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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철근 가공①..‘총체적 부실’ 공포
흔들리는 철근 가공①..‘총체적 부실’ 공포
  • 정호근 기자
  • 승인 2020.02.03 0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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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단가 추락, 5년 전 회귀..’돌릴수록 적자 현실’
눌러온 경영난 부실 본격화, 거래 리스크 확산 우려
관련업계, 저가시장 양산..폭탄 돌리기 구조 ‘심화’
“대안 없어지는 한계 상황 우려, 후폭풍 공유할 것”

철근 가공시장의 거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과도한 단가하락으로 적자 늪에 빠진 철근 가공업계의 경영한계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거래주체 어디로든 부실 폭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5년 전으로 돌아간 가공단가..’돌릴수록 적자’

철근 가공업계가 극한 경영난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크게 오른 가공원가를 역행한 가공단가의 추락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돌릴수록 적자’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영부실이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톤당 5만원을 넘어서던 철근 가공단가는 4만원 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다. 지역별, 발주처별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1년 남짓의 동안 톤당 1만원 안팎의 가공단가 하락이 연출됐다. 대부분의 낙폭이 지난해 하반기에 벌어진 현실은 더욱 불편하다.

최근 10년 이상의 시간동안, 철근 가공업계의 공식적인 단가인상 의지가 반영된 것은 두 번 정도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2016년과 2017년 사활을 건 납품중단 사태를 맞고 서야 원가상승의 일정분을 반영하는 단가인상이 이뤄졌다. 묵묵부답이던 발주업계(건설사,제강사)를 단가 협의에 이끌어 낸 것도 두 번의 납품중단 뿐이었다.

지난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철근 가공단가는 최초 상승 시점인 2015년, 5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건비 등 그 사이 크게 오른 가공원가를 감안하면, ‘돌릴수록 적자’ 위기가 당연한 구조다.

가공업계는 최근 2년여 동안 반영하지 못한 실질 인건비 중심 원가상승분을 톤당 5,000원 선으로 산출했다. ▲여타 고정비용 ▲관련 부대비용 ▲코일철근 등 소재조달·운영 비용 상승분 등을 배제하더라도, 철근 가공업계는 톤당 1만5,000원(가공단가 하락+인건비 중심 원가상승)의 수익악화를 떠안은 셈이다.

철근 가공단가는 비탄력적이다. 시점과 수량, 시황에 따라 탄력적인 단가 적용이 가능한 철근 판매와 달리, 철근 가공은 장기계약 형태의 수주-납품 시스템에서 매출과 수익 조절이 어려운 구조다. ‘한 번 적자구조에 빠지면, 쉽사리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가공업계 관계자는 “설비와 인원 등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줄여봤지만, 감당선을 넘어선 가공단가 하락과 경영적자 만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은 생존의 연장이 아닌, 부실을 미루는 효과에 불과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 폭탄 돌리는 시장…연쇄부실 공포 ‘확산’

철근 가공시장에 대한 공포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근 가공시장의 부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크고 작은 가공업체의 도산으로, 거래차질은 물론 연쇄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제강사마저 손을 들었다. 적자탈출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실정에서 ‘더 이상 기존의 가공단가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근 가공단가가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경영적자를 눌러온 철근 가공업계의 부실이 올 한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공포다. 단편적인 전조로 드러났던 일부 업체의 부실이 가공시장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

더 큰 문제는 부실의 피해가 가공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근 가공 포함 턴키 계약을 책임지는 제강사나 유통사는 물론, 건설사의 심각한 공사차질로 귀결될 수 있는 구조다.

총체적인 부실이 핵심이다. 건설사와 제강사, 유통사 등 철근 가공 발주 업체들 역시 시황악화의 부담을 떠안고 있으며,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가 시장을 양산하고 있다. ‘저가 발주’라는 잠재적인 폭탄을 ‘수건 돌리기’ 처럼 떠넘기는 거래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되는’ 한계 상황이다. 철근 가공시장 전반의 부실이 현실화 될 경우, 거래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대체 가공장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어느 가공업체에 맡겨도 거래신뢰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가 거래로 양산된 부실 폭탄이 결국 모두에게 되돌아가는 후폭풍. 즉, 총체적인 부실의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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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03 09:01:11
이럴수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