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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 아닐까요?”
“수주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 아닐까요?”
  • 정호근 기자
  • 승인 2019.05.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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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in 정호근 기자
스틸in 정호근 기자

“철근이 수주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 아닐까요?” 철근 시장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수주산업’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다.

맥락을 짐작했지만, 좀 더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다. “왜, 철근을 수주산업이라 말씀하신 건가요?”

과거 우리는 철근을 팔았습니다. 건설사나 유통사를 찾아다니기도, 공사현장을 뛰어다니기도 하며 철근을 팔았죠. 10년쯤 전이죠? 우리는 시장(판매)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싶었고, 선택한 것은 안정적인 장기 실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가공 턴키 계약이었습니다.

그것이 철근 시장이 수주산업으로 바뀐 중요한 기점이었습니다. 제강사나 유통점은 미래를 보장하는 수단이라 여긴 듯, 경쟁적인 수주에 나섰습니다. 수혜가 커진 건설업계의 선호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수주경쟁은 더욱 과열 됐습니다.

불안감을 줄인 안도는 잠시였습니다. 어느 순간, 철근 업계는 건설사가 손에 쥔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능동적인 판매가 아닌 종속적인 수주의 입장으로 바뀌었고, 갑과 을이 분명해졌습니다.

결과는, 사상 최대 호황이라 표현됐던 최근 몇 년 동안 철근 업계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습니다. 호황을 역행하는 경영위기를 마주하고 나서야 ‘무언가 크게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황이 끝난 철근 시장은 또 다시 미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잊었던 불안감을 마주한 선택은 내려놨던 주권의 회복입니다. 종속적인 수주에 매달리기 보다, 능동적인 판매의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스스로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이 불황을 마주하는 자세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는 ‘판매’와 ‘수주’의 차이를 말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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