를 찾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리스크 조절의 실패와 재편을 반복해온 수입업계가 공존의 활로를 찾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수입이 지속될 경우, 국내 H형강 업계 또한 생존을 위한 사투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전문기관을 통해, 베트남산과 바레인산 등에 대한 반덤핑 제소의 검토를 마친 상태이며 적절한 대응시점을 찾고 있습니다.

Q> 지속된 수요 불안감도 문제인 것 같다. 중단기 H형강 수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A> 수요는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적화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시장 안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얼마나 최적화 시키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거래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죠. 오히려 수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시장의 왜곡을 일으키고, 그것이 저가판매와 출혈경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빌미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H형강 수요는 지난 2016년을 정점으로 하강하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다행인 것은 큰 흐름의 수요가 완만한 감소세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침체’나 ‘공백’의 수요 체감은 시장의 불안감에 의해 상당부분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선행지표를 근거로, 지난 3분기의 H형강 수요에 기대를 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기상악재가 큰 걸림돌로 작용한 데다, 시장 스스로 만들어낸 시세 불안감이 수요를 위축시킨 감도 없지 않습니다.

남은 4분기 수요에 대해서는 기대를 가질 만 합니다. 올 한해 수요가 전년을 밑도는 흐름을 이어왔지만, 4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을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악재로만 여겨졌던 코로나19 사태가 호재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비대면 물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창고 등 관련 시설의 신·증축이 특수로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향후 수요에 대해서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관련 수요를 비롯해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주도 SOC 투자 확대 등에 기대를 가져볼 만 합니다. 적어도 올해 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까지의 수요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현실수요를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의 최적화 모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입니다.

Q> 일반형강 시장의 비KS 논란이 뜨겁다. 비KS 제품 생산으로 시장대응에 나서고 있는 한국특수형강의 행보를 어떻게 보는가.

A> 시장을 함께 견인해온 동종 메이커로써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한국특수형강의 비KS 생산은 목적과 처방 모두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특수형강은 물론 동종메이커, 유통, 수요업계 등 시장 구성원 모두가 떠안게 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일반형강 시장에서 수입재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내 메이커가 비규격 제품을 생산해서 대응하는 설득력으로 볼 순 없습니다. 시장 안에서 국내산과 수입산에 대한 가격과 품질의 변별력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유통시장의 교란도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국내 일반형강 산업과 제품 전반에 대한 국내외 수요처들의 불신이 커질 것입니다. 비KS 대응으로 발생되는 모든 부작용을 국내 일반형강 업계 모두가 부메랑으로 떠안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비KS 제품을 조선사 공급에 국한한다’던 당초 한국특수형강 방침과 달리, 일반 유통시장으로의 판매도 활발한 실정입니다. 이럴 경우, 정상 제품과의 분별이 불가능해 집니다. 한국특수형강이 KS와 비KS 제품을 구분해서 판매한다 해도, 유통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혼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연도금 등 외부 처리까지 이뤄지면, 비KS와 KS 제품의 구분은 아예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비KS 일반형강이 판매되면, 시장의 모든 가격을 비규격 제품에 맞춰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도 당연합니다. 이와 별개로, 정상적인 제품을 취급하는 대다수 유통점들의 박탈감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비규격 제품으로 수입 방어가 이뤄질까요? 오히려 품질에 대한 변별력과 경각심이 사라진 시장에서, 무분별한 수입은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Q> 비KS 일반형강이 생산·판매 되는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A> 동종업계와 시장이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나서야 합니다. 동국제강 또한 일반형강 시장이 무분별한 제품으로 붕괴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는 입장입니다. 관계기관과 업계, 수요처, 언론 등 전방위에 걸쳐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계획입니다.

근본적으로 수요처의 문제인식이 중요합니다. 당장의 저가 매력으로 비KS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그것을 소재로 한 제품 또한 돌이키기 힘든 손실을 떠안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크고 작은 수요처들을 상대로 비KS 제품에 대한 문제와 실상을 적극 알릴 생각입니다.

누구보다 한국특수형강이 ‘수요처와 시장의 불신이 자사에 가장 큰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특수형강은 어떠한 효과나 실익도 없는 비KS 제품 대응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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